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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글방 희영수
강아지는 시내버스에 탑승할 때 후불교통카드를 찍지 않는다. 티머니카드도, 현금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인간이 귀하게 가방에 모신 뒤 함께 탑승한다. 이 때 이 가방이 문제가 된다. 시내버스 운송사업 약관 제3장 운송책임 제10조에 따르면 사업용 자동차를 이용하는 여객은 동물을 차내에 가지고 들어가서는 아니 된다. 다만 장애인 보조견 및 전용 운반상자에 넣은 애완동물은 제외한다. 생활법령정보는 반려동물의 크기가 작고 운반용기를 갖춘 경우에만 탑승을 허용한다고 안내한다. 이 전용 운반상자 및 운반용기의 정의는 누가 내리는가? 재질과 규격을 별도로 안내하지 않는 이 허술한 약관 덕에 버스기사와 승객의 실랑이가 벌어지게 된다. 우리 멍멍은 내 머리통에서 떨어지는 것보다 적은 양의 털을 흘리는 푸들이다. 검은 ..
내가 만들 가족에는 반장 제도가 있다. 반장은 가족 회의를 주관하고 집 게시판을 관리할 수 있다. 가족 회의에서는 간식 메뉴라던지 주말에 보러갈 영화 같은 중대 사항을 논의하거나 각자의 스케줄을 발표하고, 새로 사귄 친구를 소개할 수도 있다. 집 게시판에는 가족들이 먹고 싶은 메뉴 후보가 붙어있고, 건의사항, 이를테면 화장실 휴지를 다 쓰고 새 것으로 바꿔놓지 않는 비양심 구성원에 대한 성토가 붙어있다거나 다음 반장은 이러저러한 사람이 뽑혔으면 좋겠다는 체제 전복적인 궁시렁도 붙을 수 있다. 반장은 두 달씩 돌아가며 맡는다. 반장은 임기 동안 한 가지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 반장의 기분에 따라 두 달 동안 노란 양말을 신어야 할 수도, 매일 콧구멍 사진을 찍어야 할 수도 있다. 반장의 규칙이 얼토당토 ..
손편지 보내게 주소 좀 알려달래도 자꾸만 카카오톡으로 불쑥 말을 거는 영국의 친구야, 나는 애인이 아니면 도통 메시지를 주고받지 않는다. 오만 애들과 하루 종일 카톡으로 떠들던 이십 대 초반으로는 영영 돌아갈 수가 없어. 수업시간 내내 쓴 편지를 쉬는 시간에 친구와 교환하고 또 수업시간 내내 그 답장을 쓰고, 학원에 가서도 마저 쓰던 중학생의 나는 지금의 나를 보면 실망할지도 몰라. 얼굴을 보고 그럴 수도 있지만... 우리 사이의 물리적, 시간적 거리를 좁히고 싶은 마음은 내게도 있어. 그 방법을 다르게 생각할 뿐이지. 우선 서로의 일상을 곁눈질로라도 체크할 수 있는 SNS도 좋아. 네가 있는 곳에서 보고 듣는 것들을 이미지와 텍스트로 모아놓으면 바쁜 날엔 하트만 대충 누를 수도 있지만 어떤 날엔 댓글을..
혼자 점심을 먹으면 반 공기를 남긴다. 퇴근 즈음엔 허기에 사로잡힌다. 머리도 잘 돌아가지 않는다. 집에 돌아가 멍멍이 산책 후에 저녁을 먹으려면 두 시간은 지나야 한다. 그때까지 못 기다려. 이른 저녁을 배달시켜 허겁지겁 먹었다. 몇 입 삼키기도 전에 가슴이 턱 막힌다. 먹은 그릇을 씻는 도중에 몇 번이고 가슴을 쳤다. 보안키를 찍고 회사를 나와 곧바로 편의점에 갔다. 까스활명수 한 병에 천 원. 편의점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전부 들이킨다. 병은 길가 전봇대 아래에 쌓인 분리수거 봉투에 쏙 집어넣었다. 답답한 가슴은 뚫릴 기미가 없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가방을 내려놓고 멍멍이랑 오십여 분을 걸었다. 나는 죽상인데 멍멍이는 신나서 히히 이리 뛰고 저리 뛴다. 남산 아래도 돌고 전망대도 다녀왔다. 그제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