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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3/07 (2)
성북동 글방 희영수
우파국에서의 첫 일기는 2079년에 쓰였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내게는 그동안의 일기를 시간 순서대로 꺼내보는 습관이 생겼다. 그것 말고는 달리 가질 수 있는 취미가 없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발령 초반의 일기들에서는 당시의 생동하던 감정들- 혼란, 흥분, 걱정 -이 매 장마다 폭발하고 있다. 신체가 젊었던 만큼 마음도 팔팔했다. 그러다 오 년 정도가 흐른 뒤에는 우주 생활에 지쳐 차갑고 건조한 우울이 우세하게 종이를 점령한다. 계약 만료를 일 년 남짓 앞두었을 때는 또다시 발령 초반과 비슷하게 감정이 요동쳤다. 지구로의 복귀를 기대하며 혼란과 흥분, 희망이 매일의 나를 일깨웠다. 결국 복귀하지 못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내게는 젊음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만이 유일한 자산이었다. 서재의 동그란 창 밖으로는..
그는 언제인지도 모르게 길을 잃었다. 어디에 가려던 것인지 아닌 지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이제 그를 기다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은 알 수 있다. 거센 바람이 빗줄기 허리를 감아 휘몰아친다. 흘러내리는 빗물에 힘겹게 눈을 떠도 사방이 어두워 주위를 분간할 수 없다. 소란스러운 어둠에 귀가 먹먹해졌다. 어쩔 줄 몰라하는 와중에도 그의 마음속에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이 있다. 내게 끝이 온다. 내게 곧, 끝이. 눈앞에 투명한 막이 생긴 듯 시야가 점점 흐려지는가 싶더니 이윽고 비좁은 주머니에 온몸이 갇혀 버린다. 발 끝부터 머리끝까지 빠져나갈 수 없게 몸을 감싸버린 주머니 속에서 그는 무의미한 발버둥을 친다. 주머니는 부드럽고 단호하다. 두려움에 폐가 쪼그라든 그가 헐떡이며 팔다리를 마구 뻗는다. 점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