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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글방 희영수
에코샵홀씨의 창립 20주년을 기념하여 강좌가 열렸습니다. 24일(금)의 마지막 순서인 전명호 전남대 바이오하우징연구소 학술연구 교수님의 를 들었습니다. 1969년 머레이 쉐이퍼Murray Schafer는 '사운드 스케이프'라는 개념을 만들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의 1969년에 머레이 쉐이퍼(Murray Schafer)는 소음에 대한 관점을 더욱 확장시킨 음악적 개념의 신조어로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 개념 을 도입하였다. 본래 소음이란 ‘불규칙하게 뒤섞여 불쾌 하고 시끄러운 소리’와 같이 부정적인 단어로 인식되고 있었으나, 쉐이퍼는 소음에 대하여 “우리들이 소홀히 하게 된 소리”[1]라고 하며, 현대인의 듣는 행위와 방법 에 대해 일상생활 속 사운드스케이프를 음악적 감상과 같은 태도로 보다 주의..
오늘은 에코샵홀씨 20주년을 기념하여 시청역 워크숍룸에서 열린 기경석 상지대학교 산림조경학부 교수님의 강좌를 들었습니다. 음향을 추적하여 야생동물을 연구하는 분이 있습니다. 박쥐의 소리, 물고기의 소리, 딱따구리의 소리 등등. 듣기만 해도 궁금증이 마구 피어납니다. 기경석 교수님을 따라 생태 조사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재미있는 강좌였습니다. 전국 곳곳 생태 주요 지역에 음향 기기를 설치해두고 각종 생물들의 소리 분포, 시기, 종류 등을 조사하는 이야기가 이렇게 재밌을 수 있다니요! 1. 매미 소음과 빛공해 매미는 왜 밤에 울까요? 여름밤을 시끄럽게 만드는 매미에 대한 기사가 매년 8월 즈음 쏟아집니다. 8월은 장마 직전입니다. 열심히 키워낸 아기 새들을 보낸 뒤 기진맥진한 부모 새, 고양이, 벌 ..
에코샵홀씨의 창립 20주년을 기념하여 시청역 지하 워크룸에서 열린 강의에 참여했습니다. 첫 번째 순서는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장이권 교수님의 이었습니다. 1. 두꺼비의 소리 강연은 두꺼비의 소리 이야기로 시작되었습니다. 가장 커다란 암컷 두꺼비 위로 수컷 두꺼비들이 샌드위치처럼 쌓여 짝짓기 경쟁을 벌이는 영상을 보았습니다. 이때 좀더 암컷에 딱 붙어 있던 기존의 수컷 두꺼비가 삑삑 소리를 냅니다. 이는 무엇 때문일까요? 동물들은 크기가 커질 수록 낮은 음역대의 소리를 낸다고 합니다. 도전자를 물리치고 싶은 기존의 두꺼비는 자신의 소리로 몸집을 과시하며 자신보다 작은 두꺼비에게 겁을 주고자 합니다. 만약 도전자가 듣기에 자신의 몸집과 비슷할 것 같은 소리라고 하면 겁먹지 않고 달려들겠죠. 영상 속 두꺼비들은..
희로애락의 일주일을 보냈다. 오랜만에 애인에게 크게 상심했다. 이후 일주일 간 끈질기게 대화를 나누었다. 매일 새로운 변주곡을 발표하는 작곡가처럼 우리는 같은 주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재차 살폈다. 그 사이 뒷산에선 올벚나무가 발 빠르게 흰 꽃을 피워냈고 잿빛 땅 위로는 초록 풀이 돋았다. 인류의 고민 따위 아랑곳하지 않는 산이 싱그럽게 몸을 풀었다. 우리는 이제 막 데뷔 앨범을 발표한 밴드 멤버들 같았다. 평행세계 중 가장 오합지졸인 셜록과 왓슨 같기도 했다. 또한 그는 옆 방에 사는 외국인 같기도 하고. 어딘가 다른 기억이 업로드된 그의 복제품 같기도 했다. 미래에 쌓여있던, 함께 내릴 결정들이 순식간에 신기루가 되던 그때, 나는 뻐근한 뒷목을 붙잡고 무게중심을 재빨리 내 쪽으로 옮겼다. 나는 이 사람..
벌써 아홉 달째 발레를 배우고 있다.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거나 퇴사를 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다. 그동안 허벅지 앞 근육이 단단하게 자리를 잡았고 복근도 선명해졌다. 이제는 꼿꼿이 선 채 엄지 발가락으로 방의 전등 스위치를 켤 수도 있고 발 끝으로 고양이를 쓰다듬을 수도 있다. 영화 에서 주인공 베아트릭스는 수년 간의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다음 쇠약해진 몸의 근육을 깨우기 위해 스트레칭을 하는데, 이때 맨 처음 시도하는 것이 바로 발가락 구부리기이다. 그녀는 몇 시간 동안 트럭 안에서 발가락 하나하나를 굽히기 위해 땀을 뻘뻘 흘린다. 영화 볼 때는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던 그 장면은 발레 첫 시간에 불현듯 다시 떠올랐다. 이제껏 살면서 발가락을 구부릴 일이 없었단 나의 발가락 근육은 혼수상태..
대학생 때의 나는 찰스 부코스키에 빠져있었다. 1920년 독일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미국으로 넘어온 그는 여러 잡일을 전전하며 글을 쓰다 이후 전업 작가가 되었다. 꽤 웃기는 아저씨였는데, 욕도 기똥차게 하고 글도 시원하게 썼다. 다들 쉬쉬하며 뒷골목에 보이지 않게 쑤셔 박아두는 쓰레기 같은 사람이었다. 성숙한 십 대라면 부코스키를 한두 장 넘겨봐도 된다. 이십 대라면 푹 빠져들 법하다. 그러나 삼십 대 이후에 부코스키를 미친 듯이 사랑하게 된다면 그 사람은 좀 멀리해야 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당시의 내가 알던 사람 중에 유일하게 어른 대접을 해줄 만한 사람은 찰스 부코스키가 유일했다. 어린 시절 나는 어른의 판단은 대개 선에 기초하리라고 믿었다. 전체 인구 중 악인은 소수이고 뭔가 피치 못할 사정이 있..
확실히 우리 사랑은 어느 단계를 넘어섰다. 처음 함께 식사할 때는 밥을 반 공기나 남겼었는데 말이다. 마주 앉아 밥을 먹다 말고 앞니에 고춧가루가 꼈는지 콧물이 흐르는지 눈곱이 꼈는지 얼굴이 번들거리는지 신경이 쓰여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혹시나 줄줄 흘리고 먹을까, 씹는 음식이 보일까, 한 숟갈 천천히 퍼서 살짝 벌린 입에 겨우 넣고 입술을 앙 다문 뒤 꼭꼭 씹어 꿀떡 소리가 들리지 않게 조용히 넘겼다. 밥을 다 먹고 물을 마실 땐 입을 헹구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빠르게 삼키느라 사레가 걸릴 뻔한 적도 있다. 연락이 오면 일 분 내로 답장을 하느라 하루종일 핸드폰과 마주하고 있었다. 아침 여덟 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새벽 네 시까지 대화를 멈출 수 없어 몇 달 잠을 설쳤다. 그래도 서로를 생각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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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을 어디라 부르면 좋을까. 오랫동안 꿈에서 어릴 적 살던 아파트와 초등학교 주변을 배회했다. 당시 살던 아파트에서 학교로 가는 지름길은 아파트 담장을 넘고 저수지를 지나 야트막한 산을 타 넘는 거친 흙바닥이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초등학생들은 롤러 블레이드를 신고 아침에 모여 다 함께 산을 타러 가곤 했다. 롤러 블레이드 신은 아이들이 흙과 돌이 가득한 가파른 산길을 오르내리는 광경은 지금 생각해 보면 기이하고 아찔하지만, 당시 누가 더 멋있고 위험하게 바퀴 달린 신발로 묘기를 부릴 것인지 경쟁의식이 가득했던 초등학생들에게는 즐거운 일상이었다. 매일같이 아파트 담장을 넘는 아이들이 많아지자 결국 아파트 관리소에서는 담장에 안전하게 오를 수 있는 계단과 담장의 일부를 제거해 문을 만들어주었다. 겨..
직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떡볶이집이 들어온다는 소식은 나를 고무시켰다. 이는 마카롱이나 도넛보다는 붕어빵, 호떡, 식혜를 사랑하는 선거철 정치인 입맛을 가진 내게 그야말로 연봉 인상에 버금가는 기쁜 소식이었다. 이런 소식을 직장 동료에게 나누지 않는다면 정말 협동심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다는 소릴 들어 마땅하다. 다급히 낭보를 전하자 동료는 역시나 감격하며 기뻐했다. 이와 함께 매일 같이 떡볶이집 앞을 지나다니며 이제나저제나 하고 영업 시작을 기다렸다. 그러나 입구 안쪽에는 개업 축하 화분도 여러 개 쌓였건만 도대체 영업은 언제부터 시작인지 도무지 기약이 없었다. 이렇게 간절히 떡볶이를 기다린 적이 있던가. 어느 날은 이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아직도 영업을 시작할 기미가 없자 울컥 화가 나 어둡게 닫힌 문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