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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3/10 (3)
성북동 글방 희영수
방미선은 포장 이사를 부를 걸 하고 벌써 수십 번째 후회했다. 이삿짐을 일일이 싸는 것도 징그럽게 힘들었지만, 지저분한 집을 직접 청소하고 다시 그 꾸러미들을 푸는 것 역시 끝이 없을 것처럼 힘들었다. 새 집은 이전보다 월세가 훨씬 저렴하지만 그 대신 몹시 낡았다. 미선이 어릴 때나 유행했던 알루미늄 창틀을 용케도 지금까지 달고 있다. 게다가 문은 또 어찌나 많은지, 이곳저곳 열 때마다 새끼 고라니처럼 끼익 끼익 비명을 질러댔다. 돈만 아쉽지 않았어도 이렇게 다 쓰러져가는 주택으로 올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사 온 첫날 밤, 미선은 안방 구석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새로 바른 벽지 아래로 직사각형 모양으로 움푹 파인 자국이 있었다. 허리를 수그리면 그 직사각형 안으로 몸이 통과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방문은 처음이었다. 이름도 주변 지리도 낯설다. 아무리 전시 방문 빈도가 낮은 편이라 해도 명색이 미술학도였는데 이렇게 미술관이 낯설어서야 되겠나. 쓸데없이 자존심이 상했다. 검색해 보니 개관일이 올해 4월 4일이라니. 그럼 그렇지. 미술관에 잘 가진 않지만 내가 모르는 미술관이 많아선 안 되지. 전혀 낯설지 않은 척, 당당하고 느린 걸음걸이로 야트막하게 옆으로 넓게 펼쳐진 새 건물에 입성했다. 비록 어슐러 K. 르 귄이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에서 ‘예술은 해설이 아니다. 예술가는 예술을 할 뿐 설명하지 않는다. 내 생각은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작품을 주목해야 할 이유’나 작품을 ‘감상하는 법’을 쓴 작가의 설명이 곁들여진 현대 미술이 불만스럽다.’고 말했지만, 나는 서..
모처럼 긴 휴일을 맞은 정민 씨가 평창동의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에서 열리는 전시 관람을 제안하기에 흔쾌히 그러자 했다. 여기서 ‘흔쾌히’란, 평상시의 내가 도통 여유 시간을 전시 관람에 할애하는 타입의 사람이 아님을 두드러지게 하려는 말이다. 공과대학을 졸업한 정민 씨가 먼저 전시 관람을 제안하고 미술대학을 졸업한 내가 수동적으로 응하는 데에는 혹시 ‘관람’에 대한 다른 잣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제야 생각해 본다. 전시를 ‘본다’는 건 뭘까. 전시장에 도착해 바닥에 그려진 화살표를 따라 걸으며 벽면에 붙은 뭔가를 흘끔흘끔 보고, 때로는 핸드폰을 꺼내 찍다가 어느새 화살표를 따라 전시장 밖으로 나오는 것이 관람의 처음과 끝인 경우도 있을 것이다. 더 넓게 보자면 취향에 맞는 전시를 찾아 검색하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