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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글방 희영수
1031 월 / 하루 전 / 긴개 본문
하다못해 떨어지는 낙엽도 아쉬운 법인데.
누군가 관련 기사에 이런 댓글을 남겼다. 하루 전으로 시간을 되돌려서 이 사실을 모두에게 알리고 싶다고. 곧장 그 골목으로 뛰어가 모여있는 사람들을 전부 집으로 돌려보내고 싶다고. 그랬다면 정말 모든 일이 쉽게 해결되었을 텐데. 우리는 그 무엇도 되돌릴 수 없는 현실에 남겨져 있다. 찬란하게 발전했다던 과학 기술은 좁은 뒷골목을 비껴갔고 카메라들만이 광기 어린 눈빛을 번뜩였다. 동시에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을 때까지 심폐소생술을 시도하던 사람들과 자신의 옷을 벗어 처음 본 이에게 입히고 간 사람도 있다. 우리는 이토록 다양하고 넓은 범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다.
나는 할로윈 파티 예찬론자였다. 초중고 대학입시를 거친 뒤에도 취업 준비, 결혼 준비, 출산 준비로 쉴 틈 없이 바쁜 청춘들에게 놀이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릿값을 지불하거나 콘텐츠와 먹거리를 구매하는 등의 수동적 소비로 그치곤 한다. 그러나 할로윈의 놀이 형식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일 년 중 하루, 낯선 사람이 되어 다른 낯선 사람들과 격 없이 인사를 나눈다. 꼭 사람이 되지 않아도 좋다. 사물이나 행위 그 자체가 될 수도 있다. 옷이나 소품을 준비했다면 그에 걸맞은 태도도 필요하다. 해가 갈수록 더욱 재미있고 기발한 분장으로 남들을 놀라게 하고 싶은 욕구도 커진다. 유희를 위해 적극적으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이렇게 즐거운 날이 또 어디 있나. 게다가 전염병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물리적으로 갈라놓은 지 삼 년이 다 되어간다. 오랫동안 닿지 못했다가 이제야 서로를 찾아 밤을 지새우는 청춘을 감히 꾸짖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할로윈이 죄인지 청춘이 죄인지 엉뚱한 과녁에 활을 겨누지 마라.
오늘날 우리의 마음은 여러 겹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러 온라인 매체 속에서의 자아와 복잡한 현실 사회 속에서의 자아가 서로 겹치고 이어지다 때로는 극적으로 결을 달리한다. 이 모든 상황에서 균일한 감정을 유지하며 국가적 재난 사태를 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각자 사건에 맞닿은 정도에 따라 감정의 크기와 강도도 다를 것이다. 애도는 일순간 어제 먹은 점심 메뉴처럼 잊혔다가 때론 불에 덴 듯 뜨거워지며 갈피를 잡을 수 없게 격동할 것이다. 애도는 괴롭고 불편하고 어렵다. 끝이 없기 때문에도 그렇다. 성숙하고 완전한 애도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만 같다.
기사를 읽고 난 뒤 내가 취한 행동은 다음과 같다. 근처 사는 친구를 걱정하고 연락하기, 책 속에서 적확한 애도의 표현을 찾아보기, 내가 느꼈던 괴로움과 불편함을 내게 설명하기, 밥 잘 먹고 잘 자기. 전부 개인적이고 작은 일뿐이다. 이것 이상으로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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