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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2/12 (3)
성북동 글방 희영수
재미있는 대화를 나눌 사람이 줄었다. 몰입의 성과를 빅파이만큼이라도 얻은 사람들은 자기 자랑 읊기에 바쁘고, 삶의 낙이 없는 사람들은 삿갓조개처럼 입을 다물었거든. 떠드는 사람들은 자기가 너무 잘났고 입 다문 사람들은 들어줄 여유가 없으니, 이것 참 팽팽한 줄다리기 같다고 해야 하나 느슨한 컨베이어 벨트 같다고 해야 하나. 떠드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 만족할 만한 대화를 올해 몇 번이나 했던가. 대화가 재미있었다면 내가 너무 떠들었기 때문이고, 재미없었다면 나보다 상대가 더 떠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래서 월드컵이 재미있었나 보다. 입 닫고 멍하니 굴러가는 공만 보면 되니까. 메시가 잔디 위에서 공을 차고 뛰는 모습만 봐도 충분하니까. 예전의 대화들이 정말 재미있었나? 혈기 왕성했던 그때 흩뿌렸던 말들..
누가 할머니를 사랑했을까? 아들 다섯에 딸 둘이면 차고 넘치는 장사였다. 그들도 할머니만큼은 아니지만 저마다 충분한 자식을 두었다. 제일 적은 수 둘로 자식들을 계산해도 며느리, 사위까지 더하면 최소 스물여덟 명의 자손을 거느린 셈이다. 그런데 그 많은 피붙이 중 누가 우리 할머니를 사랑했을까? 최초로 인식한 불결은 무엇이었던가. 오물 가득한 기억을 거슬러 오르며 끄집어낸 후보 중 하나는 바로 할머니 집에서였다. 기억 속 할머니 집에는 정원이 있었다. 정원에는 돌로 된 징검다리가 있었다. 뭔가 가득 찬 장독대 여럿도 담벼락을 따라 들쭉날쭉 모여있었다. 집 안에는 2층으로 이어지는 나무 계단이 있었다. 나는 거대한 악어 인형 위에 앉아 계단 맨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썰매를 타며 내려오곤 했다. 푹신한 악어 ..
인간과 인간 사이를 이어주는 사회적 기술 중 가장 까다롭고 미묘한, 그러나 가장 위대하고 필요한 것이 바로 공감이다. 적확한 시각과 좌표에 쏘아 보낸 공감은 기후위기와 전 세계적 냉전으로 인한 멸망 시나리오의 주인공이 된 인류를 구원할 열쇠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추락하는 수송기에서 떨어뜨린 핵폭탄이 어쩌다 바닷물 위로 힘차게 뛰어오른 멸치의 세 번째 등뼈만 정확히 파괴하고 사라질 확률처럼, 그것은 도통 일어나기 힘들 것만 같다. 공감은 스스럼없이 모두의 입에 오르내리지만 그것을 정밀하게 다루는 사람은 드물다. 나라고 다를 바 없다. 우리 애가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 해서 성적이 안 나왔다는 엄마들 타령이 예부터 전해져 내려오듯, 나는 내가 하고자 하면 누구의 마음이라도 깊게 헤아리고 핀셋으로 콕 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