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어떻게 질문을 던지나요-하는 질문을 듣고, 답변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으므로 이는 저에게 있어 좋은 질문이었습니다. 무심히 해오던 일을 붙들고 과정을 돌아보는 시간을 주신 것에 우선 감사드립니다.
그 책이 어떤 장르에 속하는지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합시다. 과학, 경제, 역사 등의 비문학 도서라면 당연히 노트와 펜을 겸비해야겠지요. 꼼꼼히 공부해 오래도록 기억하고 이를 통해 앞으로의 삶에 보탬이 되도록 하는 목표를 가지고 읽을 테니까요. 낯선 단어는 사전으로 뜻을 익히고, 새로운 이론과 지식은 이해할 때까지 뉴스나 다큐멘터리, 기타 자료 등으로 보완하여 익히면 좋겠습니다. 비문학 도서를 한 권 덮을 때, 새로운 지식을 보다 깊게 익히고 이를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이 선명해질 것을 기대한다면 독서 과정 또한 달라질 것입니다. 비문학 도서에서 질문을 만들 때에는 검색하면 바로 답을 찾을 수 있는 지식을 구하는 것보다, 명확한 답을 내릴 순 없지만 의견을 모아 함께 가치관을 발전시킬 수 있는 질문을 던지면 좋겠습니다.
반대로 만약 시라면, 읽는 과정에서 답을 찾고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면 재미가 없겠죠. 시적 언어가 품은 비일상적이고 특수하면서도 정형화되지 않은 가능성을 마음껏 즐기고, 자신만의 심상을 그려보면 좋겠습니다. 저도 시 읽는 눈이 어둡기 때문에 함께 이러한 과정을 겪고 싶습니다. 시에서도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질문을 고르면 좋겠습니다. 이 단어는 어떤 뜻을 내포할까, 내가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이 문장을 이렇게 해석했는데 다른 사람은 어떠한가, 나의 어떤 경험을 떠올리며 읽었는가, 작가는 어떤 상황과 배경에서 이런 시를 썼을까. 질문이 예리할수록 시의 해석을 풍요롭게 해줄 것입니다.
소설이라면, 다른 장르의 책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우선 읽고 난 뒤에 타인에게 말로 설명할 수 있을 정도의 이해를 목표로 합시다. 머릿속에서 희미하던 생각도 말로 전달하다보면 오히려 선명해질 때가 있으니까요. 줄거리를 요약하고 캐릭터를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전과 후의 이해 깊이가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줄거리와 캐릭터를 설명할 수 있는 단계를 지나면 소설의 특징과 좋았던 점도 이야기해볼 수 있겠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입니다.
-이 작가는 문체, 주제, 구성 등에서 어떤 특징을 지녔다.
-이런 주제를 택한 이유는 이것이다.
-특히 좋았던 문장으로는 *페이지의 “~~”이다. 왜냐하면 이런 상황에 처했던 나의 경험을 잘 설명해주기도 하고,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해주어서 좋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왔다면 스스로 질문도 만들 수 있겠지요. 이 사람은 왜 여기서 돌아섰을까? 주인공은 왜 모두가 비난하는 데도 그를 감쌌을까? 그가 이런 결정을 내린 데에는 어떤 요인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을까? 같은 다양한 질문이 있겠습니다. 줄거리 요약, 캐릭터 이해, 그리고 소설의 특징을 잘 파악한 사람은 질문도 예리하게 할 수 있습니다. 아직 전단계를 충분히 이행하지 못했다면 질문도 역시 만들기 어렵겠지요. 좋은 질문은 그 자체로 하나의 답이 될 수 있기에 질문 만들기와 답 내리기를 목표로 책을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또한 독서모임의 다른 멤버들께도 질문 만들기 팁을 요청하고 그 답을 모아보았습니다.
- 유진: 다 읽고 비판적으로 짚어보기(캐릭터, 줄거리, 결말 등).
- 정민: 이해가 안 되는 흐름, 행동, 상황 등에 대해 짚어보기.
- 선우: 캐릭터에 나와 주변 인물을 대입해보고, 나/누구라면 어땠을까? 상상해보기.
- 슬기: 인간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해보라. 인간과 삶에 대한 성찰로 질문 열어가기.
- 재혁: 다른 사람들의 해석을 질문하기. 사람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다르니까.
타인에게 추천/만류한다면 무슨 이유일지 묻기. 특정 장면을 내 식대로 바꿔보기.
작가가 이 소설을 쓴 이유 추측하기 - 시대적 배경, 개인사, 특정 사건 등
- 민정: 작가의 의도 질문하기(주인공을 왜 이런 사람으로 설정했을까- 같은).
또한 독서 전 기대했던 바와 독서 후 느낀 점을 비교해보며 질문을 만들어도 좋겠습니다.
여기까지가 며칠간 정리한 독후질문 만들기에 대한 의견입니다.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