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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글방 희영수
0410 월 / 이야기 연수생 / 긴개 본문
이제 이 글에도 커다란 제목을 붙여볼까 한다.
짧은 분량의 에세이 쓰기를 시작한 21년 10월부터 지금까지의 나는 이를테면 운전 연수생에 지나지 않았다. 어디로 달릴 것인지 고민하는 것은 미래에 맡겨두고, 우선 페달이 어디에 있는지 백미러는 어떻게 봐야 하는지부터 천천히 감을 익혔다. 일 년 반 동안 일주일 한 편 쓰기를 수행했다. 그 덕에 이제 기계적으로 모니터 앞에 앉아 글자 수를 늘려가는 것은 익숙해졌다. 주어진 주제가 만만하든 만만찮든 개의치 않고(않은 척하고) 한 편의 이야기를 시작하고 마무리한다. 가까운 시일에 만들어진 기억 중 주제에 마침맞은 것이 있다면 신이 나서 빠르게 첫 문단을 채워간다. 반대로 한동안 머릿속에 드나든 적 없던 종류의 주제가 주어질 때는 두 번째 문단을 쓰는 와중에도 도대체 이 글이 어디로 흘러갈지 스스로도 종잡을 수가 없다. 그렇지만 안개가 자욱한 길에도 천천히 집중해 달린다면 도로를 벗어나지 않을 수 있는 거지. 어떻게든 주차시키고 무사히 내리는 것까지 해내는 경험들이 쌓여 이제는 장롱 면허 딱지를 떼어도 좋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물론 세상에는 베스트 드라이버가 널렸다. 아니, 오로지 베스트 드라이버들만이 살아가는 것 같다. 종이책뿐만 아니라 리디북스, 신문 칼럼, 브런치, 티스토리,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곳곳에서 누군가 줄기차게 떠들고 있다. 저마다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또는 자리를 뛰어넘은 시시콜콜하고도 원대한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야기들이 달리는 도로는 이미 꽉 막혀 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다. 과연 그런가? 세상엔 떠드는 사람이 많을까, 듣는 사람이 많을까. 거리에서 홀로 하늘을 보며 중얼거리는 노숙자들을 보면 떠드는 사람 쪽의 수가 우세할 것 같다. 지하철에 가득 찬 출근길 직장인들이 인상을 찌푸린 채 입을 닫고 있는 걸 보면 듣는 사람이 많은 듯 보이다가도 그들이 저마다의 핸드폰 화면 속으로 뭔가를 다급히 써서 어딘가로 보내는 것을 보면, 역시 떠드는 사람 쪽이 많은 것 같아. 조용한 아우성 속에 내가 이야기 하나를 더 보태겠다고 하면 과연 누가 반가워 하트를 보낼까.
그러나 자기를 불신하느라 아무 데도 가지 못하는 장롱 면허는 되고 싶지 않다. 역시, 나도 떠들고 싶다. 침 튀기고 손가락 춤추며 돈도 벌고 싶다. 이야기로 내달려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직접 보고 싶다. 연료를 채우고 화장실에 들렀다면 이제 지도를 확인한 뒤 어디로 갈지 정할 차례다. 그저 집 앞만 빙빙 돌다 그치던 나의 이야기는 좀 더 낯설고 멀리 떨어진 목적지를 상상하며 기지개를 켜고 있다. 내가 선 자리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풍경과 사람이 있다. 고유의 성질로 포착한 세상의 이면이 있다. 그 모든 게 별 것 아닐 수도 있고 꽤 근사한 것일 수도 있다. 역시 시동을 걸고 달려보지 않으면 어디에 도착할지 알 수 없다. 우선 묻는다. 나는 어디에 닿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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