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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글방 희영수
0125 월 / 사람의 쓸모 / 긴개 본문
1.
오늘 랩퍼 한 명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전시를 보느라 머리가 어질어질하던 참이었다.
그는 아는 언니의 친구의 동생이었다.
그러니까
전혀 모르는 사람이지만
어쩐지 아는 사람 같았지.
그래서 모르는 사람의 부고를 들었을 때만큼 냉정했지만
동시에 동창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듯하기도 했다.
예전에 친하지 않지만 얼굴만 아는 동창의 부고를 들었을 때도 이랬지.
그보다는
등굣길에 발견한
차에 치인 시츄가 죽어가는 것을 봤을 때가 더 괴로웠다.
시츄는 영문도 모른채 피를 줄줄 흘렸다.
나는 영문을 알았지만
피는 멈출 수가 없어서
길가에 쓰러진 시츄를
좀 더 편한 곳에 누이고
도로 학교에 갔다.
시츄를 병원에 데려가는 것도
학교에 가지 않는 것도 무서웠거든.
교복에 피가 묻지 않게
비닐로 시츄를 감싸 옮겼던
나도 무서웠고.
오늘 죽은 그 사람의 기사에는
그동안 몰고다닌 스캔들이 함께 기재되어 있었다.
죽음은 어떤 결과이고
그 원인은 이것이다 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 원인이 정말 그것일까?
장례식장에
내가 아는 언니도 갈까?
나는 이런 게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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