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글방 희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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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긴개

아쉽다 2025 서울국제도서전

긴개 2025. 6. 11. 21:33

 

 

작년 이맘때 각자주행 멤버들과 코엑스에 갔다.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렸으니까. 도서전은 다양한 신간과 작가, 출판사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좋은 축제다. 안 그래도 번잡한 코엑스에 발뒤꿈치를 십 분에 한 번씩 밟힐 정도로 사람이 몰려들었지만, 그마저도 축제 분위기로 웃어넘길 수 있었다. 규모가 큰 행사를 피하는 편이지만 도서전만큼은 꾸준히 몇 년째 참석했다.

 

올해도 갈 생각이었다. 각자주행 프로그램 2회차는 아예 도서전 나들이로 정해버렸다. 우리끼리 갈까 하다가, 다른 글벗들이 떠올랐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백권주행과 대문호클럽 카톡방에도 함께 갈 생각 없냐고 묻고 말았다. 호기롭게 내가 표를 대신 사겠다고도 했다. 왜? 몰라! 아주 즉흥적인 제안이었다. 그냥 다 같이 도서전에 가면 재미있으니까…, 다 같이 산 책을 소개하고 이야기하면 즐거울 테니까….

 

문제는 뒤늦게 참가한 각자주행 신청자들이었다. 5월 중 도서전 참가를 희망한 사람들의 표는 전부 구매했다. 그 뒤, 6월이 시작되고 나서 각자주행에 신청한 사람들이 있었다. 평소라면 이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여유만만한 자세로 추가 신청자들의 표를 구매하려고 보니 글쎄, 서울국제도서전 티켓 예매 페이지가 전부 ‘매진’이었다. 

 

어? 얼리버드 티켓 구매 기간은 17일까지. 당시가 3일이었다. 미리 저렴하게 구매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지, 당일 아침에 일찍 가서 부족한 표는 따로 사야겠다- 했는데 글쎄 하루 전에 올라온 공식 계정 게시글에 ‘현장 입장권 판매 불가’라고 쓰여 있었다. 

 

그때부터 머리가 아팠다. 입장권을 구매할 다른 방법이 없는지 공식 계정에 질문을 남겼다. 분명히 취소표가 발생할 텐데 그 또한 현장 판매 수량으로 확보될 수 없나요? 그동안 예매 페이지를 하루에도 몇 번씩 들락거렸는데, 그러다 우연히 누군가 취소한 1매를 추가 구매할 수 있었다. 또 출판사들의 댓글 이벤트에 참여해 소중한 1매를 더 확보했다. 그러나 여전히 2매가 부족했다. 서울국제도서전 측은 쏟아지는 티켓 관련 질문에 별도의 대답을 하지 않았다. 디지털 소외계층이나 소식을 늦게 접한 사람, 얼리버드 기간에 맞춰 구매하려던 사람, 외국인, 강연만 먼저 신청하고 표는 구하지 못한 사람 등의 사정에 대해서는 선을 긋는 듯했다. 그 와중에 나는 표를 10매나 구해놓고도 글벗들에게 죄송한 말씀을 드리게 생긴 상황이었다. 2매가 부족했다. 도대체 우리 중 2명을 어떻게 고른단 말인가.

 

아래는 내가 2명의 도서전 참가 포기자를 고르기 위해 고민한 방법들이다.

 

  1. 모두의 이름을 쓴 종이를 접어 바람에 날리고, 가장 멀리 간 것을 뽑는다. 일견 공정해 보일 수 있으나 동시에 장난치는 것 같아 탈락한 사람을 더 서운하게 할 것 같다.
  2. 늦게 신청한 각자주행 글벗에게 결제 취소를 제안한다. 그러나 이 경우 글방에서 열리는 1회 차 참여 기회까지 뺏는 것은 아닌가? 
  3. 먼저 신청한 백권주행, 대문호클럽 글벗들 중 최근 프로그램에 신청하지 않은 사람에게 참가 포기를 제안한다. 그러나 최근에 보지 못했더라도 친밀하게 느끼는 사람이라면?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오래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4. 모두 환불하고 아무도 가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너무 가고 싶은데 어떡하지. 
  5. 평일 표는 남아있던 상황. 내가 평일에 다녀오고, 주말에 글벗들을 보내줄까. 그러나 이 고민을 하는 사이에 평일 표 역시 매진된다.

 

여러 대안을 고민했으나, 2명을 서운하게 하지 않으면서 나까지 도서전에 다녀올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나는 프로그램 참가비에 도서전 입장료가 포함된 각자주행 글벗들을 제외한, 무료 참가자들에게 스스로 포기할 의향이 있는지 묻기로 했다. 

 

2명이 자진하여 도서전 참가를 포기했다. 괜히 가자고 제안했다가 못할 짓을 하게 되어 몹시 죄송스러웠는데, 도저히 짧게 이 과정을 설명할 수가 없었다. 구구절절 글을 쓰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동안 내가 잘못한, 그래서 개선할 부분이 무엇인가 고민해 보았다. 

 

  • 내 잘못 &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
  1. 글방 프로그램 참가 기한을 따로 설정하지 않음 - 다음 달부터는 참가 신청 기한을 정해놓을 것(그러나 항상 당일이나 전날 신청하고 오던 오랜 글벗들에게는 이를 어떻게 설명한담?)
  2. 도서전 티켓 매진을 염두하지 않음 - 앞으로는 개인이 별도 구매하도록 하고, 글방 프로그램에 답사 포함시키지 않을 것...? (유례없던 현장 판매 불가 방침에 당황했지만, 얼마든지 이런 일은 또 일어날 수 있기에)
  3. 이 모든 상황을 더 빨리 공유하지 않음 - 실시간으로 공유...? (그러나 세 개의 오픈카톡방에서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음)

 

내 탓을 먼저 해보았지만, 아무래도 서울국제도서전 측에 아쉬움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장 판매 불가 방침을 사전 공지하지 않은 것, 공지를 하더라도 이런 식이라면 디지털 소외계층을 배려할 수 없다는 것, 참가 희망자들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홍보만 이어가고 있다는 것 등. 명색이 서울국제도서전인데 좀 더 안정적이고 명쾌한 운영을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도서전 관람객이 지나치게 증가해 안전에 위협이 된다니, 독자 증가 추세가 마치 염려해야 할 일처럼 느껴져서야 되겠는가. 인파 밀집에 따른 안전은 물론 고려하되, 다양한 사람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서울의 아니 한국의 전통으로 새롭게 만들어 갈 수 있기를 서울국제도서전 운영 측에 바란다. 운영진의 고민이 가볍기야 하겠냐마는, 입장권 2매를 구하지 못해 골머리 썩던 요 며칠 간의 내 고충도 절대 가볍지 않았다는 것을, 이 자리를 빌려 외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