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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글방 희영수
0314 월 / 술담배 그 쓰잘데기 없고 맛있는 / 긴개 본문
어른의 간식 담배, 그거 맛있습니까? 백해무익한 독입니다 독.
이렇게 말하는 나는 끊었습니다. 어때요 한 마디 할 자격 있지요? 독하게 마음 먹고 끊은 건 아니랍니다. 그냥 옷과 머리칼에 냄새가 배고 가래가 생기는 게 싫어서 더 피우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남자친구한테 비흡연자인척 했거든요. 거짓말하면 귀찮으니까 끊기로 했습니다. 안 피운 지 일 년이 넘었습니다. 옆에서 누가 피워도 안 땡깁니다. 사실 원래도 많이 안 피웠습니다. 한 달에 한 갑? 비흡연자는 아니고, 반흡연자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담배는 왜 피웠던 걸까요. 들이마시면 목을 턱 조이는 연기와 길게 내쉬는 숨이 하얗게 퍼져가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친구가 피워서 따라 피웠나? 아빠가 피우니 따라 피웠나? 왜 그랬을까.
어른의 간식 술, 그건 지금 마시고 있습니다. 밤부라는 칵테일인데 셰리 와인과 베르무스가 들어가있습니다. 달달한 체리향 같기도 하고 머스크와 오크향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입에 한 모금 넣어보면 가볍게 확 돌면서 코 끝까지 향긋해집니다. 적은 양인데 속이 뜨거워집니다. 그 이상은 못 마시겠네요.
원래 술을 자주 즐기지는 않습니다. 혼자 마셔보니 안 좋은 습관이 생기는 것 같아서 경계했거든요. 그런데 또 남자친구가 술은 좀 하시지 뭐야. 내추럴 와인이며 위스키며 칵테일을 덩달아 홀짝거리다 보니 동네 단골바도 생겼습니다. 적혀있는 모든 메뉴에 한 번씩 도전해보고 있습니다. 저녁마다 반쯤은 취해있는 반애주가. 반주당. 반취객.
쥐도새도 모르게 애인의 영향을 받은 내 취향은 또 무엇이 있을까요? 오늘은 여기까지 써야겠습니다. 발그레 취한 애인 생일이 한 시간 뒤입니다. 선물을 준비 못 해서 재롱이라도 피워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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