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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글방 희영수
0924 금 / 희로애락 예찬 영화 이퀄리브리엄 / 긴개의 사자성어 본문
희로애락 [喜怒哀樂]
기쁠 희 / 성낼 노 / 슬플 애 / 즐거울 락
1. 사람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네 가지 감정.
2. 기쁨과 노여움과 슬픔과 즐거움을 아울러 이르는 말.
<이퀄리브리엄 Equilibrium(2003)>을 개봉 당시 봤던 것 같다. 그렇다면 초등학교 6학년이었을 것이다. 크리스찬 베일의 무표정과 영화 속 삭막한 배경에 쫄고 액션에 환호하며 때때로 울었다. 여전히 줄거리가 기억나는 걸 보면 당시에도 영화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했던 모양이다.
감정을 억제하는 약을 정부의 강제로 매일 먹는 시민들. 결국 감정에 매혹된 사람들이 반란을 일으킨다. 여기에 크리스찬 베일의 건카타 액션이 더해지면 눈을 뗄 수가 없다. 아주 그냥 두다다다다ㅏㅏ다다다ㅏㅇ다다다다ㅏ닫다 크리스찬 베일은 미꾸라지처럼 한 방도 맞지 않고 용케 총알비를 피해 적들을 처치한다.
희노애락 중 ‘노’와 ‘애’가 없는 채로 살고 싶다 생각했었다. 화나는 일은 매일 매순간 길게 줄을 서서 찾아오는데, 나도 화 내고 싶지 않아 모른 척 넘기고 싶어. 그렇지만 기어이 화를 내고야 만다. 슬픈 일도 차고 넘쳐. 마주 걸어오는 초등학생 표정이 조금만 어두워도 덜컥 걱정이 몰려온다. 주인 뒤를 쫓아걷는 강아지가 절뚝거려도, 담장 위 고양이 건강이 위태로워 보여도 금세 울적해져 터덜터덜 걷게 된다.
그렇지만 행복과 즐거움만 느끼며 살고 싶다는 소망이 어리석다는 걸 왜 모르겠는가. 그림자 없이 밝음을 느낄 수 없으며, 짬뽕 없이 짜장면을 고를 수 없고, 채찍 없이 매력적인 당근은 없는 법. 슬픔과 괴로움에 풍덩 빠져봐야 헤엄쳐 나오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고 행복한 순간을 소중하게 붙잡을 수 있으니. ‘노’와 ‘애’가 ‘희’와 ‘락’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되는걸. 입에 쓴 약처럼 냅다 뱉어버리고 싶은 ‘노’, ‘애’라도 꿀꺽 삼키는 사람만이 ‘희’, ‘락’을 움켜 쥐는 거지. 힘들 때 이런 생각을 다들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쓰고 나니 이퀄리브리엄이랑 관련이 없어졌지만 영화는 심심할 때 슬 보시길 추천드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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