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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글방 희영수
0808 월 / 오토바이 밑에서 흙 먹던 날 / 긴개 본문
ATV(All-Terrain Vehicle), 이른바 사륜 오토바이 아래에 깔리는 건 상상만큼 고통스럽지 않았다. 그저 얼얼하여 주위를 분간하기 어렵고, 어딘가 욱신거리기는 했으나 그것이 등인지 엉덩이인지 알 수 없었다. 양 손바닥과 얼굴에 모래가 폭탄 파편처럼 박혀있었다. 까슬하고 텁텁한 모래는 혀에도 덕지덕지 붙어있었는데 입을 다물면 삼킬 것 같고, 누운 채로 침을 뱉었다간 얼굴에 그대로 묻을 것 같았다. 입을 꼭 다물지도 벌리지도 못한 채 버둥거리려니 어디선가 아빠가 쏜살같이 날아와 내 몸을 덮고 있던 거대한 사륜 오토바이를 번쩍 들어 올렸다. 마치 내가 그 시간에 그 위치에서 전복될 것을 미리 알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빠른 처치였다.
이후 어떻게 빨리 달려올 수 있었느냐고 물었더니, 내가 느닷없이 빨리 달리는 모습에 불안해 마침 뒤를 따르던 참이었다고 했다. 덕분인지 전복 사고의 상처는 손바닥과 무릎이 조금 까지는 데서 그쳤다. 하지만 애초에 그 사륜 오토바이에 타라고 한 건 아빠였다. 나는 키가 또래보다 크긴 했지만 근력이라면 항상 평균 미달인 허수아비 같은 초등학생일 뿐이었는데!
그날 우리는 가족여행 중이었다. 언제나처럼 ‘아빠 하고 싶은 거 하는 시간’을 보내던 참이라 자연스럽게 사륜 오토바이 체험장에 와있었다. 사륜 오토바이는 커다란 바퀴가 네 개나 달린 무지막지한 놈이었다. 불곰을 본떠 기계를 만든다면 이런 모습일 것 같았다. 엄마는 그걸 보더니 손사래를 치며 차에서 기다리겠다고 돌아갔다. 그러니까, 면허도 없는 초등학생이 엑셀과 브레이크의 존재를 확인하는 설명을 들었다고 바로 몰아도 될 놈은 절대 아니었단 말이다. 그렇지만 ‘아빠 하고 싶은 거 하는 시간’의 초등학생은 별 수 없이, 처음 본 강사의 무책임한 신뢰를 등에 업고 그 위에 올라타고 말았다. 그 뒤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이미 알고 있겠지. 이 오토바이 특성상 무게 중심이 높아 커브를 돌 때 전복 위험이 높다는 것을 그때의 내가 어찌 알았으리오. 절뚝거리며 집으로 돌아올 때, 저건 두 번 다시 안 탄다고 다짐할 뿐이었다.
아빠의 ‘타봐’ 시리즈에는 후속작이 있었다. 회색 스쿠터를 산 아빠가 중학생이던 나에게 자꾸 그것을 타보라고 부추긴 것이었다. 반성 없는 아빠의 후손으로서 나 또한 대책 없이 그 위에 올라탔는데, 역시나. 엑셀을 자전거 브레이크처럼 쥐어짜는 바람에 그대로 앞에 있던 전봇대를 들이박고 말았다. 새 스쿠터에 스크래치가 주르륵 생긴 모습을 본 아빠는 그 뒤로 ‘타봐’ 하지 않았다. 무릎에 스크래치가 주르륵 생긴 나 역시 같은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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