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글방 희영수

PTP 1회. 조경가와 함께하는 서울숲 탐방. 24.6.8. sat. 10-14:00. (1) 본문

post-tree project; 동시대의 친구 나무 새롭게 사귀기

PTP 1회. 조경가와 함께하는 서울숲 탐방. 24.6.8. sat. 10-14:00. (1)

긴개 2024. 9. 21. 17:11

 

 
 
길위의인문학 도움을 받은 제1회
<Post-tree project; 동시대의 '친구 나무' 새롭게 사귀기> 
: 조경가와 함께하는 서울숲 탐방
 
6월 8일 토요일 10시부터 14시까지, 신영재 조경가와 함께 
서울숲을 탐방했다. 팀SS(우소아 작가, 안정민 텃밭지기, 
그리고 희영수 글방지기인 나)도 함께! 
 
첫 일정부터 야외 탐방을 잡아버려서
처음 만나자마자 곧바로 촬영 및 초상권 활용, 여행자보험 
개인정보 사용 등 인사 하랴 서명 받으랴 아주 정신이 없었다.
그렇지만 탐방을 미루면 푹 찌는 여름 야외에서 서로 괴롭기 
때문에 이게 최선의 일정이었다는 것을 양해 부탁드린다. 
 
다행이라고 해야할 지
사전 답사를 위해 모임 한 시간 전 서울숲에 도착했더니 
폭우가 내리고 있었다. 덕분에 텅 빈 서울숲은 조용하고 
향긋한데다 시원하기까지 했다.
주말 서울숲의 북적거림을 피할 수 있으니 
오히려 자연을 세밀히 보기에 좋은 상황이지.
그러나 노트 필기와 촬영이 어려울 수도 있어
프로그램 담당자로서 불안을 떨치지 못한 채 
모임 장소였던 서울숲역 3번 출구로 돌아갔다. 
 
 
 
다행히 대부분 제시간에 모임 장소에 도착해있었다.
바깥은 비가 소란스럽게 내리고 있었으므로
우선 역사 내 벤치에 둘러 모인 다음
한 명씩 자기 소개를 하고
이런저런 서류에 서명을 하고, 
탐방을 위한 노트와 펜, 루페를 하나씩 나눠가졌다. 
한 번 쓰고 버릴 저가의 일회용품이 아닌, 
여러 번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준비물을 골랐으니
제발 잊지 말고 꼭 다음 탐방 시간에 챙겨와주시길... 
 
역시나 미리 서울숲을 한 바퀴 돌아본 신영재 조경가도 
합류해 쑥스러운 표정으로 자기 소개를 하고 
다같이 짐을 챙겨 역을 빠져나왔다.
 
 
 
 
비가 억수로 내리니 조심하라고 단단히 일렀건만
어느새 빗줄기 기세가 꺾여 있어 민망했다.
덕분에 우리는 우산을 썼다가 접었다가 다시 쓰기를 
반복했다.
 
 
 
 
 
신영재 조경가를 따라 서울숲에 진입하자마자 처음 만난 
식물은 바로 칠엽수. 흔히 '마로니에marronier'로 널리 
알려져있다. 그러나 둘은 아주 비슷하게 생겼지만 서로 
다른 식물종이다. 칠엽수 열매는 매끈한 호두알 같은 껍질 
속에 든 밤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맛있게 생겼지만 함부로 
먹으면 배탈이 나니 조심해야 한다. 분홍빛 도는 흰 꽃은 
5~6월에 피며 열매는 10~11월에 익는다. 
 
영재 님 말을 듣고 '꽃치레 9월쯤 떨어지면 멋진 나무'라고
메모해두었는데, 도대체 무슨 설명이었는지 기억나질 
않는다. 아마 멤버들 중에선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능소화는 여름에 꽃을 피우는 드문 나무 중 하나이다. 
능소화를 만지고 눈을 비비면 실명한다는 낭설도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피기도 전에 떨어진 꽃봉오리를 주워들고 
신기해하는 멤버들. 영재 님 주변에 병아리처럼 모여들어 
삐약삐약 질문을 쏟아냈다.
 
 
 
과거 뚝섬경마장이었던 서울숲에는 당시의 트랙을 살려 
조성한 길이 남아있다. 항공사진을 보여주며 설명 중인
영재 님.
 
 
 
 
동부간선도로와 강변북로 등과 맞닿은 서울숲은 
도로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매연이 공원 안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가장자리에 완충녹지를 조성했다고 한다. 
다층적으로 식재한 이 곳은 다른 구역보다 조류를 관찰하기 
좋다고 하니 탐조인이라면 꼭 기억해두시라. 
 
 
 
 
느릅나무 중 유일하게 늦여름부터 초가을에 꽃을 피우는 
참느릅나무. 봄까지 열매가 달려있어 겨우내 새들이 
참느릅나무 덕분에 배를 채운다. 그 덕분에 영재 님이 
'제일 좋아하는' 나무라고 했는데, 이후에도 '제일 좋아하는' 
식물이 수도 없이 등장하므로 도대체 영재 님이 어떤 식물을 
'제일 좋아하는' 지는 알 수 없게 되었다. 
 
작년 겨울 300마리 정도의 되새 무리가 서울숲 참느릅나무에 
머물며 납작한 부리로 열매를 까먹자 껍질이 눈처럼 내리는 
장관을 연출했다고 하니 겨울 서울숲 방문 시에는 꼭 참느릅
나무 우듬지를 살펴보길 바란다.
 
 
 
 
위 사진 나무 밑동에 박힌 쇠판은 수종을 식별하기 위한 
표시로 죽은 조직인 나무 껍질에 박는 것 정도는 괜찮지만
오히려 몸통을 칭칭 감는 인공물은 생장에 방해가 된다고 
한다.
 
또한 자생종이 아니어서 겨울을 나기 힘들다면
짚 등으로 나무 몸통을 감아주는 것이 좋지만
방제하겠다고 숨어있던 곤충까지 모조리 태워버리면 
생태다양성을 해칠 수 있어 염려된다고 했다. 
 
낙엽 역시 다 치워버리면 흙의 유실을 막아주지 못하기 
때문에 자연을 인간의 관점으로 '예쁘게' 조성하는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제대로 따져볼 필요가 있겠다.
 
 
 
잎이 제일 큰 나무 중 하나인 쪽동백나무. 
같은 속 나무인 때죽나무와 꽃과 열매가 매우 비슷하지만, 
쪽동백나무의 잎이 훨씬 크고 둥그렇기 때문에 구별하기 
쉽다고 한다. 일부러 조경한 나무가 아닐텐데
은근슬쩍 자리잡아 이렇게 큰 것이 대견하다는 듯
설명하는 영재 님 얼굴이 환했다. 
 
 
 
참느릅나무는 비술나무와 비슷하다고 하는데,
비술나무를 모르니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없다.
찾아보니 비술나무 역시 느릅나무과 느릅나무속의 교목.
위 사진은 참느릅나무이며 
들짐승이 사는 거친 산의 지킴이가 참나무라 한다면,
사람이 사는 대지의 지킴이는 참느릅나무라고 하니
잎과 수피를 잘 기억하면 좋겠다.
 
 
 
뽕나무는 잎 하나하나의 변이가 크다. 
같은 나무에서 자란 잎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수 있다.
뽕나무 열매가 오디이며 먹으면 입 안이 까매진다.
 
 
아래로 길게 늘어지는 잎이 근사한 실편백나무
 
 
 
 
나뭇잎이 비슷해 플라타너스로 오해받는 백합나무.
높게 자란 뒤 튤립 닮은 연둣빛 꽃이 5월에 핀다. 
아래로 뚝뚝 떨어질 정도로 꽃에 꿀이 많으며
비가 잘 고여 겨우내 새를 위한 물컵이 되어준다고 한다. 
다른 나무에 비해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 또한 배로 높다.
위 중 첫 번째는 멤버 유진 님의 것을 보정한 사진이다.
 
 
 
화장품 원료 이름으로 들어본 어성초가 바로 위 사진 속 식물
이다. 잎을 긁은 손가락을 코에 가져다 대면 독특한 고수 같은 
냄새가 나는데 누군가는 물고기 비린내라며 역겹다고 하지만
나는 향긋해 좋았다. 약모밀이라고도 불린다. 줄기 아래쪽은 
누워 자라며 마디에서 뿌리가 내린다.
 
 
 
까치수염보다 잎이 크고 넓은 큰까치수염.
나비들이 좋아한다. 땅속줄기를 길게 뻗어 번식한다. 
동시에 열매도 맺어 유/무성 생식을 병행한다. 
 
 
한국적색목록에 멸종위기종(EN)으로 평가된 삼백초. 
꽃 필 때쯤 잎 끝이 희게 변한다. 
잎, 꽃, 뿌리가 희어서 삼백초라고 불린다는 말도 있다.
제주도 고산 부근 계곡습지에 자생한다. 
 
 
 
바위취 꽃이 선녀 날개옷 같다고 영재 님이 말했다.
작은 꽃을 관찰하며 아름다워하는 마음이 더 선녀같은데!
습도만 유지되면 바위 적은 흙에도 생존할 수 있다.
맨 아래 바위취 꽃 사진은 멤버 유진 님이 촬영한 것.
 
 
 
잎이 두꺼운 돌나물은 건조한 바위에서도 잘 자랄 수 있게
두툼한 잎에 물을 저장하고 있다. 
잎만 봐도 그 식물의 서식지를 짐작할 수 있으니 관찰력을 
길러보면 좋겠다. 
 
 
 
메꽃의 한 종류인 애기메꽃. 
꽃받침이 딱딱하다고 메모했는데 만져보지 않고 사진만 찍어 
확실하지 않다. 날개가 투명하고 반짝거리는 곤충이 애기메꽃을 
특히 좋아한다고 하는데 그게 무슨 벌레인지는 영재 님이 찾아
보고 알려주겠다고 하셨다. 재혁 님이 중간에 알려준 것 같기도 
한데 곧바로 망각했네...
 
 
몸통에 가시가 가득해 귀신 쫓을 때 썼다는 엄나무. 
잎을 먼저 관찰하고 이후 광야숲에서 가까이 관찰했다.
 
 
 
중국단풍의 잎은 오리발을 닮았다. 
잎은 찍지 못했지만 대신 세로로 벗겨진 나무껍질을 담았다.
 
 
억새는 생명력이 강해 토지의 왕이라고 불린다는데,
그만큼 한 번 터 잡으면 없애기 힘들다고 한다. 
초식동물에게서 살아남기 위해 땅 속의 규소를 활용한
까칠하고 날카로운 잎을 만들었다. 
함부로 만졌다간 잎에 손을 벨 수도 있다.
잎이 비슷하게 생긴 수크령은 반대로 강아지풀 같은 
꽃이삭을 달고 동물 몸에 씨앗을 가득 붙여 널리 퍼진다. 
 
 
산수국은 곤충을 유혹하기 위한 화려한 가짜꽃을
안쪽의 작은 진짜꽃 옆에 두르고 있다. 
인간이 산수국의 가짜 꽃만을 모아 만든 원예종이 바로 
수국이다. 그래서 수국은 열매를 맺고 번식을 할 수 없다
고 한다. 위 두 사진은 멤버 유정 님이 촬영한 것.
평소에 많이 보아 익숙하다며 촬영하지 않았는데,
저렇게 루페로 확대해 찍으니 태어나 처음 보는 모양이 있다.
안다고 착각해 놓치는 것들이 얼마나 또 많을 지 반성하며.

 

 



 
아까 만났던 작은 쪽동백나무가 자라면 이렇게 된다. 
쪽동백나무는 한국 나무 중 드물게 잎이 널찍하며 
쪽동백나무는 키가 6~7m로 자라는 아교목에 속한다.
식물군락의 높이에 따른 구조는 교목>아교목>관목>초본으로 
외우면 된다. 
 
 
네 시간의 탐방을 견디기 위해
정자 밑에 모여 다같이 김밥을 먹었다.
몇 줄은 비건으로 특별히 주문했건만 계란과 게맛살이 그대로 
들어있던... 함께 탐방하며 배운 점, 느낀 점을 작업일지 노트에 
기록하는 멤버들.
 
 
 
 
서울숲 중심에 위치한 가족마당에 깔린 푸른 식물을 막연히 
'잔디'로 통칭해왔다. 알고보니 잔디 뿐만 아니라 질경이, 
족제비쑥 등 '내답압성'을 지닌 밟혀도 죽지 않는 강인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사람들이 밟고 다니는 이 답압층
에서 족제비쑥을 발견했다(처음엔 도깨비쑥으로 잘못 들은).
위 두 사진은 멤버 유진 님이 촬영한 것.
 
귀화식물이지만 보통의 식물이 자라기 힘든 곳을 
푸르게 채워주니 고맙기도 한 한해살이 족제비쑥. 
견디는 걸 잘한다는 이유로 편하게 자라기 좋은 땅에서 
밀려나 이렇게 척박한 곳을 메우고 있다.
잎을 손가락 끝으로 비벼보면 달콤하고 향긋한 냄새가 난다.
 
 
줄기 없이 뿌리에서 잎이 사방으로 퍼지며
땅에 붙어 나는 질경이 역시 마찬가지. 
잘 자라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형태 차이가 크다. 
발에 밟히기만 하는 게 아니라, 발바닥에 씨앗을 묻혀 멀리 
퍼트린다. 
 
 
 
 
 
 
질경이와 족제비쑥 옆에 마디풀이 자라고 있었다.
꽃이 너무 작아 자세히 보려면 루페가 필요했다.
비가 온 뒤라 더욱 투명하게 빛나는 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