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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글방 희영수
산문_완벽한 균형 못 깨트리기_안점점 (24.8.21) 본문
나는 왜 공연히 괴로워 하나. 밸런스 게임의 딜레마를 심화시키는 방법은 더 고민하고 더 진지해지는 것이다. 나 같은 사람이 히스테리를 부리는 것을 방지하고자 보통은 MBTI 설문처럼 짧게 생각하고 바로 답하는 식으로 선택하도록 유도한다. 3초 내에 대답하도록 시간제한을 두는 식이다. ‘팔만대장경 다 읽기 vs 대장 내시경 팔만번 하기’ 같이 어이없어서 금방 선택을 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긴 하다.
그런데 이번 게임은 가혹하다. 선택도 괴로운데 이걸 가지고 한바닥 글을 쓰려니까 서론-본론-결론으로 이어지는 논설문을 써야 마음이 편안해질 것 같았다. 이왕 한 가지를 고르는 김에 제대로 선택의 근거를 마련하고, 반론에 대한 재반론까지 고려하여 여섯 문단으로 깔끔하게 구성하고 싶었다. 기억을 되살리고자 ‘논설문 구성 방식’을 검색할 때부터 이미 이것이 헛된 욕심인 줄 알았다. 개요를 짜면서 두 가지 중 무엇을 골라도 선택의 근거를 떠올렸을 때 스스로를 납득시키기가 어려웠다. 아니, 혼자 생각해 내는 반론에 계속해서 납득이 되어 버려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 같다. 아래는 한 덩어리로 뭉쳐지지 못한 생각 조각들이다.
● 두 가지 다 없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니까 도저히 고를 수가 없다. 차라리 제비뽑기를 하는 편이 마음 편하다. 일단 임의로(?) 평생 책 읽기를 포기하는 쪽으로 결정했다.
● 그런데 우선 여기서 책과 글이 무엇인지 정의해야 했다. 책은 서점에서 판매하는 것으로 한정하면 되는 건지. 전자기기 설명서나 각종 메뉴얼, 인쇄물은 해당 안 되는 건지? 그렇다면 글은 소셜미디어용 한두 줄짜리 글도 포함되는 걸까? 간단한 메모나 일기는 쓸 수 있을까? 내가 쓴 글을 못 읽는다면 그것도 의미 없어 보이는데, 일단 ‘가벼운’ 수준의 읽기와 쓰기는 가능한 것으로 상정해야겠다.
● 우리나라 연간 종합 독서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데(한 권이라도 읽는 성인 43.0%) 이는 곧 독서를 하지 않아도 삶 자체를 영위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 아닐까?라고 생각이 들었다가도, 그렇다 하기엔 글쓰기에 대한 통계는 들어본 적이 없고 책 읽는 것보다 글쓰기가 더 살아가는데 중요도가 더 낮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이렇게 없이는 못 사는 것을 고르기부터 실패했다..
●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정보와 지식의 습득, 오락과 교양으로 설명할 수 있을테다. 그런 점에서 책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이 많다. ‘밀리의 서재’처럼 책의 내용을 음성으로 들을 수 있는 직접적인 대체재가 있다. 유튜브는 오락은 물론이고 정보가 너무 많아서 탈인 대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책 정도는 없이도 살 수 있지 않을까?
● 하지만 이는 반대로 글쓰기도 마찬가지로 녹음과 녹화로 대체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긴, 기록하고자 한 걸 녹음해 두면 언제든지 메모처럼 꺼내서 들을 수 있고, 영상으로 녹화해두면 글로 전달할 수 있는 것 그 이상의 것들을 포함할 수 있어 오히려 더 유리한 점도 있겠다.
끝내 머리 바깥으로 빠져나오지 못한 생각들에게는 유감을 표한다. 하지만 마감이 아니었다면 나는 이 책상머리에서 돌이 된 채로 발견되었을 것이다. 아니면 이런 것에 스트레스를 받는 나를 보고 또 한번 스트레스 받으며 소주를 들이켰을 것이다. 세상에는 이렇게 피곤하게 사는 사람도 있음을 여러분에게 알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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