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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글방 희영수
0121 목 / 비타미신 / 긴개 본문
더럽게 큰 저 비타민을 한 번에 세 알이나 먹어야 한다. 모두 삼키느라 연거푸 물을 들이키다보면 헛배가 부를 지경이다. 효능이 약통 옆구리에 쓰인대로라면 먹어야 마땅하지만 여전히 미심쩍다. 이전의 나는 이 전지전능한 세 알 없이 어떻게 살아온걸까. 항상 뭔가 잊고 지낸 듯 했는데 그게 바로 비타민이었나. 이제라도 빼먹지 않으면 불완전했던 삶도 차차 모양새를 갖춰갈지 모른다. 고작 이것으로 이전과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다니 등가교환의 법칙마저 이 비타민 앞에선 힘을 잃는 것이다. 잘 챙겨 먹어야지. 비실비실 살았다면 놓쳤을 명예와 부도 온전히 누릴 거야. 오래오래 비타민 먹고 부귀영화 누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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