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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글방 희영수
0621 화 / 투덜거리는 고독가와의 산책 / 긴개 본문
고독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는 내가 감당하기 힘든 스스로의 변덕 중 하나이다. 혼자가 싫다. 혼자 일어나 혼자 잠들고 싶지 않다. 날 위해 요리해 혼자 먹고 직접 치우고 싶지 않다. 혼자서도 외식과 쇼핑은 곧잘 하지만 역시 한 마디 내뱉고 싶어질 때가 있다. “옳게 된 자본주의라면 이 거지 같은 음식을 내가 먹어줬으니까 돈은 내가 받는 게 맞지 않아?”라던지 “이 옷이 나한테 이 정도로 잘 어울리면 디자이너가 그냥 한 벌 줘야 하는 거 아냐?”같은 말을. 그때마다 받아쳐줄 상대가 있었으면 좋겠지만, 아무나 그 역할을 맡아주길 바라는 것도 아니다. 혼자이긴 싫은데 그렇다고 함께이고 싶은 사람도 없다. 가족들이 있는 집에 가면 불면증에 시달린다. 어떤 사람들과는 함께 식사를 하느니 차라리 혼자 껌을 씹겠다. 누굴 만나긴 귀찮은데 혼자인 것도 지겹다. 누가 집에 놀러 오면 반갑지만 두 시간 뒤엔 돌아가 줬으면 좋겠다. 이쯤 되면 내 비위 맞추기란 3D 업종에 가까워진다. 이렇게 까탈스러우니 혼자인 게 당연하다. 타인을 위해서라도 마땅히 그래야만 할 것 같다.
혼자 집에 있기 싫어 뛰쳐나오더라도 신경과민으로 금세 피곤해진다. 인구가 많은 곳일수록 싫어하는 유형의 사람과 마주칠 확률이 높아진다. 몸을 찬찬히 훑는 사람, 길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 코를 판 손으로 전철 손잡이를 잡는 사람, 기껏 길을 알려줬더니 보답으로 사이비 종교를 권하는 사람, 피할 수 없는 길에서 담배를 피우며 다가오는 사람 등등…. 나는 외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자극에 쉽게 반응하며 한층 표독스러운 고독인의 면모에 가까워져 버린다. 남들이 내 기준에 맞춰 행동하길 기대하다니 멍청하고 귀여운 나. 그런 희망이 타인을 더 미워하고 나를 괴롭게 하는 거야. 그렇지만 생면부지의 인간들아 우리 조금만 더 서로를 존중할 순 없을까.
이런 내 곁에서 아침저녁으로 산책에 동행하는 애인의 존재는 해묵은 곰팡이에 내리쬐는 햇살과도 같다. 역시 예민한 감도를 지녔으면서도 선한 본성으로 자극을 부드럽게 소화해내는 사람. 도통 투덜대거나 불평하지 않는 사람. 이 태도는 도리어 나를 두렵게 한다. 가볍게 흘려보낼 수 있는 일을 나 혼자 죽자 사자 매달려 스스로를 좀먹고 있던 건 아니었을까 되묻는다. 이 사람을 봐. 물론 그 머릿속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반도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태도와 눈빛 만으로도 나는 하염없이 쓸려내려 가다가 한 가닥 동아줄을 잡은 듯한 기분이 든다. 내 고독과 불평은 별 것 아닐 수도 있다. 혹 대단한 일이었대도 견뎌낼 수 있을지 모른다. 혹은 견뎌내야만 할 것이다. 이 사람이 나로 인해 함께 쓸려가지 않게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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