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글방 희영수

0523 월 / 인류 거주지 고도 제한령 찬성파 조류연합 / 긴개 본문

2021-2023 긴개

0523 월 / 인류 거주지 고도 제한령 찬성파 조류연합 / 긴개

긴개 2022. 5. 23. 23:48

  

 

 

 

 오월이 되기 전에 이사 온 이 작은 마을은 아주 높은 곳에 있다. 마을을 한 바퀴 휘- 돌아 산책 하다보면 저 아래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지붕들이 보인다. 아마 이전에 살던 해방촌보다 여기가 더 높을 것이다. 인구 수는 훨씬 적다. 그래서 훨씬 조용할 줄 알았는데 새소리가 아주 시끄럽다.

 

 우리 집보다 높은 곳에 사는 것도 바로 이 새들이다. 마을버스 없이도 가파른 오르막길을 쉽게 올라와 통풍 잘 되는 나무 위에다 집을 지었다. 아랫동네 지붕들은 눈길만 돌려도 쉽게 구경할 수 있었는데, 이 작은 집은 뒷목을 뻐근해질 정도로 꺾어야 그 바닥만 겨우 올려다 볼 수 있다. 친환경적인 자재로 지어진 이 단독 주택은 형편에 따라 소박하게 지어졌는데, 그마저도 새끼가 크고 나면 텅 비어버린다. 한 때 눈도 못 뜨던 새끼들의 온기로 가득했던 작은 집이 어떤 모습으로 남겨졌는지 궁금하다. 창 밖 어딘가에서 검은등뻐꾸기가 운다. 남의 집에 빌붙어 사는 놈이라도 서러운 날이 있나보지. 

 

 새보다 높은 곳에 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상승 기류를 타고 먼지 만한 점이 되도록 멀어진 새의 집은 그순간 허공이 된다. 인간의 집은 새보다 낮고 지렁이보다 높으면 그만이다. 날개 달린 닭도 제 분수를 아는데 깃털도 없는 인간의 갈망은 끝이 없다.

 

 언젠가 이 마을도 재개발이 되어 높은 건물이 들어서게 될까? 옆집 노인정 회장님은 그럴 일 없다고 하시지만 어쩐지 겁이 난다. 새보다 높은 곳에 살고 싶은 사람들 때문에 놀란 새들은 어디로 가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