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글방 희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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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4 월 / 자:랑하지마 전:말 거:더차버리고 싶으니까 / 긴개

긴개 2022. 4. 18. 23:03

   

 

 

 

 

 일본 사람들은 자전거를 많이 타더라. 봉미선 씨가 자전거 뒷자석에 짱구를 태우고 유치원에 데려다주는 건 자전거를 유달리 좋아해서 그런줄 알았지. 오사카에 갔더니 글쎄 어디든 자전거를 탄 사람이 있더라. 평화롭지만 어딘가 이질적인 풍경. 그러고보니 한국처럼 쫄바지에 헬멧을 쓰고 고글을 낀 무리가 없었다. 정장 차림의 회사원, 원피스를 입은 사람, 식료품을 바구니에 담고 지나가는 사람. 전부 일상복 차림이었다. 졸릴 듯 평온하지만 묘한 분위기는 이것 때문이었나. 돌이켜보면 최근 한국에서 유행했던 말, ‘자라니(자전거와 고라니의 합성어)’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요즘은 자전거 하나로도 그 사람의 많은 걸 추측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지역마다 공공자전거 시스템이 생겨 근거리를 이동하는 시민들에게 소소한 즐거움과 도움을 주었는데, 그 자전거의 이름을 들으면 거주지를 추측할 수 있다. 따릉이는 서울, 타슈는 대전, 타랑께는 광주인 것처럼. 대체로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사용할 수 있는 공공자전거는 젊은 층에서 사용이 빈번한 듯 하다. 쌀집자전거라 불리는 옛날 자전거는 어르신, 특히 남자분들이 많이 타시는 것 같고, 삐까뻔쩍한 고가의 자전거들은 10-20대 보다는 30-40대에서 자전거에 취미를 붙이며 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자전거를 타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 우선 깜짝 놀라지만 곧이어 이런저런 추측을 해보게 된다. 어렸을 때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자전거 타기를 배웠나? 그래서 두 번 다시 자전거는 꼴도 보기 싫어졌나? 아님 언젠가 다리를 한 번 크게 다쳤나?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싶은데 이제 못 타게 되셨나? 남들이 신나게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보면 어딘가 속이 쓰리고 속상해지려나? 그럼 앞에서 함부로 자전거 이야기를 하면 안 될지도??? 그렇지만 그저 운동에 흥미가 없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운동을 곧잘 하는 사람이라면 자전거야 쉽게 올라타고 즐거워하지만, 자기 몸을 충분히 믿지 못하는 조심스러운 사람이라면 두 바퀴 위에 올라탄 자신을 상상하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두 바퀴라고 하니 문득 사촌오빠가 떠오른다. 그는 외발자전거를 탔다. 그 자전거를 타고 ‘세상에이런일이’ 같은 생활프로그램에 나갔다. 정확히 그 프로였는지는 모르겠다. 검색해보니 ‘세상에이런일이’에 외발자전거를 타고 나온 사람이 너무 많다. 어쨌든 가벼운 여자 리포터를 등에 업고 외발자전거를 탔던 모습은 기억 난다. 사촌오빠가 그 때 외발자전거를 왜 탔더라. 생계에 필요했던 것 같다. 그걸로 공연을 하는 멤버였던 것 같다. 그러다가 일터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 나왔던 것 같다. 어릴 때 엄마가 말하는 걸 주워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 그 오빠가 외발자전거를 탔던가? 기억과 관심이 오래 전에 그쳐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