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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글방 희영수
0711 / 월 포진걸 디스크보이 탈모걸 / 긴개 본문
직장 동료의 손과 발에 작은 물집들이 잡혔다. 증상을 검색해보니 한포진과 비슷하다. 통증이 심하지 않아 대상포진은 아닐 것이다. 한포진의 발병 원인은 확실하지 않다. 의사들도 다한증이나 스트레스, 유해물질 노출 등으로 이유를 짐작할 뿐이다. 몸의 표면에 나타난 이 투명한 물집들은 무슨 신호일까? 일을 잠시 쉬고 왕창 놀면 스트레스가 풀려 깨끗이 낫는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혹은 손에 물 묻히지 않게 해 줄 노예를 구하라는 계시 인지도 모른다. 몸속의 무언가가 정상적인 순환을 방해하여 피부에 경고를 남기고 있다.
애인은 한동안 요추 추간판 탈출증에 시달리며 부쩍 예민해졌다. 그렇다고 해서 까칠해지거나 표정이 매서워지지는 않는다. 그저 시름에 잠겨 청초하고 아름다운 웃음이 줄어들고 있다. 허리에서 느껴지는 아찔한 통증은 두통이나 타박상으로 느끼는 것과는 다르게 의미심장하고 불안한 신호로 다가온다. 게다가 허리 통증으로 당장 해야할 일을 손 놓고 있으려니 스스로 무력하다는 생각이 자꾸만 솟아난다. 본성이 부지런한 사람이라면 통증 때문에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이 더욱 가혹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허리 아픈 사람에게 고양이 똥을 대신 줍게 했다. 반성하겠습니다.
척추뼈 사이의 쿠션 역할을 하는 추간판 속 수핵이 주변에 터져 나와 신경을 압박하고 염증을 일으키는 이 고질병 역시 뚜렷한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허리 근육이 약해서, 혹은 잘못된 자세 때문일 수도 있고 유전적인 원인이나 외부 충격 때문일 수도 있다. 까닭 모를 누수에 몸 주인은 허둥지둥 우왕좌왕이다. 이제 바쁠 일만 남았는데 치료는 언제 하나. 저 맑은 샘물 같은 얼굴에 드리워진 그림자는 내 마음의 창문까지 뻗쳐온다.
나는 멀쩡하다. 머리통에서 금쪽같은 머리털이 우수수 떠나가는 것만 빼면 괜찮다. 자세는 나도 삐뚤고 굽었는데. 스트레스는 나도 받는데. 물집이며 디스크는 전부 나를 피해 갔네. 그래도 모른다. 이런 글을 괘씸하게 써제낀 벌로 물집도 디스크도 전부 떠안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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