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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4/09 (29)
성북동 글방 희영수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는, 나의 공간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여지없이 망가진다. 여기서 공간이란 마음의 공간이다. 외부인을 들이는 것은 좋지만, 그들이 불법으로 체류하는 경우가 있다. 타인의 공간이 되어버린 나는 혼란으로 가득하다. 얼마 전에 하마터면 또 그렇게 될 뻔했다. 이번에는 여행과 야근 때문이었다. 여행과 야근은 반대 개념 같지만, 일상에 균열을 내고, 그 틈을 타 내 마음을 내 것이 아닌 공간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특히 그 두 개가 연달아 있으면 더 힘들어진다. 나는 나의 주거권을 지키기 위한 행동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깨진 유리창 이론을 적용시킬 수 있다. 사소한 방치가 혼돈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곤도 마리에조차도 여행지에서 돌아오자마자 ..
오늘 저녁에는 마주치려나 하고 퇴근했는데 눈치를 보니 아직은 무리인가 보다. 아내의 눈을 볼 수가 없다. 하루 세 번 넘게 열리던 카톡창이 이틀째 조용하고, 필요한 말만 할 때도 깍듯하게 존대를 하고, 말할 때마저 그 눈이 벽 모서리나 창 밖 즈음을 향하고 있다면. 우린 싸운 거다. 아내는 화난 거다. 8년의 아는 사이, 7년의 연애, 13년의 결혼 기간을 통해 나는 아내를 알만큼 안다. 기분이 상하면 감정이 가라앉을 때까지 눈을 보지 않는 것은 아내의 오래된 습관이다. 어느 다툼이나 그렇듯, 나도 할 말이 없지는 않다. 그럼에도 큰 틀에서 보면 내가 잘 못 한 것 같다. 잘못했다. 요즘 갈등의 주제는 아이의 게임 시간이다. 어제도 그랬다. 퇴근하고 돌..
평소에 극소수 사람들하고만 지내는 나에게는 지난 주말은 특별한 경우였다. 나흘 동안 불편한 사람들과 술을 먹거나, 해장하거나, 낮에 서울 관광을 했다. 그렇게 지내고 나서 이틀을 앓아 누워 집밥을 먹으니 이제서야 괜찮아졌다. 늘 느끼지만 외향적인 사람이 정말 부럽다. 주말을 함께 한 사람들은 각자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듯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부담스러웠다가 즐거웠다가 지루해졌다. 이야기하면서도 자주 ‘나는 왜 이들과 이야기하고 있을까?’하며 신기해지곤 했다. 그럴 때마다 옆에서 나와 함께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애인을 보며 얘는 특별한 재능을 가졌구나 싶었다. 나는 궁금하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어보는 사람이다. 아마 그..
_2014년 재보궐선거 어제 선거 이후, SNS 채널들마다 비투표자들에 대한 비난일색이다. 손가락질로 반성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결국 변명들만이 난무하게 되고, 많은 경우에 소신 없는 추향을 빚어내지 않나. 욕 먹지 않기 위해 투표하고 욕 먹지 않기 위해 진영에 서는, 이런 것이야말로 더한 참극 아닌가. 대세는 편리하다. 책임은 머릿수 분의 일로 가벼워지고 등 뒤는 든든해진다. 사실 무관심한 게으름뱅이보..
┃사람들이 다 한다는 거. 그러면서도 다 안 하는 척 한다는 게 너무 충격이었어. 정애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대체 뭐가 충격이었다는 건지 나는 짐작이 안 돼 정애의 눈을 들여다 보았다. 얼굴에 비해 커다래서 하관의 날카로움과 강팍함을 눅이는 눈이 나를 장난기있게 마주한다. 정애는 목 주변에 작은 프릴이 둘려 있고 하얀색 점 무늬가 잘게 흩어져 있는 속이 비치는 검은색 블라우스를 입고 ..
『픽션들』은 역시 독서모임에서 만나야 한다. 어떤 크리쳐가 도사리고 있을지 모를 던전에 혼자 들어가선 안되는 것처럼, 이런 책은 여럿이 덤벼야 해치울 수 있다. 혼자보다 여럿이 낫다는 것은 『픽션들』에 한해 분명한 사실이다. 홀로 이 책을 온전히 이해했으며 더이상의 해석은 필요없다는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 보르헤스의 소설은 파면 팔수록 새로운 해석이 가능하고, 알면 알수록 많은 것이 보인다. 이해했다는 말은 그자체로 나머지 해석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증언이 될 수 있는, 골치 아픈 책이다. 그러니까 어디가서 보르헤스 좀 읽은 체를 하려면, 읽을수록 새롭고 생각할수록 신기하다며 호들갑을 떠는 편이 낫다. 나는 『픽션들』에서야 비로소 ‘실험적인 소설’, ‘실험적인 작품’이라는 수식어를 이해했다..
스티븐 킹이 2008년에 쓰고, 민음사 픽션 브랜드 황금가지에서 2012년에 펴낸 단편소설집 『해가 저문 이후』는 세련된 개정판 표지를 얻지 못한 탓에 쏟아지는 신간에 파묻힌 명작 중 하나이다. 여름밤 함께 읽을 호러를 고르다 찾았는데, 책을 덮고 나니 오싹하기보단 감탄할 뿐이다. 이야기를 쓸 때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스티븐 킹은 고등학교 영어교사로 일하며 아내 타비타 킹의 격려로 《캐리》를 완성하고 그 소설이 히트하자 단번에 베스트셀러 작가로 데뷔한다.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를 만들면 크게 흥행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스티븐 킹의 이름에 익숙하다. 영화화된 작품으로는 《캐리》, 《그것》, 《미저리》, 《샤이닝》, 《쇼생크 탈출》, 《미스트》 등이 있으며 ..
마리아 투마킨의 『고통을 말하지 않는 법』을 읽은 후, 한동안 어떤 얼굴들이 마음 속에 불쑥불쑥 떠올랐다. 한번도 본 적 없는 이들의 눈에는 영영 빠져나올 수 없을만큼 기나긴 터널이 있었다. 저 멀리 별처럼 작게 깜빡이는 빛만이 유일한 이정표인 곳. 영화관은 즐거운 장소가 아니다. 문이 닫히고 어두워진 극장에 자리를 잡으면 시트는 묵혀둔 곰팡내를 풍긴다. 밝은 조명 아래에선 있는 줄도 몰랐던 주변 사람들은 어둠이 깔린 뒤 강렬한 소리와 빛, 냄새로 자신을 증명한다. 눈 앞에서 영화라도 틀어주지 않았다면 절대 자진해서 갇힐 리가 없는 곳이다. 그런 장소에서 홀로코스트 영화를 관람한다는 게 어떤 공감각적 효과를 줄지, 굳이 말하지 않는 편이 낫겠지. 그래서 가능하다면 피해왔다. 이번엔, 제발로 찾아왔다...
『고통을 말하지 않는 법』을 ‘다 읽었다’, 혹은 ‘잘 읽었다’고 말하는 사람을 경계하라.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이 틀림없으니까. 이 책은 그렇게 쓰이지 않았다. 페이지를 술술 넘긴 뒤 탁 덮을 수 없도록 만들어졌다. 그래선 어떤 실마리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단박에 모든 상황이 눈앞에 선명히 그려지고 메시지까지 명확히 전해버린다면 이 모든 증언은 허사가 되어버린다. 마리아 투마킨의 위대함은 이 의도적 위장에 있다. 4장 ‘내게 일곱 살이 되기 전의 아이를 (···)’에서 투마킨은 ‘스테가노그래피 steganography’를 설명한다. 이 단어는 ‘메시지 자체를 숨기는 기술’을 뜻한다. 비밀 메시지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비밀이라는 뜻이다. 『고통을 말하지 않는 법』은 수많은 증언..
길위의인문학 도움을 받은 제5회post-tree project: 『조응』 독서 토론 7월 20일 토요일 11-13:00 희영수에서 독서 토론을 진행했다. 팀SS(우소아 작가, 안정민 텃밭지기, 그리고 희영수 글방지기인 나)도 함께! 3회에 걸쳐 팀 잉골드의 『조응』, 유기쁨의 『애니미즘과 현대 세계』, 자크 타상의 『나무처럼 생각하기』를 읽었다. 한여름에 집밖으로 나설 용기를 내고 미리 책도 읽어온 멤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여담으로 길위의인문학 예산 사용 기준으로 동일 도서를 여러 권 살 수 없어 멤버들이 직접 구매하거나 대여해서 읽어야 했다. 이럴 거면 활동 유형에 독서 토론을 넣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네 시간 동안의 탐방 시 김밥이나 햄버거 등을 먹이면 안 된다는 희한한 제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