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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글방 희영수
0329 화 / 때까치 프로젝트 펀딩 중 / 긴개 본문
나를 해치려는 것들을 모두 꼬챙이에 꿰어 전시하고 싶을 때가 있다. 죄인의 머리를 저잣거리에 내걸듯, 괘씸한 마음을 먹은 놈들은 이리 될 것이라는 경고를 하고 싶었다. 요즘은 그렇게 할 수 없지. 현대식으로다가 SNS 피드에 이것들 사진을 올려 버려? 아니면 지명수배자 전단지처럼 얼굴을 한 데 모아 티셔츠에 인쇄한 다음 일 년 내내 입고다녀? 복수하는 상상은 점점 장황해져 티셔츠 제작을 위한 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모습까지 이어졌다.
후원자에게 리워드로 때까치 뱃지를 드릴까? 때까치가 사냥한 동물들을 나뭇가지에 꽂아두는 습성이 있으니까 마스코트로 딱이지. 펀딩이 성공하면 때까치 후원자들과 다같이 엠티도 가야지. 밤엔 불 피운 주위에 둘러앉아 꼬챙이에 소세지랑 떡도 꽂아먹고, 디저트로 마시멜로까지 꽂아먹는 거지. 길쭉한 대바늘에 실도 꿰어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뜨개질도 할까.
이쯤되니 이 펀딩을 왜 시작했는지 가물가물해진다. 때까치가 멋있어서 그랬나? 아니, 어떤 놈이 미워서 그랬지. 하지만 소떡소떡 사이에서 구워지는 그 자식을 상상하니 애잔한 마음이 드는 건 무어야. 그래, 이 정도 구웠으면 반성하겠지. 그랬으면 좋겠다.
마음의 성벽이 고막만큼 얇다. 농담 한 마디, 핀잔 한 마디에도 부욱 찢어진다. 성벽을 벙커처럼 두껍게 쌓으면 될까? 그랬다가 내가 기다리던 말도 들어오지 못하면 어떡해. 영원히 무너지지 않을 단단하고 두꺼운 벽을 세우느니 유지보수가 용이한 벽을 만들고 싶다. 레고로 쌓아도 좋을 것 같고, 빵으로 쌓아도 좋을 거야. 지금 레고가 갖고 싶고 빵이 먹고 싶어서 하는 말은 아니고. 계속 다칠 거라면 잘 아물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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