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재벌집 며느리로 시집갈 기회를 잃었다는 뜻이다. 이 문신만 아니었다면 삼성, 현대, 엘지 어디든 시집가서 평생 놀고먹고 살았을 텐데, 얼마나 아쉬운지 모른다. 심지어 우주비행사도 문신을 새길 수 있지만, 재벌집 며느리가 될 순 없는 법이다. 몸에 그림을 박아 넣은 이후 이따금 내 마음을 쓰리게 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또 하나는 바로 일본 대중 온천에 갈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한국의 문신인들이 방문했기에 일본 온천의 프런트마다 ‘문신 입장 금지’라고 한국어로 써 붙여 두었을까. 비록 평생 한국에서 살며 자발적으로 목욕탕에 간 적이 한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지만, 먼 나라 이웃나라 일본의 온천에 마음대로 갈 수 없다는 것은 역시 매일 내 마음을 꼬집곤 한다. 마지막 하나는 평생 모르는 할머니와 친해져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만난 할머니가 다가와 느닷없이 팔을 어루만지며 묻는다. 이거 지워지냐고. 그럼 선뜻 대답한다. “당연하죠~! 이거 지우개로 문지르면 싹 없어지잖아요~!!!” 그럼 마음씨 좋은 할머니는 크게 안도하며 덧붙인다. 여자가 몸에 이런 거 함부로 하면 큰일 난다고. 그 큰일이 뭔지는 아직 듣지 못했지만, 여자끼리만 알 수 있는 뭔가 대단한 뭔가가 있을 거라고 짐작한다. 어느 날 막 남자가 되어버리나? 몸에서 구리구리한 냄새가 나게 되나? 뭔가, 분명 뭔가가 있을 것이다. 여자에게 치명적인…! 또 하나! 카페 옆 테이블의 대화 주제를 문신으로 바꿔버리는 신비한 힘이 생긴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신나게 떠들던 사람들이 나를 보면 갑자기 조용해진다. 뒤이어 평소 문신에 갖고 있던 자신의 견해를 발표하기 시작한다. 옆 자리에서 벌어지는 문신 찬반 논란을 듣다 보면 우리나라 토론 문화가 널리 정착했다는 사실에 안도하게 된다. 문신을 주제로 여론조사를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나를 데리고 카페에 가면 좋다. 몸에 문신을 했을 때 몇 안 되는 장점 중 하나는, 문신한 사람에게 양아치라고 놀릴 수 있는 허가권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고, 내게서 그 말을 들은 사람이 어안이 벙벙해졌다가 점차 웃음을 터트리게 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나는 몹시 흐뭇해진다. 다른 사람이 하면 재미없다. 내가 해야 모두들 웃어버린다. 다른 사람은 할 수 없고, 나는 할 수 있는 농담이 생기면 되는 대로 자주 써먹는 것이 좋다. 스스로 새긴 낙인에 대해 하나는 명심하자. 사람들의 인식은 바꿀 수 없다. 이것만 잘 숙지하면 몸에 그림을 새겨 넣을 준비 중 첫 단계는 통과한 셈이다. 후회하고 싶지 않다면 이 말을 기억하라.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대신, 스스로 가진 생각을 바꾸면 된다. 내가 이 모든 것을 선택했다. 이 선택이 어떻게 비칠 지는 내게 달렸다. 모든 것은 나의 문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