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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2/08 (4)
성북동 글방 희영수
커튼을 걷고 오늘의 하늘을 처음 본 순간 생각했다. 이런 날 바깥에 안 나가는 사람은 바보라고. 서둘러 아침 식사를 하고 간단히 씻은 뒤 집 밖으로 튕겨져 나왔다. 집집마다 묵은 이불을 꺼내 빨고 바깥에 말리도록 마을방송이라도 하고 싶을 정도로 멋진 하늘이었다. 햇살 아래를 걸으면 따스하고 그늘 속을 걸으면 상쾌한 지금은 26°C. 주민 센터 앞 습도계는 34%를 알린다. 일 년 중 가장 완벽한 순간의 정확한 온도와 습도의 수치를 알아낸 것이 못내 뿌듯하다. 갓 만든 유리처럼 투명한 하늘 아래에서라면 어디든 걸어서 닿을 수 있을 것만 같다. 한동안 무섭게 내린 비에도 숲은 선퇴*를 구석구석에 남겨놓았다. 나뭇잎 사이를 헤치고 햇살이 드디어 말간 땅에 닿는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려 앓고 난 뒤 오랜만에 ..
실내에서 볼일 보는 것을 수치스러워 하는 개들 중 하나가 우리 집에 산다. 이 개는 자신이 집안일을 돕기는 커녕 배설물 처리까지 요구하기가 염치 없는 일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개는 집 안에서 절대 볼일을 보지 않는다. 대신 드넓은 하늘 아래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배변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았다. 덕분에 우리가 함께 살게 된 이래로 하루 세 번의 산책은 눈과 비도 막지 못하는 중대한 일과가 되었다. 그러나 이 산책이라는 게 보호자 입장에선 썩 재미가 없다. 매일 같은 코스의 산책이 즐거운 건 개 뿐이다. 함께 걸을 때의 리듬은 불연속적이고 예상하기 어려운 전개를 보인다. 개가 몇 걸음 걷다 말고 자꾸만 멈춰서서 코를 킁킁거리기 때문이다. 어찌나 신중해보이는지 이제 그만 가던 길 가자고 채..
ATV(All-Terrain Vehicle), 이른바 사륜 오토바이 아래에 깔리는 건 상상만큼 고통스럽지 않았다. 그저 얼얼하여 주위를 분간하기 어렵고, 어딘가 욱신거리기는 했으나 그것이 등인지 엉덩이인지 알 수 없었다. 양 손바닥과 얼굴에 모래가 폭탄 파편처럼 박혀있었다. 까슬하고 텁텁한 모래는 혀에도 덕지덕지 붙어있었는데 입을 다물면 삼킬 것 같고, 누운 채로 침을 뱉었다간 얼굴에 그대로 묻을 것 같았다. 입을 꼭 다물지도 벌리지도 못한 채 버둥거리려니 어디선가 아빠가 쏜살같이 날아와 내 몸을 덮고 있던 거대한 사륜 오토바이를 번쩍 들어 올렸다. 마치 내가 그 시간에 그 위치에서 전복될 것을 미리 알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빠른 처치였다. 이후 어떻게 빨리 달려올 수 있었느냐고 물었더니, 내가 느닷없이..
우리 개는 길에서 함부로 눕지 않는다. 집이라면 어디서나 털썩 웅크려 따뜻한 몸을 돌돌 말고 있지만 밖에서는 어림도 없다. 오래 걸어 피곤할 때는 잠깐 엉덩이를 땅에 붙이고 다소곳이 앉지만 거기까지다. 집에서처럼 무방비로 누워 힘을 빼고 있는 모습은 도통 보기 쉽지 않다. 이 예민하고 조심스러운 개는 집에서도 부드러운 천이 깔린 조용한 침실에 가서야 천천히 네 다리를 곧게 편다. 낯선 곳에서 쉽게 움찔움찔 놀라는 이 개 때문에 커피를 다 마시기 전에 카페를 나오게 될 수도 있다. 옆 테이블의 개는 길에서 태어나고 자란 듯 아무 바닥에나 넓게 누워 눈을 감고 있다. 반면 우리 개는 묵직한 컵이 테이블 위에 닿는 소리, 사람들이 몸을 움직이며 의자를 끄는 소리, 문이 갑자기 열리고 닫히는 소리에 절대 익숙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