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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2/06 (5)
성북동 글방 희영수
헛소리를 나눌 상대가 크게 줄었다. 위험하다. 이러다간 머리가 점점 굳는다. 샌드위치 가게 습격 계획 세우기, 나만의 사이비 종교 만들기, 직접 지은 속담 대결하기 등의 중대사가 논의되지 않은 채 쌓여간다. 헛소리의 주요한 효능을 이해하는 현인과 사귀고 싶다. 하루 30분 정도 헛소리를 하면 스트레스 해소, 창의력과 논리력 향상, 그리고 임기응변 능력도 키울 수 있다. 수십만 직장인들이 지겹도록 겪어왔던 딜레마를 이제야 맛보고 있다. 바로 돈을 버는 대신 포기해야 하는 것이 생긴다는 이다. 모두들 이미 한바탕 떠들어 댄 ‘직장인의 고뇌’ 시리즈. 오랜 한량 생활 끝에 이 대열에 합류할 수 있게 되어 아주 감회가 새롭고 가슴이 답답하다. 직장인으로서의 나는 꼼꼼하고 철두철미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예의 바..
슬램폭행에 대한 글을 쓴 뒤에도 한동안 찝찝했다. 그 찝찝함이 싫다. 사실 단순한 일인데. 누가 내 신체를 고의로 때렸고 나는 그게 싫다. 나 같은 피해자가 또 없길 바란다. 그래서 글을 써서 알렸다. 다음 공연에서 동의 없는 폭행이 또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지 미리 알려지길 바랐다. 실제로 내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은 이 정도다. 뭐 마이크를 뺐고 공연을 중단시킨 뒤 경찰이라도 불렀어야 했나? 다시 돌아간다 해도 쉽지 않은 일이다. 어쨌든 이 찝찝함의 근원에 대해 파헤쳐봐야 속이 시원하겠지. 며칠간 이어진 고민은 그걸 해소하기 위함이었다. 찝찝함의 첫 번째 원인은 이것이었다. 피해를 알리는 과정에서 예민하고 호들갑스러운 사람으로 비칠까 봐 걱정했다. 별 것 아닌 일을 키우는 성가신 사람이라고 여겨지고 싶지..
고독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는 내가 감당하기 힘든 스스로의 변덕 중 하나이다. 혼자가 싫다. 혼자 일어나 혼자 잠들고 싶지 않다. 날 위해 요리해 혼자 먹고 직접 치우고 싶지 않다. 혼자서도 외식과 쇼핑은 곧잘 하지만 역시 한 마디 내뱉고 싶어질 때가 있다. “옳게 된 자본주의라면 이 거지 같은 음식을 내가 먹어줬으니까 돈은 내가 받는 게 맞지 않아?”라던지 “이 옷이 나한테 이 정도로 잘 어울리면 디자이너가 그냥 한 벌 줘야 하는 거 아냐?”같은 말을. 그때마다 받아쳐줄 상대가 있었으면 좋겠지만, 아무나 그 역할을 맡아주길 바라는 것도 아니다. 혼자이긴 싫은데 그렇다고 함께이고 싶은 사람도 없다. 가족들이 있는 집에 가면 불면증에 시달린다. 어떤 사람들과는 함께 식사를 하느니 차라리 혼자 껌을 씹겠다. ..
6월 19일 오늘 저녁 라이즈호텔 15층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여덟명 가량의 남자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아마 그 가해자들은 그 행위를 ‘슬램’이고 ‘공연 문화’ 중 하나라고 변명할 것이다. 슬램은 소위 말해 펑크나 메탈 공연에서 벌어지는 뺑소니 사고이다. 그 이상의 친절한 설명은 하고 싶지도 않다. 오로지 가해자만이 ‘문화’라고 부르는 행위일 뿐이다. 효도앤베이스 밴드 공연 중 마지막 곡이 시작되던 찰나에 갑자기 일고여덟 명의 남자들이 떼를 지어 공연을 즐기던 사람들을 밀쳐내고 가운데로 뛰어들어 마구잡이로 뛰면서 서로에게 몸통박치기를 했다. 앞자리에서 공연을 즐기던 나는 황소처럼 날뛰는 가해자들에게 부딪혔고, 이 정신없는 과정에서 겨우 넘어지지 않으려 애쓰며 바깥으로 도망쳤다. 밖으로 나와보니 내 앞과 주..
식당에서 주문한 메뉴가 나오기 전까지 무엇을 하며 기다려야 좋을지에 대한 속 시원한 답을 오랫동안 찾아왔다. 카페라면 한결 수월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곳만의 재미있는 인테리어를 하나하나 뜯어볼 수도 있고 책장에 꽂혀있는 책을 뒤적거려도 된다. 애초에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각오를 하고 가는 곳이기도 하고. 그러나 오로지 식사를 위해 방문한 식당에서 목적을 달성하기 전에 주어지는, 짧다면 짧고 (어색한 사람들과 함께라서) 길다면 긴 시간 동안 뭘 하면 좋을까. 함께 온 이들을 위해 수저를 놓아주고 컵에 물을 따라 나눠주며 한바탕 부산을 떨고 난 뒤에도 여전히 음식 소식은 요원하다면? 나는 그 답을 에밀 출판사의 『놀라운 리얼 종이접기 2 - 하늘을 나는 생물 편』에서 찾았다. 사각주머니*를 미리 접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