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글방 희영수

0422 토 / 대한민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박사님의 『우주에서 기다릴게』 북토크 / 긴개 본문

2021-2023 긴개

0422 토 / 대한민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박사님의 『우주에서 기다릴게』 북토크 / 긴개

긴개 2023. 4. 23. 13:54

 

 

 이소연 박사님은 대한민국 최초 우주인입니다. 우주 비행 15주년을 기념하며 우주인에 선발되고 우주를 날고, 지구로 돌아온 이후의 이야기들을 허심탄회하게 모아 『우주에서 기다릴게』를 출간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나라 말로 전하는 우주 이야기를 들어볼 기회는 정말 흔하지 않지요. 4월 22일 토요일 저녁, 우주인 이소연 박사님을 만났습니다. 

 

 책 내용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실제로 만나뵌 이소연 박사님은 사방으로 유머를 분출하는 분이었습니다. 강연이 이어질수록 청중들은 푹 빠져들어 쿡쿡 웃기 시작했습니다. 웃을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여유로운 태도와 솔직한 말솜씨가 탈지구급이었습니다. 강연에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요란한 표현처럼 느껴지겠지만 정말 그랬습니다. 훈련 몇 시간 만에 몸무게 5킬로그램이 빠져버렸던 일, 끝까지 선발될 줄 모르고 느긋하게 참여했던 우주인 선발과정 등의 듣도 보도 못한 경험을 생생한 상황 설명과 곁들여 이야기 하다보니 듣고 있던 사람들 몸이 점점 앞으로 기울었습니다. 암흑의 망망대해를 헤쳐나갈 우주인이라면 스스로와 동료들의 마음을 밝게 비춰주는 유머를 제1 덕목으로 지녀야하는 걸까요. 

 

 한국 최초라는 이름을 달고 해외에 나간 것도 모자라, 지구를 넘어 우주로 떠난 사람이 젊은 연구원, 더군다나 여성이었기 때문에 맞닥뜨린 상황들이 어땠을지 상상이 가시나요. 일상 속 성차별은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국가적·세계적 상황에서는 여전히 성별에 대한 시선이 날카롭습니다. 생명을 위협하는 우주에 대한 두려움 뿐만 아니라 정치적·사회적 압박까지 느꼈던 순간들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위치를 허심탄회하게 돌아보고 대중에게 전하는 그녀가 정말 섹시하고 쿨해보였습니다(『우주에서 기다릴게』 p.184 참고 ㅎㅎ).

 

 이야기를 듣다보니 우주에 다녀오는 모든 과정에서도 중요한 것은 결국 함께하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느낍니다. 우주선과 궤도 계산과 연구 그 모든 것들도 중요했겠지만 그 이면에 사람이 있었습니다. 열과 성을 다해 도전했던 일보다 오히려 마음을 내려놓고 즐기며 했던 일이 더 잘 풀릴 때가 있다는 아이러니 역시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로 전해주셨습니다. 우주인 이전에 멋진 한 사람, 평범한 듯 보이지만 지구를 떠나 우주에 다녀온 사람인 이소연 박사님을 만난 것은 저에게도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책도 정말 재미있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참가자의 헌정 공연을 듣다가 저도 울컥해서 그만 콧물을 줄줄 흘려버렸습니다. 차가운 우주 속 사람들은 마음의 온기를 거리낌없이 나누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