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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글방 희영수
판다가 물구나무 서서 소변을 보는 이유는? _ 6월 각자주행 두 번째 모임 후기 본문
목요 백권야행에도, 일요 각자주행에도 김다정 님이 한 분씩 있다. 마침 나도 김다정이라 서로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기분이 묘해진다(그렇다. 내 이름은 희영수가 아니다. 희영수는 글방 이름이다…). 백권야행에서 지정도서를 읽는다면 각자주행에선 멋대로 읽는다. 근황 이야기 시작하면 삼십 분은 가볍게 넘겨버리는, 대화에 끼어들고 싶으면 각오해야 하는 모임.
각자주행의 다정 님이 소개한 도서는 김형수 소설가의 『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였다. 문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인간을 공부한다는 것과 같다고 차분하고 따뜻한 논조로 일러주는 책이라고 들었는데, 책의 문장을 살펴보니 다소 회의적이고 냉소적인 대목도 있었다.
“예술에서 리얼리티와 모더니티를 확보하는 것은 거의 항구적인 숙제에 속하는 셈인데 ‘나는 모더니스트니까 리얼리티에 관심 없어.’ ‘나는 리얼리스트니까 모더니티에 관심 없어.’ 하는 게 얼마나 우스꽝스럽겠어요. 창작방법에 대해서 편향된 공부를 했을 때 이런 경향이 나타난다고 봅니다.”
다만 한국 젊은 시인들을 문학계 성폭력 일인자인 고은 시인의 적자로 표현한 대목이 불쾌한데 개정판에서는 수정해준다면 좋겠다.
“한국의 시는 고은의 「문의 마을에서」 「부활」 같은 곳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애매모호함으로 가득 찬 직관과 영감의 영토’를 확보하게 되는 셈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 출현한 젊은 시인들의 작품을 장르적 계보로 따지면 고은의 적자라 할 수 있어요. 애매모호함에 가득 찬, 피아니스트가 건반을 다루듯이 언어를 다루는, 혼돈의 미광이 가득 찬 직관과 영감의 세계, 그것이 인간의 삶 속에서 작동하는 생명 작용을 그려낸 언어로서의 시는 고은부터 시작되었으니까요.”
문학 전공 출신이 아니기에 작법 이론 분야의 부족함을 항상 의식하게 된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말하듯 인간과 삶에 대한 관심과 탐구야말로 문학에 닿는 길이라면 비전공자를 핑계로 글쓰기를 포기하기보다 끊임없이 삶을 관찰하며 한계를 극복하는 것만이 좋겠다. 이론은 필요한만큼 공부하되 삶을 대하는 태도 자체를 정립할 것. 오히려 그것이야말로 이론 공부보다 쉽지 않겠다는 생각에 오싹해지지만…
재혁 님이 소개한 『암컷들』(영제 BITCH)은 읽은 사람마다 호평해왔던 진화생물학계의 인기 도서. 표지를 멋지게 뽑아내는 것이 출판계 불황을 이기기 위한 생존 전략이자 트렌드라고 하지만, 이 책은 유독 표지가 멋지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진화의 갈림길에서 자연 선택뿐만 아니라 성 선택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그것도 아주 격렬하고 대담하게 이루어졌다는 것을 이제는 인정하고 이해할 때가 되었다.
재혁 님이 저자 루시 쿡의 전작 『오해의 동물원』에 등장하는 판다 이야기를 들려준 바람에 모두 뒤집어졌다. 판다가 짝짓기에 심드렁하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동물원 사육장이 아닌 자연 속에서의 판다는 사실 엄청나다고(?) 한다. 발정기가 온 암컷이 나무 위에 올라가 수컷들을 불러모으면, 기꺼이 달려온 수컷들이 나무에 물구나무서서 달라붙은 다음 ‘이것’으로 성 선택을 받고자 경쟁을 벌이는데… 더보기
진화생물학에서 성 이야기가 등장하면 무조건 재미를 보장하므로 궁금한 사람은 꼭 루시 쿡을 검색해보길 바란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듣고 단체 티셔츠를 찍자며 흥분하기도 했다.
민정 님이 소개한 첫 번째 책은 심채경 천문학자의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천문학의 의의, 천문학과 우리네 일상의 연관 등도 분명 다루지만 천문학자의 일상, 직업에 대한 고찰, 여성 과학자로서 겪는 편견 역시 피하지 않고 이야기한다. 심채경 박사님의 경험에 빗대어 민정 님 자신의 삶을 더욱 깊게 이해하게 돕는, 그야말로 문학의 쓸모를 다하는 아름답고도 멋진 책.
영화 <컨택트> 광인 민정 님이라면 역시나 이 책을 빼놓을 수 없다. 테드 창 작가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중 두 단편을 들려주셨다. <지옥은 신의 부재>와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다큐멘터리>. 머리를 쥐어뜯게 만드는 논쟁적 사고실험을 제기하는 작가 덕분에 신의 영향력이 실재한다면? 미적 판단 능력을 끄고 켤 수 있다면? 같은 질문을 던져보게 되었다. 백권야행 다음 도서로 선정해 함께 토론해봐도 좋겠다.
우리 중 책을 제일 잘 파는, 각종 출판사의 비공식 자발적 마케터 소아 님이 꺼내 든 책은 『은둔 기계』. 저자 김홍중은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인간을 ‘은둔기계’라 칭한다. 어디부터 펼쳐 읽어도 좋을 단상 형식으로 쓰인 이 책은 인간이 필요에 따라 사람들을 만나고 다시 은둔할 수 있는 동물이라고 주장하며 행위자보다 감내하는, 겪는 자의 시선으로 사회를 이해할 것을 권한다. 또한 21세기 문명의 다양한 현상은 바이러스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아직 헷갈리니 다음 주에 이어서 소아 님의 설명을 들어봐야겠다.
나는 오후 작가의 『믿습니까? 믿습니다!』를 가져왔다. 미신이 무엇인지 이야기하기 위해 선사시대에 시작된 농사부터 뿌리 깊은 가부장제, 점성술, 기원전 800년 전후에 쓰인 『주역』까지 끌고 왔을 뿐만 아니라, 당연히(?) 종교 역시 미신의 일부로 설명하고 있다. 종교인으로서는 눈물이 날, 그러나 비신자의 눈은 더욱 말똥해질 만큼 신랄하고 냉정한 전개를(사실은 재미있는) 펼치고 있다.
이 작가는 모든 종교뿐만 아니라 정치와 사상까지도 미신에 속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당신이 종교인이라면 너무 괘념치 말기를 바란다. 심지어 민족주의와 자본주의까지도 미신이라고 주장한다. 읽고 나면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는 이 재기발랄한 작가의 밤길이 어쩐지 걱정되지만, 작가는 ‘미신이 나쁘다’라기보다 미신은 인류 역사에서 떼놓을 수 없는 한 축임을 인정하고 이해하자고 좋게좋게 마무리하고 있으니 화를 내고 싶다면 전부 읽은 다음 내도록 해보자.
“만약 신이 없다면, 모든 것이 허용될 것이다.”
도스토옙스키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이렇게 말한다. 많은 이들이 종교의 특징을 금지라고 생각한다. 술을 마시지 마라. 돼지고기를 먹지 마라. 소고기를 먹지 마라, 간음하지 마라, 항문 성교는 안 된다(대체 신이 왜 이런 것까지 신이 정했다고 믿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종교의 특징은 금지가 아니다. 반대다. 신이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신의 이름으로 하면 못할 것이 없다. 그것이 순교든 테러든 대량 학살이든 종교의 힘으로 아무런 죄책감 없이 벌어진다. 물론 믿음이 선하게 작용하는 때도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사람이 순수한 악에 닿는 순간은 종교를 포함해서 자기 믿음에 가득 찬 순간뿐이다.
종교 : 미신도 프랜차이즈 / 201~202쪽
“미래를 잘 아는 그대는 다른 사람의 운명을 예언할 수 있다는데, 그대 자신은 앞으로 얼마나 더 살게 될 것 같은가?”
이제는 클리셰가 된 것인지 점술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태연하게 대답한다.
“하늘의 별자리를 보아하니, 저는 폐하보다 사흘 먼저 죽을 것입니다.”
당연히 루이 11세는 이 점쟁이를 죽이지 못했고, 이후 점쟁이의 건강에 문제가 생길까 싶어 늘 관심을 갖고 보살폈다고 한다.
부록 : 점쟁이는 자신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을까 / 248쪽
2024. 6. 16. sun 11:00 -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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