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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글방 희영수
0815 월 / 날아다니던 보물 찾기 / 긴개 본문
실내에서 볼일 보는 것을 수치스러워 하는 개들 중 하나가 우리 집에 산다. 이 개는 자신이 집안일을 돕기는 커녕 배설물 처리까지 요구하기가 염치 없는 일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개는 집 안에서 절대 볼일을 보지 않는다. 대신 드넓은 하늘 아래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배변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았다. 덕분에 우리가 함께 살게 된 이래로 하루 세 번의 산책은 눈과 비도 막지 못하는 중대한 일과가 되었다.
그러나 이 산책이라는 게 보호자 입장에선 썩 재미가 없다. 매일 같은 코스의 산책이 즐거운 건 개 뿐이다. 함께 걸을 때의 리듬은 불연속적이고 예상하기 어려운 전개를 보인다. 개가 몇 걸음 걷다 말고 자꾸만 멈춰서서 코를 킁킁거리기 때문이다. 어찌나 신중해보이는지 이제 그만 가던 길 가자고 채근할 엄두도 나지 않난다. 오랫동안 참은 소변도 한 번에 처리하지 않고 다람쥐가 도토리 숨기듯 구석구석에 흩뿌린다. 이는 개의 방광이 한 번에 소량의 소변만 배출할 수 있게 기능하는 탓이니 별 수 없이 기다린다. 완전히 멈춰 선 것도 아니고 성큼성큼 걷지도 못하는 이 산책에서 내 역할이란 똥 줍기, 똥 버리기, 줄 꽉 잡기가 전부이다.
이 단조로운 루틴에 최근 활기가 더해졌는데, 그것은 내게도 산책하는 동안의 미션이 생겼기 때문이다. 매일 가는 뒷산에서 개가 제나름의 볼일을 보는 동안 나는 주변에 떨어진 깃털을 줍기 시작했다. 새의 보온 역할을 하는 솜털 같은 작은 속깃털은 그대로 내버려둔다. 내가 찾는 것은 색이 선명하고 깃대가 튼튼한 겉깃털이다. 주로 날개나 꼬리에 쓰이는 겉깃털들은 비교적 에너지 소모가 적은 비번식기에 깃털갈이로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와 덤불 속이나 나무 아래, 풀 사이에 조용히 자리를 잡는다. 새로운 냄새를 맡느라 바쁜 개 옆에서 나는 간밤에 새로 떨어진 깃털은 없나 열심히 두리번거린다.
처음엔 물까치 깃털이 갖고 싶었다. 검은 색 머리에 흰 배, 곱고 맑은 하늘색의 날개와 꼬리깃을 가진 물까치는 성격이 대단히 더럽다*. 여러 마리가 함께 다니며 마음에 안 드는 새가 있으면 쥐 잡듯이 괴롭히는데 그 모습도 좋았다. 저렇게 멋진 새를 기념할 만한 깃털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주변을 찾다보니 어느 새 물까치 뿐만 아니라 까마귀, 까치와 오리, 주인 모를 작은 새의 깃털까지 스물 한 개를 모았다.
깃털을 발견하면 우선 기쁨의 발 동동구르기를 행한다. 그 뒤 모양이 망가지지 않게 조심히 집에 가져와 샴푸로 깨끗이 빨고 잘 말려 둔다. 한 데 모아놓고 보니 든든하다. 이 보물로 해보고 싶은 일들이 보글보글 거품처럼 머리속에서 솟아난다. 백우선**처럼 한데 엮어 부채를 만들까. 끝을 깎아 깃펜이나 만들까. 날개 전체를 복원할 수 있게 부위 별로 종마다 끝까지 모아볼까. 두꺼운 종이에 일렬로 꽂아 액자에 넣고 관찰할까. 귀걸이 재료로 써볼까. 먼 곳의 친구에게 편지를 쓸 때 하나씩 넣어보낼까. 함부로 쓰기엔 너무 아깝고 예쁘다.
깃털 수집은 그 목적이 불분명하더라도 계속 될 것이다. 숲 구석구석을 열심히 살피다가 새로운 깃털을 발견하는 순간이 즐겁다. 예쁜 깃털을 들여다보며 누구의 어느 부위 깃털이었을지 맞춰보는 것도 재미있다. 깃털의 주인들이 아직 이 지역에 함께 산다는 징표이기도 하다. 이후 생태계가 더 파괴되고 나면 이 보물찾기는 더 이어나갈 수 없을 것이다. 볼 수 있을 때 모아둬야 한다.
*물까치 뿐만 아니라 까마귀과 새들은 대부분 호전적이니 육추기에는 시비 걸리지 않게 조심하는 편이 좋다. 까치, 어치, 까마귀 등…
**삼국지의 제갈량이 사용했다는 흰 깃털 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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