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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글방 희영수
0921 화 / 서울랜드 속 희황세계 / 긴개의 사자성어 본문
희황상인 [羲皇上人]
복희 희 / 임금 황 / 위 상 / 사람 인
1. 복희씨(伏羲氏)* 이전의 사람.
* 삼황오제(三皇五帝)의 첫머리에 꼽는 중국 고대의 전설상의 제왕 또는 신. 그물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고기잡이를 가르치고 팔괘(八卦)를 만들었다고 전한다.
2. 세상일을 잊고 한가하고 편안히 숨어사는 사람.
+
희황-세계 [羲皇世界]
1. 복희씨 이전의 오랜 옛적의 세상.
2. 백성이 한가하고 태평하게 사는 세상.
서울대공원 위에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이 있고 또 그 위에 서울랜드가 있습니다. 남산 집에서 찾아가려면 롯데월드나 에버랜드보다 서울랜드가 가깝지만 어쩐지 마음 속 거리는 그 반대입니다. 이틀 연속으로 찾은 과천은 어제만큼이나 뜨겁고 밝았습니다.
저와 동생은 엄마 손 잡고 서울랜드에 온 애들 중 가장 연식이 높아 보였습니다. 동문으로 야간 자유이용권을 끊고 입장하자마자 제일 가까운 롤러코스터 ‘블랙홀 2000’에 도전했습니다. 무서운 놀이기구에 탈 거라 기대하지 않았던 엄마도 갑자기 옆자리에 올라탔습니다. 간만에 찾은 놀이공원에 두근거렸던 마음은 낡은 열차가 덜덜거리며 출발함과 동시에 불안함으로 바뀌었습니다.
무겁고 딱딱한 안전바가 어깨뼈를 아프게 조였고 좌석과 레일 사이에는 어떠한 완충재도 없어 쇠와 쇠가 부딪히는 충격이 고스란히 온 몸으로 전해졌습니다. 덜컹거리는 좌석에 갇힌 채 빠르게 내달리는 열차 위로 푸른 하늘이 어찌나 맑던지! 칠이 벗겨진 그림이 휙 눈 앞을 스칠 때 이 열차가 통째로 탈선해 멀리 튕겨나가는 상상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고문 같던 시간도 결국 끝이 났고, 호기롭게 열차에 올라탔던 우리들은 산발이 된 머리로 절룩절룩 출구 계단을 내려왔습니다.
이후 우리는 격하고 무서운 놀이기구보다 안전하게 도보로 구경할 수 있는 ‘착각의 집’, ‘쥬라기랜드’ 등에 다녀왔습니다. 외부와 내부 모두 우스꽝스럽게 촌스러워서 어린 시절 엄마 손을 잡고 온 그 때로 돌아간 듯한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그 속도에 어질어질 정신 차리기 힘들었는데, 이 서울랜드 속은 느긋하게 흘러가고 있었구나. 나뭇꾼이 신선과 잠시 바둑을 두고 산을 내려와보니 세상의 시간은 몇 십 년이 훌쩍 흘러있더라는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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