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글방 희영수

0130 월 / 떡볶이집, 찰나의 흥망성쇠 / 긴개 본문

2021-2023 긴개

0130 월 / 떡볶이집, 찰나의 흥망성쇠 / 긴개

긴개 2023. 1. 31. 00:14

 

 

 




 직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떡볶이집이 들어온다는 소식은 나를 고무시켰다. 이는 마카롱이나 도넛보다는 붕어빵, 호떡, 식혜를 사랑하는 선거철 정치인 입맛을 가진 내게 그야말로 연봉 인상에 버금가는 기쁜 소식이었다. 이런 소식을 직장 동료에게 나누지 않는다면 정말 협동심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다는 소릴 들어 마땅하다. 다급히 낭보를 전하자 동료는 역시나 감격하며 기뻐했다. 이와 함께 매일 같이 떡볶이집 앞을 지나다니며 이제나저제나 하고 영업 시작을 기다렸다. 그러나 입구 안쪽에는 개업 축하 화분도 여러 개 쌓였건만 도대체 영업은 언제부터 시작인지 도무지 기약이 없었다. 

 

 이렇게 간절히 떡볶이를 기다린 적이 있던가. 어느 날은 이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아직도 영업을 시작할 기미가 없자 울컥 화가 나 어둡게 닫힌 문을 덜컹덜컹 흔들어보기도 했다. 떡볶이집은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렇게 한 달 넘게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러다 느닷없이 봄 개나리처럼 활짝 문을 열어두고 조명도 밝게 켠 채 영업을 시작해 버린 것이다.

 

 기대마저 잊고 있던 직장 동료와 나는 홀린 듯 떡볶이집으로 빨려 들어갔다. 북적이는 거리와 달리 가게 안은 한산했다. 주문을 받은 직원이 주방에서 냄비를 내어 오고 사장인 듯한 남자가 식탁을 차렸다. 왜 여태껏 가게 문을 열지 않으셨나요, 떡볶이 먹고 싶어서 계속 기다렸어요. 타박 같은 내 질문에 냄비를 주걱으로 뒤적거리던 사장님은 심각한 표정으로 답했다. 지금까지 직원을 못 구하고 있었거든요. 그렇게 말해놓고선 뒤돌아서 주방을 나선 직원에게 이래저래 재촉을 해댔다. 

 

 취직이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먹고살기 힘든 이때 직원을 못 구해서 떡볶이집이 한 달 넘게 영업을 시작도 못한다는 말이 도대체 무슨 소린가. 의아했으나 더 묻지도 못하고 떡볶이만 허겁지겁 입에 넣었다. 떡볶이는 그토록 오랜 기다림이 무색하게도 더럽게 맛이 없었다. 이 날 이후 다시는 그 집에 가지 않았다. 

 

 그런데 그 집이 글쎄 문을 연 지 한두 달이 채 되기도 전에 다시 문을 닫아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입구에 개업 축하 화분이 그대로 남아 있다. 맛이 없어서 문을 닫지는 않았을 것이다. 분명 맛은 없었지만 충분히 평가받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관광객이 많은 거리에 있었으니 우연히 들어오는 손님도 많았을 텐데. 도대체 왜냐고. 어렵게 구한 직원이 다시 나가버린 걸까. 그 뒤로 새로운 직원을 못 구해서 영영 문을 닫게 되었다고? 직원이 없어서 영업을 못할 지경이라면 월급을 좀 더 올리면 되잖아. 그 주변에 직원 없어 망한 가게는 본 적이 없었는데. 도대체 도대체 무슨 일이야. 

 

 이 신비한 떡볶이집은 무수한 의문만 남긴 채 영영 떠나버렸다. 아니, 모든 집기와 인테리어 등을 비석처럼 남기고 사장님과 직원, 맛없는 떡볶이만 떠나버렸다. 나는 그 맛없는 떡볶이라도 사라져서 아쉬워해야 할 지 차라리 잘됐다고 웃어버릴지 아직도 정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