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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2/03 (4)
성북동 글방 희영수
나를 해치려는 것들을 모두 꼬챙이에 꿰어 전시하고 싶을 때가 있다. 죄인의 머리를 저잣거리에 내걸듯, 괘씸한 마음을 먹은 놈들은 이리 될 것이라는 경고를 하고 싶었다. 요즘은 그렇게 할 수 없지. 현대식으로다가 SNS 피드에 이것들 사진을 올려 버려? 아니면 지명수배자 전단지처럼 얼굴을 한 데 모아 티셔츠에 인쇄한 다음 일 년 내내 입고다녀? 복수하는 상상은 점점 장황해져 티셔츠 제작을 위한 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모습까지 이어졌다. 후원자에게 리워드로 때까치 뱃지를 드릴까? 때까치가 사냥한 동물들을 나뭇가지에 꽂아두는 습성이 있으니까 마스코트로 딱이지. 펀딩이 성공하면 때까치 후원자들과 다같이 엠티도 가야지. 밤엔 불 피운 주위에 둘러앉아 꼬챙이에 소세지랑 떡도 꽂아먹고, 디저트로 마시멜로까지 꽂아먹..
친구가 온라인 쇼핑몰을 열었다기에 들어가보니 이미 많은 상품이 품절된 후였다. 오픈하자마자 들어온 건데 어떻게 벌써 팔렸지? 몇만 명의 팔로워가 있는 인플루언서나 되어야 완판할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요즘은 꼭 그렇지도 않은가? 의아해하던 중에 어떤 분이 그런 품절 전략이 있다고 말했던 기억이 났다. 인기가 없던 브랜드라도 품절된 상품이 많은 척하면 사람들이 그걸 사고 싶어 사이트를 들락날락하게 된다는 전략. 정말 그래서일까? sold out 회색딱지가 붙은 옷들은 그렇지 않은 옷보다 내게 더 잘 어울릴 것 같고, 저 옷이 없으면 당장 내일부터 입고 나갈 옷이 없을 것만 같은 마음이 드는 것이. 친구네 사무실에 직접 쳐들어가서 저 옷을 뭉텅이로 훔쳐 나와야만 발을 뻗고 잘 수 있을 것만 같은 마음이 드는 ..
어른의 간식 담배, 그거 맛있습니까? 백해무익한 독입니다 독. 이렇게 말하는 나는 끊었습니다. 어때요 한 마디 할 자격 있지요? 독하게 마음 먹고 끊은 건 아니랍니다. 그냥 옷과 머리칼에 냄새가 배고 가래가 생기는 게 싫어서 더 피우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남자친구한테 비흡연자인척 했거든요. 거짓말하면 귀찮으니까 끊기로 했습니다. 안 피운 지 일 년이 넘었습니다. 옆에서 누가 피워도 안 땡깁니다. 사실 원래도 많이 안 피웠습니다. 한 달에 한 갑? 비흡연자는 아니고, 반흡연자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담배는 왜 피웠던 걸까요. 들이마시면 목을 턱 조이는 연기와 길게 내쉬는 숨이 하얗게 퍼져가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친구가 피워서 따라 피웠나? 아빠가 피우니 따라 피웠나? 왜 그랬을까. 어른의 간식 술..
내가 또 배달음식을 먹으면 30만 원을 환경단체에 기부하겠다. 이 말을 인스타그램에도 올려놓고 주변에도 널리 알려서 아주 억지로라도 지키게 해야겠다. 4.8이라는 높은 평점의 퓨전양식점. 리뷰를 쭉 훑어 보니 ‘ㅠㅠㅠㅠㅠ’ 만발, ‘사장님 적게 일하고 많이 버시라’ 일색. 출출한 저녁, 요리할 시간은 없고 있어도 하기 싫으니 21,000원 짜리 파스타에 배달비 2,900원까지 해서 23,900원을 배달앱으로 결제했다. 도착 후 젓가락을 들고 신나게 덤볐다가 세 입을 먹고 내려놓았다. 이걸 먹고 눈물 흘린 고객들, 이런 음식을 돈 받고 판 사장, 이걸 돈 주고 산 나. 셋 중에 누구를 고소해야할 지 모르겠다. 배달 온 음식 그대로 음식물 쓰레기 봉투에 버릴 생각을 하니 지구와 통장에게 한 번씩 큰 절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