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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글방 희영수
PTP 5회. 『조응』 읽고 토론하기. 24.7.20. sat. 11-13:00. 본문
post-tree project; 동시대의 친구 나무 새롭게 사귀기
PTP 5회. 『조응』 읽고 토론하기. 24.7.20. sat. 11-13:00.
긴개 2024. 9. 21. 18:03
길위의인문학 도움을 받은 제5회
post-tree project
: 『조응』 독서 토론
7월 20일 토요일 11-13:00
희영수에서 독서 토론을 진행했다.
팀SS(우소아 작가, 안정민 텃밭지기,
그리고 희영수 글방지기인 나)도 함께!
3회에 걸쳐 팀 잉골드의 『조응』, 유기쁨의 『애니미즘과 현대 세계』, 자크 타상의 『나무처럼 생각하기』를 읽었다. 한여름에 집밖으로 나설 용기를 내고 미리 책도 읽어온 멤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여담으로 길위의인문학 예산 사용 기준으로 동일 도서를 여러 권 살 수 없어 멤버들이 직접 구매하거나 대여해서 읽어야 했다. 이럴 거면 활동 유형에 독서 토론을 넣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네 시간 동안의 탐방 시 김밥이나 햄버거 등을 먹이면 안 된다는 희한한 제한도 짜증 났는데 독서 토론을 하라고 해놓고 동일 도서 구매는 불가하다니 도대체 왜일까? 참가자들이 해당 서점에서 도서를 구매하도록 유도하라는 큰 뜻을 미처 이해하지 못한 걸까?
다행인지 우리 멤버들은 각자 알아서 샀다! ㅎ… 필요한 분 있으면 희영수에서 구매해 준다고 안내했지만 아무래도 집으로 바로 배송해 주는 인터넷 서점이 더 편리하기 때문이겠지… 도서 판매 수익을 낼 생각 못했단 멍청한 나야 그렇다 치고, 서점을 제외한 다른 참가단체에서는 독서토론을 어떻게 진행했을지 궁금하다.
7월 20일(토) 11-13:00
팀 잉골드의 『조응』은 성북동 글방 희영수의 백권야행 프로그램에서도 선정해 읽었던, 두고두고 읽을만한 책이었다. 펼칠 때마다 새롭고, 여러 번 읽어야 비로소 깊게 스며드는 문장이 많다. ‘사물에 대한 앎에 이전과 다르게 접근하는 사고방식을 도출하는 데 목적’p.16을 둔 시도의 집합인 이 책이 ‘생태와 새롭게 관계맺기’를 시도하는 ptp 멤버들에게 도움이 되길 기대하며 골랐다.
잉골드는 『조응』에서 자연을 바라보는 인간중심적 사고방식을 비판한다. 그거 요즘 누구나 하는 이야기 아닌가 싶겠지만 차별점은 한 걸음 더 나아간 태도에 있다. 잉골드는 철학자들의 비인간 존재자에 대한 논의가 비인간 존재자들 입장에서는 황당할 정도로 뒤처져있다는 것과 자연과학 연구자들 역시 연구자의 정신을 자연 위에 군림한 존재로 보는 이중적 태도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한 인간을 네트워크의 중심에서 끌어내리고 독립체entity가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는 무경계의 생명에 관심을 갖도록 촉구한다.
잉골드는 미리 정해진 정체성, 목적, 이해관계에 따라 교류하는 ‘상호작용’ 대신 복잡하게 어우러져 나아가는 ‘조응’을 제안한다. 그가 말하는 조응은 ‘삶들의 끊임없는 전개와 생성 속에서, 서로 합류하고 구별 짓는 방식’p.33이다. 조응은 한 대상에 대한 사유를 마친 뒤 그다음 대상으로 넘어가는, 하나의 문을 열고 닫은 뒤 다음 문을 여는 단순한 과정이 아니다. 계속 알고자 하는 그 상태, 흐름에 머물러있는 것이다. ‘사유하기thinking가 사고thought의 형태로 자리 잡으려는 바로 그 지점에 계속 있는ever-present 것이다.’p.36
동식물과 생태, 환경에 대한 전공 지식이 다소 부족한 ptp 멤버들이 자신감을 갖고 생태와 관계맺기에 도전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듯한 대목도 있었다. 아마추어리즘을 강조한 대목에서 잉골드는 ‘진정한 연구자는 모두 아마추어’p.37라며 ‘전문가처럼 경력을 쌓기 위해서가 아니라 특정 주제를 향한 애정으로, 이끌림과 자율적 참여와 책임감이라는 동기로 연구한다’고 아마추어를 정의했다. 놀랍게도 이번 post-tree project에 참여한 멤버 중 꽤 많은 이들이 이전까지 생태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런 프로젝트의 참가자라고 하면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적극적인 행동을 했던 이들이 대부분일 줄 알았지만, 오히려 그렇지 않은 이들이 한 발짝 나서게 하는 계기가 된 셈이다. 지금까지 잘 몰랐고, 관심도 없었고, 대단한 사명감 같은 건 없었다 할지라도 이미 ‘자율적 참여’로 시작했으며 주제에 대해 점점 이끌리고 있고, 또 마지막 회차까지 책임감을 갖고 참여하고 있는 멤버들이야말로 잉골드가 정의한 아마추어에 가까워지는 중이다.
책에 실린 모든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지만 하나만 꼽자면 역시 <어느 등산가의 슬픔>을 이야기하고 싶다. 팀 잉골드는 2014년 11월, 스코틀랜드 애버딘셔 지역 예술 단체 데버론 아츠Deveron Arts가 토민타울 마을에서 개최한 심포지엄에 참여했다. 그는 트레킹족과 예술가들의 흥미로운 산 이야기에 비해 등산가의 산 이야기가 갖는 기이한 한계에 주목했다. 트레킹족과 예술가들의 산 탐험에는 끝이 없는 반면, 등산가는 정복 서사의 대상으로써 산을 인식하는 바람에 더 이상 정복할 산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스스로 정한 한계에 갇히게 된다.
잉골드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어린이와 어른이 세계를 지각하는 방식의 차이를 예로 든다. 어린이는 친숙한 세계를 ‘무궁무진한 계시의 원천’p.108으로 보며 무한히 탐험할 수 있는 구심력 같은 감각을 지닌다. 그들은 매일 보는 정원마저도 매일 새로운 공간처럼 즐길 수 있다. 반면 어른은 익숙한 세계를 ‘완전히 간파했을 뿐 아니라 다 완성됐다고 생각’하며 원심력 같은 감각을 갖고 모르는 세계로 나아가려 한다. 한 번 오르내린 산을 ‘정복’했다고 여기며 다시 오를 계획을 세우지 않는 등산가의 슬픔은 이와 같은 관점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철학자 알프레드 화이트헤드의 말처럼 ‘자연을 멈추어놓고 바라볼 수는 없다’p.110. 또한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 역시 ‘흐르는 강에서는 같은 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고 했다p.111. 산은 인간이 이름을 지어주고 그 위를 오르내린 시간보다 아득히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산의 입장에서 일생 중 찰나에 닿았던 인간 하나가 ‘정복’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산에게 들리지도 않고 의미도 없다. 산은 인간의 정신적, 신체적 즐거움과 ‘힐링’을 위해 꾸며놓은 관광지가 아니다. 산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은 매 순간 이전과 다른, 변화하고 있는 산 안에서 오르내리며 이 세계에 거주하는 하나의 방식을 제시한다. 그러나 등산가는 수직이라는 환상 속의 지표를 좇아 그저 장애물을 초월하려고만 한다.
ptp 일정에 4회차의 서울숲 탐방이 있다. 벌써 2회 완수했으며 이번 주 토요일(9월 7일)이 3회차다. 계획을 짤 땐 매번 다른 장소로 탐방을 갈지, 같은 장소로 갈지 고민했는데, 『조응』을 읽고 나니 같은 장소로 결정하길 잘했단 생각이 든다. 같은 장소가 절대 ‘같을’ 수 없으며 매번 새로운 특성을 지니게 되므로 특정 장소의 물질적 변화와 우리의 관점의 변화가 어떻게 교차하는지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해당 에피소드를 통해 멤버들은 동일한 탐방 장소의 끊임없이 변화하는 특성을 이해하고 우리 주변의 익숙한 환경을 낯설게 볼 수 있는 계기를 얻었다. 세계와 관계맺기는 남극의 북극곰, 밀림의 침팬지를 걱정하는 것보다 집 앞에 새로 자라난 들풀, 바닥에 떨어진 열매, 출근길에 본 새, 어디선가 풍기는 꽃 냄새 등을 지각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주변 환경의 무한히 변화하는 모습을 매순간 예민하게 지각하고 관찰하며 자신의 이야기로 엮는 태도를 멤버들이 얻어갈 수 있길 바라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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