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동안 배운 것이 분명히 많다.
매일 적어도 하나는 배운 것 같은데,
돌이켜 생각해 본 뒤 적어둘 필요가 있겠다.
1. 나는 어른들에게 무뚝뚝하고 싹싹하지 않은 편이다.
일하던 도중 편의점에 다녀온다면 상사들에게 '지금 저 편의점에 갈 건데 혹시 필요한 건 없으신가요?'하고 물어보는 aa님 모습에서 새삼 저런 센스는 내게 없다고 느꼈다. 필요하다면 할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어쨌든 관계도 일의 일부분이니까. 말 한 마디 조심조심 하자.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오해가 생겨날 때가 많았다. 오해를 살 만한 농담이나 말투는 업무에서 당연히 피할 줄 알아야지.
편한 사람들과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관계 속 내 매너에 대해 객관적으로 돌이켜 볼 경험이 부족했다. 낯선 사람에게 항상 조심하자.
2. 말도 예쁘게 할 줄 모르는 편이다.
업무용 메일이라고 해서 딱딱한 말투가 매번 최선인 것은 아니다. 상대가 들었을 때 좀 더 부드럽게 느낄 수 있도록 조절할 필요가 있다. bb님이 몇 번이고 메일의 문장을 고치던 태도에 놀랐다. 이미 아는 사람에게, 이미 다 안다고 생각하는 내용이라도 확실하게 잘 읽히도록 부드럽고 점잖게 쓸 필요가 있다. 어쨌든 말 한 마디로 계약이 성사될 수 있으니, 그 사람이 받아서 읽어본다고 생각해보자.
3. 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
ab님이 처음부터 모든 일을 알고 시작했을리 없다. 학교에서 배워온 것보다 일하며 배운 새로운 기술이 더 많을 것이다. 필요로 한다면 나도 이제부터 새로 배워 써먹는 기술들이 무궁무진 하겠지. 포토샵, 인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도 그렇고 마케팅, 경영, 기획 등에서 못할 건 없다. 일하는 것 자체가 싫지 않았다. 내가 뭔가를 찾고 두드린 것이 실제의 결과로 나타난다는 것이 뿌듯했다. 하나 배워서 하나 해보는 것이 재밌고 좋았다. 그렇게 배운 것들이 쌓이면 내 것이 되겠지. 구글 시트 단축키를 배우고 정리하는 것도 재밌었다. 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해본 것 같기도 하다. 30대에 어울리는 목표야. 지금부터 배우는 것은 전부 내 자산. 열심히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보자.
지금 기분으로는 이제부터 코딩을 배워도 충분히 개발자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4. 통화도 업무의 일환이다.
업체와 부드럽고 당당하게 통화로 업무를 진행하는 모습이 퍽 멋졌다. 전화통화는 내밀한 관계의 사람들과 하는 것만으로 여겼는데, 실무자들은 전화로 많은 일을 성사시킨다. 예약, 가격 문의, 일정 변경 등 필요한 문의 내용을 미리 정리해보고 차근차근 받아쓰며 통화해보자.
5. 경영, 마케팅, 기획 등도 인문학의 일환이다. 지금까지의 나는 상업 지식, 순수 지식으로 급을 나누는 무의식적인 시선을 갖고 있었다. 교양을 채우는 것이 삶의 큰 자산인양 거들먹거리면서 그렇다고 문화, 역사 등을 열심히 공부하지도 않았지.
경제, 부동산 등의 지식도 마케팅에 큰 도움이 된다. 반대로 지리, 역사, 문화 등을 아는 것도 경제, 부동산에 도움이 되고. 지식의 방대한 분야들은 서로 유기적인 영향을 주고 받는다. 이런 지식들이 쌓이면 미래에 대한 걱정을 좀 덜지 않을까? 뭐 해먹고 살 것인지 막연하게 고민하기 보다, 아기자기한 소품 시장에 뛰어들어 본격적으로 물건을 팔던지, 기획·마케팅 분야 경력을 쌓아서 다른 곳에 도전해보던지, 오브제 제작에 시간을 내던지 해볼 수 있을거야. 시장 속에서 객관적으로 내가 어떤 지식을 갖고 있었는지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어. 내가 아는 것들이 정말 한정적이고 미미해서 사회적 지식과 관계 속에서 자폐적인 성격으로 보일 수 있다고 느끼기도 했고. 끼리끼리, 친한 사람들과만 이야기했을 때 매번 새롭게 뭔가를 배우기란 정말 어려우니까.
6. 새로운 매장이나 공간, 제품을 경험할 때 돈과 재화를 교환하는데서 그치지 말자. 일상에 업무가 섞여들어 피곤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그래본 적이 없으니 앞으로는 좀 그래봐도 괜찮지 않을까. 인테리어, 이미지, 폰트, 공간 구성, 직원 업무, 온라인 계정 등 다양한 분야를 함께 살펴보자. 방문객들의 인상, 머무르는 시간, 배경 음악, 접근성 등 들여다볼 구석이 얼마나 많은가.
7. 업무 일지와 일상 일지를 함께 써보자. 퍼블리 구독해서 공부도 많이 해보자. 내 의지력이 허락하는 만큼의 계획을 짜두자. 퇴근 후 운동도 다니고, 포토샵도 배우러 가자. 니트도 다시 해보자. 일찍 출근하고 일찍 자자. 8시 반 출근 다섯시 반 퇴근 목표로 하자. 집에 오래 있어 봤자 생산적인 일을 하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