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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글방 희영수
0922 수 / 불효자의 희채오친 / 긴개의 사자성어 본문
희채오친 [戱綵娛親]
놀 희 / 비단 채 / 즐거워할 오 / 어버이 친
1. 오색 비단 옷을 입고 어버이의 마음을 즐겁게 하는 일.
2. 중국의 老萊子(노래자)가 일흔 살에 오색 옷을 입고 어버이 앞에서 어린애 짓을 하여 어버이를 즐겁게 하였다는 옛일에서 온 말.
= 老萊之戱(노래지희). 班衣之戱(반의지희). 彩衣娛親(채의오친).
추석 당일 본가에 들르니 어버이 낯빛이 심상치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간만에 반가운 호통을 듣고야 말았는데, 그 내용은 이러하였다. 연휴는 토요일부터 수요일까지 길었건만 어찌 하여 자식 놈들은 추석 당일 식사 시간에만 잠깐 들러 얌체같이 밥만 홀랑 먹고 가려는 것이냐, 이게 생각이 있는 모양이냐 없는 모양이냐 아주 다들 제정신이 아니다! 결혼도 안 한 처녀의 몸으로 시댁의 잔소리를 듣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 구심점이 사라진 친척들은 이전보다 덜 보게 되었다. 조상의 중요성이니 뭐니 떠들어놓고 할머니 한 분 부재로 이렇게 느슨해지는 꼴이라니 우습기 짝이 없지. 친척들의 자질구레한 사정들로 노동할 여자들이 줄어든 것도 명절의 힘이 빠진 큰 원인이었다. 덕분에 어릴 적부터 시달린 명절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뻥 뚫린 서울 시내를 몇 년 간 자유롭게 쏘다닐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 명절도 마음 편하게 가족들 얼굴이나 보고 밥이나 먹고 온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것이 어버이 마음엔 썩 내키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 말이 옳든 그르든 부모 기분을 먼저 풀어드리는 것이 불효자의 자세인지라 동생과 나는 열심히 대화의 주제도 바꾸고 농담을 던지고 애교도 부렸더랬다. 편히 앉으시라고 레스토랑 서버처럼 의자도 빼드리고 멀리 있는 갈비도 앞에 갖다드리니 피식 웃으며 수저를 들기 시작했다. 과연 먹힐까 조마조마했지만, 예전보다 힘이 수그러든 아빠는 자식들 능청에 못 이기는 척 식탁에 앉았다. 하지 말라는 짓은 다 찾아 해내는 불효자일지라도 희채오친한다면 어버이를 웃길 수 있구만. 다른 효자들 발뒤꿈치는 못 따라가도 나는 나만의 불효길을 간다.
갑자기 지난 날의 아빠 말이 생각나서 옮긴다.
“ 너 폰 바꿀거면 효도 폰으로 해라 “
“ ??? “
“ 그렇게라도 효도 좀 하라고 “
나는 나만의 불효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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