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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3/06 (4)
성북동 글방 희영수
서른세 번쯤 다시 태어났을 무렵의 일이다. 유예했던 불안이 마감 기한을 알리러 찾아왔다. 똑똑똑, 이러고 계실 때가 아닙니다. 똑똑똑,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똑똑똑, 모르는 체하셔도 소용없습니다. 모르는 체하는 것으로 사라질 일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불안은 끈질기게 내 뒤를 지킨다. 어디든 가보세요. 어디든 따라갑니다. 당신이 두려워하던 그 일이 일어날 때까지, 일어나지 않는다면 반드시 일어나도록 만들어드립니다. 불안은 떠올리는 만큼 힘을 얻는다. 점점 실제에 가까워진다. 피하고 싶던 일이 결국 벌어지게 만드는 것은 나에게 달렸다. 무시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참지 못하고 눈을 마주쳐버린다면 불안이 내 손을 잡고 그 소용돌이 속으로 끌고 들어가리라. 나약함 때문에..
그래, 고양이는 죽었냐? 집을 나서며 만난 동네 할머니한테 인사를 했더니 돌아온 말이다. 어딘지 섬뜩한 이 말은 사실 비아냥대려는 의도가 전혀 없는, 오히려 걱정 어린 눈망울로 인사하는 할머니로부터 나왔다. 우리 집 첫째 고양이 호두가 간암으로 병원에 다니며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안 뒤로 동네 할머니들은 나를 볼 때마다 고양이의 안부를 묻곤 했는데, 막상 입 밖으로 나온 말들은 대개 저런 투였다. 나는 그 말의 어감에 화들짝 놀라면서도, 그 말을 건네는 정감 어린 표정에 그만 피식 웃어버렸다. 다른 누군가가 저런 말로 내 고양이 안부를 묻는다면 우리는 틀림없이 서로의 얼굴에 주먹을 메다꽂는 관계로 발전할 것이다. 그러나 할머니들이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기에 싸우는 중인가 귀 기울여 들어..
바다에 뛰어드는 사람을 그렸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을 빚어낸 바다. 우리 모두의 고향. 우리 중 누군가는 그곳에 돌아가고 싶을지도 모르잖아. 그래서 첨벙 바다로 뛰어든 사람을 그렸다. 바닷물고기의 점박이 무늬가 가득한 노란 사람이었다. 수면 위에서부터 아래로 뻗어가는 빛도 넣고 싶었다. 그 사이로 해초가 넘실거렸으면 좋겠다. 그런데 한참을 매달려 그렸건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해초는 옥상 방수 페인트를 바른 듯한 초록색이다. 게다가 얇게 하늘거리는 대신 두꺼운 꼬챙이가 휘청휘청 휘어진 꼴이 되었다. 노란 인간은 시원하게 첨벙 뛰어드는 대신 물에 깜짝 놀라 버둥거리는 꼴이다. 어디서부터 이런 그림이 만들어졌을까. 이렇게 낯설고 답답한 그림을 내가 직접 그렸다. 여러모로 믿기지 않는 작품. 연습만이 살 길이..
바로 재벌집 며느리로 시집갈 기회를 잃었다는 뜻이다. 이 문신만 아니었다면 삼성, 현대, 엘지 어디든 시집가서 평생 놀고먹고 살았을 텐데, 얼마나 아쉬운지 모른다. 심지어 우주비행사도 문신을 새길 수 있지만, 재벌집 며느리가 될 순 없는 법이다. 몸에 그림을 박아 넣은 이후 이따금 내 마음을 쓰리게 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또 하나는 바로 일본 대중 온천에 갈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한국의 문신인들이 방문했기에 일본 온천의 프런트마다 ‘문신 입장 금지’라고 한국어로 써 붙여 두었을까. 비록 평생 한국에서 살며 자발적으로 목욕탕에 간 적이 한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지만, 먼 나라 이웃나라 일본의 온천에 마음대로 갈 수 없다는 것은 역시 매일 내 마음을 꼬집곤 한다. 마지막 하나는 평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