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버추얼리얼리티
- 에로잉
- 글방
- post-treeproject
- 성북동
- 희영수
- 길위의인문학
- 긴개만화
- 서평
- 에세이
- 라현진
- 단편소설
- 성북동희영수
- Brazilian
- 드로잉
- 긴개의사자성어
- 성북동글방희영수
- latin jazz
- 성북동글방
- MPB
- 전시
- 2024길위의인문학
- 동시대의친구나무새롭게사귀기
- bossa nova
- 영화
- 긴개
- (null)
- 사자성어
- 에코샵홀씨
- soul
- Today
- Total
목록독서 기록 (7)
성북동 글방 희영수
책을 읽고 어떻게 질문을 던지나요-하는 질문을 듣고, 답변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으므로 이는 저에게 있어 좋은 질문이었습니다. 무심히 해오던 일을 붙들고 과정을 돌아보는 시간을 주신 것에 우선 감사드립니다. 그 책이 어떤 장르에 속하는지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합시다. 과학, 경제, 역사 등의 비문학 도서라면 당연히 노트와 펜을 겸비해야겠지요. 꼼꼼히 공부해 오래도록 기억하고 이를 통해 앞으로의 삶에 보탬이 되도록 하는 목표를 가지고 읽을 테니까요. 낯선 단어는 사전으로 뜻을 익히고, 새로운 이론과 지식은 이해할 때까지 뉴스나 다큐멘터리, 기타 자료 등으로 보완하여 익히면 좋겠습니다. 비문학 도서를 한 권 덮을 때, 새로운 지식을 보다 깊게 익히고 이를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이 선명해질 것을 기대한다면 독서..
『픽션들』은 역시 독서모임에서 만나야 한다. 어떤 크리쳐가 도사리고 있을지 모를 던전에 혼자 들어가선 안되는 것처럼, 이런 책은 여럿이 덤벼야 해치울 수 있다. 혼자보다 여럿이 낫다는 것은 『픽션들』에 한해 분명한 사실이다. 홀로 이 책을 온전히 이해했으며 더이상의 해석은 필요없다는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 보르헤스의 소설은 파면 팔수록 새로운 해석이 가능하고, 알면 알수록 많은 것이 보인다. 이해했다는 말은 그자체로 나머지 해석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증언이 될 수 있는, 골치 아픈 책이다. 그러니까 어디가서 보르헤스 좀 읽은 체를 하려면, 읽을수록 새롭고 생각할수록 신기하다며 호들갑을 떠는 편이 낫다. 나는 『픽션들』에서야 비로소 ‘실험적인 소설’, ‘실험적인 작품’이라는 수식어를 이해했다..
스티븐 킹이 2008년에 쓰고, 민음사 픽션 브랜드 황금가지에서 2012년에 펴낸 단편소설집 『해가 저문 이후』는 세련된 개정판 표지를 얻지 못한 탓에 쏟아지는 신간에 파묻힌 명작 중 하나이다. 여름밤 함께 읽을 호러를 고르다 찾았는데, 책을 덮고 나니 오싹하기보단 감탄할 뿐이다. 이야기를 쓸 때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스티븐 킹은 고등학교 영어교사로 일하며 아내 타비타 킹의 격려로 《캐리》를 완성하고 그 소설이 히트하자 단번에 베스트셀러 작가로 데뷔한다.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를 만들면 크게 흥행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스티븐 킹의 이름에 익숙하다. 영화화된 작품으로는 《캐리》, 《그것》, 《미저리》, 《샤이닝》, 《쇼생크 탈출》, 《미스트》 등이 있으며 ..
마리아 투마킨의 『고통을 말하지 않는 법』을 읽은 후, 한동안 어떤 얼굴들이 마음 속에 불쑥불쑥 떠올랐다. 한번도 본 적 없는 이들의 눈에는 영영 빠져나올 수 없을만큼 기나긴 터널이 있었다. 저 멀리 별처럼 작게 깜빡이는 빛만이 유일한 이정표인 곳. 영화관은 즐거운 장소가 아니다. 문이 닫히고 어두워진 극장에 자리를 잡으면 시트는 묵혀둔 곰팡내를 풍긴다. 밝은 조명 아래에선 있는 줄도 몰랐던 주변 사람들은 어둠이 깔린 뒤 강렬한 소리와 빛, 냄새로 자신을 증명한다. 눈 앞에서 영화라도 틀어주지 않았다면 절대 자진해서 갇힐 리가 없는 곳이다. 그런 장소에서 홀로코스트 영화를 관람한다는 게 어떤 공감각적 효과를 줄지, 굳이 말하지 않는 편이 낫겠지. 그래서 가능하다면 피해왔다. 이번엔, 제발로 찾아왔다...
『고통을 말하지 않는 법』을 ‘다 읽었다’, 혹은 ‘잘 읽었다’고 말하는 사람을 경계하라.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이 틀림없으니까. 이 책은 그렇게 쓰이지 않았다. 페이지를 술술 넘긴 뒤 탁 덮을 수 없도록 만들어졌다. 그래선 어떤 실마리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단박에 모든 상황이 눈앞에 선명히 그려지고 메시지까지 명확히 전해버린다면 이 모든 증언은 허사가 되어버린다. 마리아 투마킨의 위대함은 이 의도적 위장에 있다. 4장 ‘내게 일곱 살이 되기 전의 아이를 (···)’에서 투마킨은 ‘스테가노그래피 steganography’를 설명한다. 이 단어는 ‘메시지 자체를 숨기는 기술’을 뜻한다. 비밀 메시지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비밀이라는 뜻이다. 『고통을 말하지 않는 법』은 수많은 증언..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 단박에 이해할 수 없는 제목이다. 내용 또한 서너 번 통독했지만 여전히 어렵다. 누군가 한줄평을 써달라고 하면 끊기지 않는 하나의 문장으로 A4 용지를 전부 채울 것 같다. 오키나와 생활사를 연구하는 사회학자 기시 마사히코가 쓴 이 책은 2016년에 출판되어 2023년에도 팔리고 있다. 작가가 사회학자라고 해서 책을 관통하는 어떤 커다란 사회학적 연구 주제가 있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주제와 이론, 표본 같은 것들의 사이로 삐져나온, 이를테면 패딩에서 탈출한 거위털 같은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연구자료를 제공하던 구술자, 일상에서 우연히 알게 된 사람,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이 들려준, 혹은 자신이 직접 겪은 도무지 일반화할 수 없으며 소설가도 미처 떠올리지 못할 기묘하고 ..
기후 위기 해결 방법 1; 선택적 무지를 뛰어넘는 허세 장착하기 『브레이킹 바운더리스』와 『우정의 언어 예술』 내 입에서 침이 아닌 기후 위기 이야기가 튀어나온 것이야말로 지구가 여섯 번째 대멸종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증거다. 공영방송이나 공공기관에서 밈 meme*을 차용하기 시작하면 그 밈의 수명은 끝난 것과 같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상대적으로 유행의 흐름에 둔감하다고 여겨지는 공공기관의 홍보 담당자들이 밈을 써먹을 때쯤이면 이미 밈은 파생에 파생을 거치며 자가복제할 동력이 바닥나고 그 의미도 희미해졌을 거란 뜻이리라. 게다가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밈을 따라 하고 싶은 마케터는 없을 테니, 거기에서 그것의 수명은 끝이 난다.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불려 다닌 밈은 폭발적인 탄생과 화려한 청년기를 거치다 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