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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4/09/21 (26)
성북동 글방 희영수
길위의인문학 도움을 받은 제6회post-tree project: 『애니미즘과 현대 세계』 독서 토론 8월 3일 토요일 11-13:00 희영수에서 독서 토론을 진행했다.이날의 도서는 유기쁨의 『애니미즘과 현대 세계』 팀SS(우소아 작가, 안정민 텃밭지기, 그리고 희영수 글방지기인 나)도 함께! 사진 찍는다고 하니 괜히 질문하는 척하는 재혁 유기쁨 작가의 책을 미리 읽고 온 다음정리한 자료를 보며 함께 이야기했다. 이 책 좋았기 때문에 나는 따로 글을 올리겠다. 일단 다른 멤버들의 의견을 정리해 올리자면 유진애니미즘적 감수성을 기르기 위한 노력 - '소리사람'을 환대하기.템플스테이 내내 나의 호흡을 좋아하는 날벌레의 소리가 지독하게 따라다녔다. 매미 소리는 쉼 없이 발작 중이다..
목요 백권야행에도, 일요 각자주행에도 김다정 님이 한 분씩 있다. 마침 나도 김다정이라 서로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기분이 묘해진다(그렇다. 내 이름은 희영수가 아니다. 희영수는 글방 이름이다…). 백권야행에서 지정도서를 읽는다면 각자주행에선 멋대로 읽는다. 근황 이야기 시작하면 삼십 분은 가볍게 넘겨버리는, 대화에 끼어들고 싶으면 각오해야 하는 모임. 각자주행의 다정 님이 소개한 도서는 김형수 소설가의 『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였다. 문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인간을 공부한다는 것과 같다고 차분하고 따뜻한 논조로 일러주는 책이라고 들었는데, 책의 문장을 살펴보니 다소 회의적이고 냉소적인 대목도 있었다. “예술에서 리얼리티와 모더니티를 확보하는 것은 거의 항구적인 숙제에 속하는 셈인데 ‘나는 모더니스..
펌퍼니클 맛없다. 분명 생긴 건 그렇지 않았다. 짙은 나무 껍질색에 콕콕 박힌 견과류를 보고 있자니 입에 넣기도 전에 고소할 지경이었다. 불안은 빵칼로 그 속을 쑤실 때부터 피어났다. 부드럽게 썰릴 줄 알았던 빵은 칼의 움직임에 따라 모래알처럼 바스라졌다. 좀체 좋아하지 못할 식감일 것을 예감했다. 식감보다 놀라웠던 것은 맛이다. 시큼했다. 신 빵가루가 입 안의 물기를 죄다 빨아들여 급하게 커피를 홀짝였다. 둘이 섞이니 더 텁텁했다. 이건 몸에 좋은 빵임에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선 비싼 재료를 들여 공연히 만들 필요가 없다. 이렇게 억지로 먹어야 하는 맛이라면 없던 병도 낫게 해줄 것같다. 두 조각 썰어 한 조각을 먹다말고 근처 빵집에 가서 얼그레이잼을 샀다. 주먹만한 병 하나가 구천 원이다. 비싸서 ..
나는 왜 공연히 괴로워 하나. 밸런스 게임의 딜레마를 심화시키는 방법은 더 고민하고 더 진지해지는 것이다. 나 같은 사람이 히스테리를 부리는 것을 방지하고자 보통은 MBTI 설문처럼 짧게 생각하고 바로 답하는 식으로 선택하도록 유도한다. 3초 내에 대답하도록 시간제한을 두는 식이다. ‘팔만대장경 다 읽기 vs 대장 내시경 팔만번 하기’ 같이 어이없어서 금방 선택을 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긴 하다. 그런데 이번 게임은 가혹하다. 선택도 괴로운데 이걸 가지고 한바닥 글을 쓰려니까 서론-본론-결론으로 이어지는 논설문을 써야 마음이 편안해질 것 같았다. 이왕 한 가지를 고르는 김에 제대로 선택의 근거를 마련하고, 반론에 대한 재반론까지 고려하여 여섯 문단..
이번 주 글방의 주제를 보고 당혹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많은 사람이 양쪽의 선택지 모두를 어려움 없이 실천하며 살고 있지 않은가? 특히, 글을 쓰지 못해 괴로워하는 미친 사람이 있나(혹시 다정님)? 나는 1초의 고민도 없이 고를 수 있다. 글을 쓰지 않고 책을 보면서 살 것이다. 내가 책을 그렇게 좋아해서는 아니고, 글쓰기가 더 어려워서다. 어쨌든 둘 다 내게는 나은 삶을 위한 숙제일 뿐. 어쩌다 이런 붕괴된 밸런스가 가능한지 생각하다가 여러 가지 변주를 떠올려 보았다. 평생 남의 사진 못 보기 vs 평생 사진 못 찍기. 남의 SNS 못 보기 vs 내 게시글 못 올리기. 평생 스포츠 경기 못 보기 vs 평생 스포츠 못하기. 평생 전시 못 보기 vs 평생 그림 못 그리기. 그러니..
이 글을 쓰는 것도 참 쉽지 않다. 어쩔 수 없이 글을 한 편도 못 쓰게 된다면 오히려 좋지 않은가. 3주 전에 다녀온 제주도의 여행기는 지하철에서 핸드폰으로라도 쓰겠다며 계획만 머릿속에 매일 적어 내리고 있다. 글을 쓰고 나서의 작은 뿌듯함과 해방감은 뒤로 하고, 미룰 수 있을만큼 더 미루어 피로감의 끝을 보기로 했다. 이 선택을 초등학교 때 할 수 있었다면 방학숙제를 하지 못하는 정당한 이유를 주장할 수 있었을텐데 아쉽기도 하다. 일기를 쓰기 싫어 그린 마인드맵, 사진이라도 붙여 글을 줄여보려던 노력은 세 개의 별 중 1개짜리의 별로 평가절하 받았다. 블로그 시대를 여는 선구자가 될 뻔한 새싹은 글쓰기 수업 첫 시간부터 글에 사진을 붙이는 장난질을 하다가 혼이 나는 사람이 되었다. 역시 사..
어김없이 집 앞 정류장에서 버스를 탄다. 대흥동에서 한남동까지 가는 110A 버스는 늘 한산해 누구의 간섭과 방해도 없이 갈 수 있다. 창가 자리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요즘 관심사에 대해 생각한다. 요즘 관심사는 글방에 들고 갈 글의 글감 찾기. 한 주 동안 일상에서 얻은 감정, 사물 등을 머릿속에서 단어로 나열해 본다. 아무런 준비물 없이 쓸 수 있는 투명한 보드에 단어를 올려두고 혼자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를 내어 읽어본다. 보통 나의 글쓰기는 ’머리로 사색하기‘에 해당한다. 대중교통을 이동하면서도 이런 문장은 좀 멋있다라던가 전에 다툰 이에게 이런 표현을 썼다면 어땠을까 하며 머릿속으로 문장을 이어 나간다. 장소를 특정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나만의 글쓰기 방식 이외에 다른 방식의 ..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는, 나의 공간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여지없이 망가진다. 여기서 공간이란 마음의 공간이다. 외부인을 들이는 것은 좋지만, 그들이 불법으로 체류하는 경우가 있다. 타인의 공간이 되어버린 나는 혼란으로 가득하다. 얼마 전에 하마터면 또 그렇게 될 뻔했다. 이번에는 여행과 야근 때문이었다. 여행과 야근은 반대 개념 같지만, 일상에 균열을 내고, 그 틈을 타 내 마음을 내 것이 아닌 공간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특히 그 두 개가 연달아 있으면 더 힘들어진다. 나는 나의 주거권을 지키기 위한 행동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깨진 유리창 이론을 적용시킬 수 있다. 사소한 방치가 혼돈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곤도 마리에조차도 여행지에서 돌아오자마자 ..
오늘 저녁에는 마주치려나 하고 퇴근했는데 눈치를 보니 아직은 무리인가 보다. 아내의 눈을 볼 수가 없다. 하루 세 번 넘게 열리던 카톡창이 이틀째 조용하고, 필요한 말만 할 때도 깍듯하게 존대를 하고, 말할 때마저 그 눈이 벽 모서리나 창 밖 즈음을 향하고 있다면. 우린 싸운 거다. 아내는 화난 거다. 8년의 아는 사이, 7년의 연애, 13년의 결혼 기간을 통해 나는 아내를 알만큼 안다. 기분이 상하면 감정이 가라앉을 때까지 눈을 보지 않는 것은 아내의 오래된 습관이다. 어느 다툼이나 그렇듯, 나도 할 말이 없지는 않다. 그럼에도 큰 틀에서 보면 내가 잘 못 한 것 같다. 잘못했다. 요즘 갈등의 주제는 아이의 게임 시간이다. 어제도 그랬다. 퇴근하고 돌..
평소에 극소수 사람들하고만 지내는 나에게는 지난 주말은 특별한 경우였다. 나흘 동안 불편한 사람들과 술을 먹거나, 해장하거나, 낮에 서울 관광을 했다. 그렇게 지내고 나서 이틀을 앓아 누워 집밥을 먹으니 이제서야 괜찮아졌다. 늘 느끼지만 외향적인 사람이 정말 부럽다. 주말을 함께 한 사람들은 각자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듯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부담스러웠다가 즐거웠다가 지루해졌다. 이야기하면서도 자주 ‘나는 왜 이들과 이야기하고 있을까?’하며 신기해지곤 했다. 그럴 때마다 옆에서 나와 함께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애인을 보며 얘는 특별한 재능을 가졌구나 싶었다. 나는 궁금하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어보는 사람이다. 아마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