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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글방 희영수
0704 월 / 떠날 마음과 떠나온 마음 / 긴개 본문
숨 막히게 괴로워 문득 인천공항에 간 적이 있다. 공항은 시간 때우기에 훌륭한 곳이다. 우선 구석구석 깨끗하고 쾌적하다. 인기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이 마구 모여있다. 많은 인파에 비해 소음은 견딜만한 수준이다. 어디에선가 시끄럽게 터져나온 소리들이 넓고 높은 공항을 미처 채우지 못하고 우우웅 줄어들어버린다. 피곤하면 어디든 털썩 앉아 쉴 수 있다. 화장실도 발길 닿는 곳마다 준비 완료. 쓰다보니 인천공항이기에 이런 장점을 꼽을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이다. 이곳에서 사연 없는 눈빛은 없다. 급하게 출국장을 찾느라 허둥대면서도 들뜬 마음으로 발그레한 얼굴들이 우르르 사라지고 나면 잠든 아이를 업고 지쳐 말도 잊은 젊은 부부가 지나간다. 각양각색의 캐리어들이 요리조리 굴러가는 모습도 질리지 않는다. 입국장 앞을 서성이다 문이 열릴 때마다 기다리던 얼굴이 보이는지 목을 빼는 사람들의 간절함은 또 어떻고. 전광판에 뜬 전 세계 나라 이름들을 보며 도대체 저기에 가면 뭘 하고 노는 걸까, 왜 가는 걸까 상상하다보면 머리 속에서 영화 한 편이 시작된다. 어떤 충동이 이 사람을 떠나게 하는가. 업무 때문일수도 있다. 절대 알아맞출 수 없을 이유로 먼 거리를 떠날 사람들과 떠나온 사람들이 가득한 이 생동하는 공기가 내게도 스민다. 끓던 마음 사이로 바람이 불었다.
나는 여행의 매력을 모른다. 집에서 멀어지는 건 두렵다. 아침에 낯선 방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아. 낯선 골목과 가게와 나무에 천천히 정을 들였다가 헤어지는 것도 싫어. 그러나 어떤 날에는 지갑만 들고 영영 떠나버리고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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