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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_ 불편한 만남_ 호이 (24.6.13) 본문

희영수 웹진

산문_ 불편한 만남_ 호이 (24.6.13)

긴개 2024. 9. 21. 18:33

 
 
 

 

   평소에 극소수 사람들하고만 지내는 나에게는 지난 주말은 특별한 경우였다. 나흘 동안 불편한 사람들과 술을 먹거나, 해장하거나, 낮에 서울 관광을 했다. 그렇게 지내고 나서 이틀을 앓아 누워 집밥을 먹으니 이제서야 괜찮아졌다. 늘 느끼지만 외향적인 사람이 정말 부럽다.                  
 
 주말을 함께 한 사람들은 각자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듯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부담스러웠다가 즐거웠다가 지루해졌다. 이야기하면서도 자주 ‘나는 왜 이들과 이야기하고 있을까?’하며 신기해지곤 했다. 그럴 때마다 옆에서 나와 함께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애인을 보며 얘는 특별한 재능을 가졌구나 싶었다. 나는 궁금하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어보는 사람이다. 아마 그가 없었으면 난 이렇게 가깝고도 먼 사람들의 이야기를 깊이 듣지 않았겠지.                   
 
 토요일에 만난 D는 우리 커플이 자주 가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맛있는 닭꼬치가 있는 아늑하고 분위기가 포근한 식당이다. 자주 가다 보니 얼굴을 외우게 되고, 작은 서비스가 제공되고 그에 대한 답례를 하다가(애인의 아이디어다) 서로 주고받는 것이 커지면서 친해졌다(나 말고 애인이). 그날은 항상 마스크를 끼고 표정을 읽을 수 없던 D가 우리 앞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열 살 정도 연상이기 때문에 어떻게 대하는 게 맞을지 몰라 어려웠다. 나는 항상 내가 하는 말에 자신을 가지지 못한다. 내 말을 듣는 이들에게 미안해진다. 그래서 남들의 말에 귀 기울였다.                    
 
 “사람이 싫어요. 어릴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말이죠. 그런데 이제는 혼자 있는 것의 편리함을 알게 돼버린 거죠.”
 
 D가 감정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와의 만남이 올해 두 번째 술자리라 했다. 벌써 올해도 절반이나 지나가고 있었다. 술집 사장님은 대체로 술을 싫어한다는 통설이 생기기 직전이다. 애인은 D가 화 장실에 간 사이 말했다.                    
 
 “우리를 왜 만나자고 했는지 궁금하다.”
 
 그렇게 말하니 나도 궁금해졌다. 그가 그토록 사람들과 어울리기 싫어하는데 모순적인 부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가 고른 술집은 그의 ‘친구의 전여자친구의 여동생’이 하는 가좌동의 식당이었고, 그곳에서 우연히 지인을 세 명이나 보게 되었다. 아무리 인기가 있는 술집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많은 지인을 우연히 만나기는 쉽지 않다. “옛날에는 날렸어요.” 라고 하는 그에게 나는 물었다. 궁금한 것은 참을 수 없다.
 
 “왜 우리를 만나려고 한 거예요?”
 
 다소 공격적일 수 있는 말에 그는 곧바로 대답했다.
 
 “그냥 궁금한 사람들이 있어요. 팔 년 전 식당을 시작했을 때는 이런 자리가 많았죠. 그런데 여성 거주자가 많은 우리 동네에서 이상한 소문이 나기 시작했어요. 제가 여성 손님들과 날마다 놀고 있다고. 전 그들과 손도 잡지 않았어요. 그래서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었죠. 그런데도 궁금한 사람이 이따금 있어요.”
 
 결국 우리의 어떤 부분이 궁금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왠지 더 열심히 이 자리를 즐겁게 만들어 야 할 것 같았다. 사람이 싫은 그가 우리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처럼 느껴졌다.                   
 
 D는 함께 사는 여자친구와도 거리를 두고 있다고 했다. 서로 혼자 있는 시간이 꼭 필요한 커플이라 그게 맞는다고.
 
“저도 그건 알 것 같아요.”
 
 나도 사람을 아주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라서 공감하며 한 말이었다. 그런데 그게 D의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이었다. 그는 굳은 목소리로 이 마음을 알 리 없다고 했다. 나는 조금 어려워져서 덩달아 표정이 굳었다.                   
 
 술을 먹을수록 D의 무장이 조금씩 풀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끝까지 그의 본심은 알 수 없었다. 우리는 12시 넘어서 가게를 나와 불광천을 따라 걸었다. 중산역을 지나 새절역, 응암역까지 걸어 가면서 그와 우리가 좋아하는 동네 커피숍과 술집, 음식점 이야기를 했다. 그가 자주 가던 오뎅집은 일요일 휴무로 바뀌어서 더는 갈 수 없게 되었다고 했다. D의 가게는 일요일 휴무라 그때 외에는 갈 수가 없다. 결국 우린 2차로 갈 가게를 찾을 수 없었다.                  
 
 “2차를 못 가서 아쉽지만 오늘은 이만 들어가요.”
 
 D는 그렇게 우리집과 그의 집 갈림길에서 휙 가버렸다.                   
 
 “정말 아쉬워했을까?”
 
 애인이 나를 보고 말했지만 나도 알 길이 없었다. 우리는 그날 밤의 긴장과 술기운으로 집에 도착하자마자 쓰러지듯 잠들었다. 뭔지 모를 풀리지 않는 마음을 안고 다음 날에 숙취를 견뎠다. 밤이 되니 그의 가게는 열지 않았다고 애인이 알려주었다. 그도 숙취와 풀리지 않는 마음을 안고 있었던 걸까.                   
 
 나는 그런 복잡한 마음을 헤아릴 틈도 없이 다른 이와 조금은 불편한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 주에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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