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글방 희영수

0128 목 / 이력 / 긴개 본문

2021-2023 긴개

0128 목 / 이력 / 긴개

긴개 2021. 1. 28. 22:59



이력서를 요즘 처음으로 써보고 있다.
알바 지원 이력서는 여러번 써봤지.
알바를 해야하지만 하고 싶지는 않아서
그마음 그대로 대충 썼는데
어쩐지 뽑히긴 잘 뽑혔다.
그 때는 사진도
째즈 안고 우쭐한 표정의 사진을 올렸는데
어쨌든 뽑히더라고
한번은 공덕역 근처 한식집 알바에 지원한 적이 있다.
용모단정한 여성을 뽑는다고 했다.
그 때는 또 문신이 없을 때여서
용모가 막 몹쓸 용모는 아니었지.
한식집이라더니 웬 부잣집 같은 주택 건물.
정원도 있고 정원사 할배도 있었다.
잔디 사이에 난 돌을 밟고 나무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안에 있던 아저씨가 뜨악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한동안 말이 없더니
잠깐 기다리라고 했다.
그 사이 2층에서
나무계단을 타고 어떤 젊은 여자가 내려왔는데
치마도 짧고 화장도 진했다.
긴 머리에 웨이브도 굵었다.
밥집에서 저런 복장으로 일을 해도 되나? 생각했다.
나를 슥 보고 그 여자도 말이 없었다.
아저씨랑 여자가 뭔가 대화를 하더니 여자는 다시 2층으로 쉭.
나는 그대로 기다리다가
아저씨가
이제 가도 좋다고 해서 돌아갔다.
돌아오면서
한식집이라면서 주 메뉴가 도대체 뭘까- 궁금했다.
음식 냄새도 나지 않고
손님도 없고
메뉴판도 없고
음악도 없고
그 뒤로 알바에 나오라는 연락은 없었는데
나도 별생각 없이 잊고 있다가
나중에야
그 근처에 서부지방검찰청이 있다는 게
생각났지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