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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글방 희영수
0627 월 / 하루 30분 헛소리 처방 / 긴개 본문
헛소리를 나눌 상대가 크게 줄었다. 위험하다. 이러다간 머리가 점점 굳는다. 샌드위치 가게 습격 계획 세우기, 나만의 사이비 종교 만들기, 직접 지은 속담 대결하기 등의 중대사가 논의되지 않은 채 쌓여간다. 헛소리의 주요한 효능을 이해하는 현인과 사귀고 싶다. 하루 30분 정도 헛소리를 하면 스트레스 해소, 창의력과 논리력 향상, 그리고 임기응변 능력도 키울 수 있다.
수십만 직장인들이 지겹도록 겪어왔던 딜레마를 이제야 맛보고 있다. 바로 돈을 버는 대신 포기해야 하는 것이 생긴다는 <직장인 등가교환의 법칙>이다. 모두들 이미 한바탕 떠들어 댄 ‘직장인의 고뇌’ 시리즈. 오랜 한량 생활 끝에 이 대열에 합류할 수 있게 되어 아주 감회가 새롭고 가슴이 답답하다.
직장인으로서의 나는 꼼꼼하고 철두철미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예의 바르고 사려 깊은 대화 매너는 기본이다. 눈치 빠르게 주변을 살피고 책임감 있게 맡은 바를 끝내야 한다. 그러니까 이전까지의 나와 반대로 행동하면 된다는 거다. 이 ‘직장인 나’를 유지하기 위해 드는 에너지는 대충 살던 나를 유지할 때보다 갑절이 든다. 긴장하고 예민한 상태가 지속된다. 사실 스트레스로 가득한 사람은 오히려 새로운 것을 빨리 배울 수도 있다.
*2013년 전남대학교와 영국 브리스톨대학의 공동연구 발표에 따르면 급성 스트레스로 인해 뉴런의 신경세포 수용체인 AMPA 수용체가 칼슘 불투과 형태에서 투과 형태로 변화하며 신호 전달의 강도가 증가하며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스트레스가 만성적으로 가해질 경우 세포 내 칼슘이 증가하며 오히려 신경 세포에 해를 끼칠 수 있으며 시냅스 신호 전달도 감소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입사 이래로 한동안 나는 적당한 긴장 속에서 밀도 높은 양질의 지식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나는 실수가 잦다. 이전에는 몰라서, 해본 적이 없어서 피하지 못한 실수를 했다면 최근에는 해야 할 일을 아예 잊는 실수를 하고 있다. 꿈에서도 못다 한 일을 마무리하며 괴로워한다. 실수를 줄이려면 쉬는 날 사고의 방향을 돌려 일 생각을 줄일 필요가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라도 헛소리를 꼭 해야겠다 이 말이야.
이전으로 되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새로 만난 사람들이 마음에 들고 하는 일도 재미있고 잘하고 싶다. 일 년 전엔 몰랐던 재미있는 사실들이 많다. 그러나 주어진 일을 전부 잘 해내지 못할 것 같다. 욕심과 현실 사이에서 지친다. 쉬는 날 마음이 불편하다. 마음껏 놀고 싶은데 일단 눕게 된다. 30년 넘게 회사를 다닌 아빠는 그래서 화가 많았구나.
어쨌든 헛소리 좀 해야겠다. 하루에 30분씩이라도 시답잖은 말 하기 챌린지를 시작하겠다. 상상의 이야기로 나를 말랑하게 풀어내고 새로운 동력을 얻어갈래.
* https://scienceon.kisti.re.kr/srch/selectPORSrchTrend.do?cn=SCTM00122318
** http://www.koreascience.kr/article/JAKO201325360833550.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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