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글방 희영수

1212 월 / 이 동네 인기짱이 될 준비 (진화생물학자 장대익 교수님의 『공감의 반경』을 읽고) / 긴개 본문

2021-2023 긴개

1212 월 / 이 동네 인기짱이 될 준비 (진화생물학자 장대익 교수님의 『공감의 반경』을 읽고) / 긴개

긴개 2022. 12. 13. 01:56







인간과 인간 사이를 이어주는 사회적 기술 중 가장 까다롭고 미묘한, 그러나 가장 위대하고 필요한 것이 바로 공감이다. 적확한 시각과 좌표에 쏘아 보낸 공감은 기후위기와 전 세계적 냉전으로 인한 멸망 시나리오의 주인공이 된 인류를 구원할 열쇠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추락하는 수송기에서 떨어뜨린 핵폭탄이 어쩌다 바닷물 위로 힘차게 뛰어오른 멸치의 세 번째 등뼈만 정확히 파괴하고 사라질 확률처럼, 그것은 도통 일어나기 힘들 것만 같다.

공감은 스스럼없이 모두의 입에 오르내리지만 그것을 정밀하게 다루는 사람은 드물다. 나라고 다를 바 없다. 우리 애가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 해서 성적이 안 나왔다는 엄마들 타령이 예부터 전해져 내려오듯, 나는 내가 하고자 하면 누구의 마음이라도 깊게 헤아리고 핀셋으로 콕 괴로움을 뽑아낼 수 있으나 단지 내키지 않아서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이라 착각하기도 했다. 물론 내키지 않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내킨다고 해서 남의 속을 쉬이 들여다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나마 희망적인 자아성찰에 속한다.

내가 처한 상황과 기분을 섬세히 헤아리려 노력하던 이들과는 깊은 관계를 맺게 되기 마련이다. 당시의 상황을 해상도 높게 상상하려 노력하고, 그것이 현재의 내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따져본 뒤 이로 인해 일어날 미래를 개연성 있게 예측하려는 모든 과정에 드는 에너지가 만만치 않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말하기보다 먼저 찬찬히 듣고 행동을 관찰하며 자신이 이전에 경험했던 것과 어떤 공통점, 차이점이 있는지 고민하는 이가 전해주는 인지적 공감은 행복한 삶의 인증서이다. 긁어모을수록 좋다.

진화생물학자인 장대익 교수님은 『공감의 반경』에서 공감의 깊이보다는 반경을 넓히는 데 주목하라고 제안한다. 좁은 범주의 사회적 무리에 깊고 강하게 공감하는 것은 동시에 외부 집단을 강하게 배척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21세기가 혐오와 배척이 만연한 시대라는 진단은 그만큼 내집단 공감이 강한 시대라는 뜻이기도 하다. ‘심지어 어떤 집단에 쉽게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조차도 그 순간 그들은 다른 집단(가상 집단일 수도 있음)들에 동조하고 있다고 해야 한다.’(p.107)

에고 네트워크* 밀도가 높은 내가 이대로 계속 나이를 먹는다면 나와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에 둘러싸인 채 내 생각이 옳다고 믿으며 살아갈 확률이 높다. 공감의 반경을 넓히고 1차적이고 단순한 정서적 공감보다는 인지적 공감, 역지사지의 공감을 실천하려면 이질적인 환경의 사람들과 협력적인 관계를 맺으려 끊임없이 의도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아이러니하지만 이 동네 인기짱이 되고 싶다면 이 동네 사람들 마음에만 몰두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내집단 편향을 덜어내고 균형적인 시각으로 타인의 입장에 설 수 있는 따뜻한 마음과 냉철한 머리를 가진 인기짱이 되고 싶다. 그러려면 안 하던 짓도 해보고 맘에 안 드는 애랑도 놀아봐야 타인의 입장을 잘 이해하는 멋진 사람이 된다는 거지.






*자기의 절친한 친구 다섯 명까지의 이름을 적게 한 후에 그들 간의 관계를 표시한 네트워크. 어떤이의 절친이 다섯 명이 있는데 그들이 모두 서로 잘 아는 사이라고 한다면 그/그녀의 에고 네트워크의 밀도는 최고치 1이라 할 수 있다. 반면 그들이 모두 절친이긴 하나 서로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면 그/그녀의 에고 네트워크 밀도는 최저치 0이다.  -  『공감의 반경』 p.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