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전시
- 동시대의친구나무새롭게사귀기
- 에로잉
- (null)
- MPB
- Brazilian
- 길위의인문학
- 긴개의사자성어
- 긴개
- 영화
- 단편소설
- 버추얼리얼리티
- 희영수
- 드로잉
- 서평
- 성북동글방희영수
- 성북동
- bossa nova
- 라현진
- 2024길위의인문학
- latin jazz
- 성북동희영수
- 에코샵홀씨
- 글방
- post-treeproject
- 사자성어
- 에세이
- soul
- 성북동글방
- 긴개만화
- Today
- Total
목록전체 글 (386)
성북동 글방 희영수
비둘기들은 고양이들이 얄미웠다. 고양이는 매일 햇볕 잘 드는 슬레이트 지붕 위를 차지했고 때때로 동네 사람들에게 먹이를 얻어먹었다. 주기적으로 신선한 물도 마실 수 있었고 부드러운 손길로 예쁨받기도 했다. 그에 비해 비둘기들은 먹이를 찾으러 길 위를 구석구석 헤집고 다닐라치면 꼭 누군가의 발길질이 훼방을 놓곤 했다. 그나마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은 제 먹을 것도 부족한 노숙자 뿐이었다. 더러운 노숙자와 비둘기 무리를 본 사람들은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않으며 멀찍이 떨어져 갔다. 비둘기들은 처지가 다를 것 없는 고양이에겐 호의를 베푸는 사람들에게 불만을 느꼈다. 비둘기에 대한 인간들의 인식 개선을 위한 방안 모색 대토론이 전철역 지붕에서 열렸다. 우선 내부적인 자정 작용이 필요하다, 우리가 인간에게 ..
그곳은 바로 서울숲. 가기 전엔 꼭 텀블러를 챙기세요. 넓은 공원 이리저리 걷다보면 목이 마릅니다. 곳곳에 숨어있는 급수대를 이용해도 좋습니다. 쓰레기통도 적당한 거리마다 배치되어 있고 나무 그늘과 햇빛 내리쬐는 구역의 면적이 잘 어우러져 있어 좋습니다. 더우면 그늘 아래 벤치로, 서늘할 땐 햇빛 아래로 마음껏 쏘다닐 수 있습니다. 아기와 강아지가 폴짝폴짝, 페인트를 부은 듯 새파란 하늘, 파도치는 나뭇잎 사이에 한 움큼 빨갛게 익은 이파리.
방송의 판도가 참 빠르게 바뀌고 있구나 이 프로그램을 보며 느낍니다. 나보다 나이가 더 많거나 선생님이었던 사람에게 줏대있고 솔직한 의견을 어필해도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과 스스로를 응원하고 긍정하는 당당함 등 다양한 인간상을 비춰주어 즐거웠습니다. 비밀의 숲2 이후 매 회 챙겨보는 유일한 티비 프로그램입니다. 살면서 처음으로 나이키 조던을 신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혼자 있을 때 뭘 먹을 지 결정하는 것은 어렵다. 샌드위치나 수프, 샐러드, 과일 등이 좋지만 두 끼 연속으로 먹고 나면 저녁 즈음에 매콤 달달한 메뉴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다. 기껏 건강하게 식사해놓고 잠들기 한두 시간 전에 기름 줄줄 흐르는 자극적인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몰려오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기절한다. 사 먹는 것도 하루이틀이요 외식도 두세 번이니 집밥을 베이스로 탄탄히 다져놔야 하는데 도대체 자기 혼자 벌고 먹이고 씻기고 치우고 입히고 어떻게 다 잘 해내냔 말이야.
카페 창가 자리에 앉았다. 카페 앞 길은 폭이 좁아서 사람과 차가 서로 부대끼며 다녔다. 고개를 숙여 그림을 그리다보면 행인의 엉덩이가 불쑥 유리 밖 이마 께를 스쳐 흠칫 놀라기도 했다. 한참 연필을 이리저리 굴려 페이지를 채워나가고 있었는데 똑똑 검은 손이 코 앞 유리를 두드렸다. 화들짝 고개를 들어보니 마스크는 썼지만 초첨은 내 눈이 아닌 정수리로 향한 듯한 남자가 중얼중얼 말을 걸고 있었다. 얼빠진 표정의 나를 보더니 그는 카페 문을 열어 다시 말을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말일까 궁금해 들어나보자 하고 기다렸으나 중얼맨은 문장 하나를 제대로 끝맺지 못했다. 배가 고프다는 것 같기도 하고 노숙을 끝내고 싶다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그 얘길 갑자기 나한테 왜 하는 건데. 아씨 이 색기 밥을 사줘야 하..
우연히 웹툰 를 통해 김보통 작가님을 알게 되었다. (그 '우연히'에 대해서 나중에 쓸 기회가 있길 바라며..) 이후 김보통 작가님 팬이 되어 역시 쾌속 주파! 하고 싶었으나 거칠고 건조하고 공포스러운 만화 분위기에 읽는 내내 괴로워 최종화까지 전부 보았는지는 확실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도 그 만화 덕분에 또래 남자애들이 끌려갔다 오는 군대라는 특수한 집단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볼 기회를 얻었다. 만화를 보면서 '군대에 가지 않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하고 계속 생각했으니까. 아만자 - 김보통 - 일상 - 웹툰 - 레진코믹스 '부모님과 남동생, 그리고 2년 사귄 여자친구, 평범한 스물여섯의 가을, 나는 암에 걸렸고 기적을 바라게 됐다. ' 김보통 특유의 위트와 해학이, 절망적이지만 그래서 더욱 진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Shang-Chi and the Legend of the Ten Rings (2021) (참고로 나는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텐 링즈'가 중국어가 아닌 '10개의 반지들'임을 알았다....) 상영시간 10여 분을 남기고 영화관 입구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포스터를 보고나서야 가 마블 코믹스 시리즈의 새 영화이고 주인공이 아시안이라는 걸 알았다. 신나게 때려부수는 영화인줄 알았으면 진작 보러왔을텐데! 어떻게 지금껏 광고 한 번 보지 못했을 수가 있지? 모든 마블 영화를 다 관람했는데도 왜 나를 타겟으로 잡지 않았어? 살짝 서운할 뻔 했다. 엄마는 를 보고 싶어했지만 상영 시간이 애매하다고 를 골랐다. 덕분에!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티저 예고편 액션의 차원이 다른 스펙타클함! 새로..
일찍 일어나던 루틴이 사라지고 새벽을 며칠 지새고 나니 하루 시계가 빠르게 망가집니다. 원하는 자리로 톱니바퀴들을 되돌려놓고 싶어요. 아침마다 명상을 해볼까 합니다. 잠에서 깨면 눈을 감은 채로 한동안 자유롭게 생각해야 해요. 그 때 아이디어가 많이 생기고 명상 이후 해야할 일에도 쉽게 집중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핸드폰을 방 밖에 두고 잠드는 것부터 해야합니다. 빨리 잠에 들고, 빨리 몸을 이불 밖으로 끄집어 낼 수 있으려면요. 그런데 … 잠들기 전에 앉민 님과 인사를 나누고 하다보면.. 핸드폰을 베개 옆에서 떼어놓기가 보통 힘든 일이 아닙니다. 퇴근이 늦은 앉민 님 업무 특성상 저 역시 늦게까지 깨어있게 됩니다. 제 생활 패턴을 유지하고 하루를 알차게 쓰려면 1. 같이 살거나 2. 퇴..
평소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느끼는 대로 감정을 드러내는 사람보다 주변 사람들에게 속내를 감추는 데 익숙한 사람이 술에 취했을 때 더 의외의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요. 더 크게 웃고 안 하던 욕도 하고 엉망진창인 춤도 추고 스킨쉽도 하고 짜증도 냅니다. 술의 힘을 빌려 어리광을 부리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귀엽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