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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글방 희영수
0619 일 / 공연뺑소니 슬램 폭행에 대하여 - 효도앤베이스 공연 / 긴개 본문
6월 19일 오늘 저녁 라이즈호텔 15층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여덟명 가량의 남자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아마 그 가해자들은 그 행위를 ‘슬램’이고 ‘공연 문화’ 중 하나라고 변명할 것이다. 슬램은 소위 말해 펑크나 메탈 공연에서 벌어지는 뺑소니 사고이다. 그 이상의 친절한 설명은 하고 싶지도 않다. 오로지 가해자만이 ‘문화’라고 부르는 행위일 뿐이다.
효도앤베이스 밴드 공연 중 마지막 곡이 시작되던 찰나에 갑자기 일고여덟 명의 남자들이 떼를 지어 공연을 즐기던 사람들을 밀쳐내고 가운데로 뛰어들어 마구잡이로 뛰면서 서로에게 몸통박치기를 했다. 앞자리에서 공연을 즐기던 나는 황소처럼 날뛰는 가해자들에게 부딪혔고, 이 정신없는 과정에서 겨우 넘어지지 않으려 애쓰며 바깥으로 도망쳤다.
밖으로 나와보니 내 앞과 주변에 서있던 모든 사람들은 공연장 가장자리로 밀려나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밀려난 사람들은 대부분 여자들이었다. 공연 앞과 가운데를 차지한 건 오로지 그 키와 덩치가 큰 남자들 뿐이었는데 누군가 와서 말려도 개의치 않고 남은 공연 내내 그 폭행을 이어갔다. 그들은 대부분 의기양양하고 뿌듯한 웃음을 띄고 있었다.
나는 얻어맞고 밀려난 것이 얼떨떨하기도 하고, 내가 편협하고 무식해서 이 고귀한 공연 ‘문화’를 이해 못 한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아 그저 입을 벌리고 서있었다. 누가 나를 때렸고 나는 그게 싫은데 그 행위는 보란듯이 눈 앞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고 공연 역시 그대로 진행되었다.
마지막 연주가 끝나고 가해자들은 “내 눈썹 안 찢어졌어?”와 같은 대사를 나누며 히히덕거렸다. 나는 다음 공연 순서 역시 무척 기대해왔으나 그냥 거기서 공연장을 나왔다. 나를 때리고 밀친 가해자들이 그 다음 순서에도 내 주변에서 웃으며 공연을 즐길 텐데, 나는 그 옆에서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웃을 순 없었다. 가해자들이 없는 곳으로 빨리 가고 싶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계속 그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가장자리로 밀려난 사람들 중에는 그런 행위를 싫어하는 남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공연장에는 여자들이 더 많았다. 힘없이 밀쳐진 그 여자들은 전부 이 폭행 문화에 동의하고 이 콘서트에 왔나? 나만 눈치없이 화를 내고 있나? 모르는 사람이 나를 때리고 즐기는 게 공연 문화이고 당연한 건가?
슬램이니 뭐니 하며 밴드 공연은 이렇게 즐기는 거라고 몸소 폭행을 행해준 그 가해자들 덕분에 나는 효도앤베이스의 다음 공연은 가지 않는다. 사실 그런 행위가 벌어질 때 공연이 멈춰지길 바랬지만 그러지 않았던 것도 아쉽다. 정말 기대했던 공연이고 응원하고 있었지만 앞으로는 유튜브로만 뵙겠습니다.
슬램을 ‘문화’라 부르는 주변인이 있다면 가해자 쪽일 확률이 높다는 걸 알아두시라. 두들겨 맞은 쪽은 그런 걸 그냥 폭행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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