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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2/11/06 (1)
성북동 글방 희영수
1106 일 / 일주일 전 / 긴개
흰 국화 한 다발은 일주일이 지나도록 생기가 넘친다. 처음엔 봉오리였던 것들이 꽉 쥐고 있던 여러 겹의 잎을 서서히 늘어놓으며 오히려 더 만발하기도 했다. 국화는 일종의 선전물이었다. 거기에서 좋은 향기가 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태어난 꽃이라면 필히 진다. 그것은 모두가 합의하지 않아도 예정되었던 일이다. 그러나 누구도 동의할 수 없는 방식으로 지고 말았다. 도대체 여기서 뭘 깨우치고 반성하고 미래를 도모해야 하는지 그냥 다 때려치우고 없던 일로 해버리면 나는 희대의 영웅이 될 것이다. 간절한 사람은 영웅이 될 수 없고, 얼떨결에 영웅을 떠맡은 사람들은 괴로워 잠을 설친다. 분향소엔 두 번 갔다. 그중 하나엔 기자들이 목 좋은 곳에 줄 지어 서 있었다. 조문객들이 안내에 따라 우르르 이동하고 목례를 ..
2021-2023 긴개
2022. 11. 6. 2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