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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_난 글 한 편 쓰지 않고 잘 살 수 있다_박소의 (24.8.21) 본문
이 글을 쓰는 것도 참 쉽지 않다. 어쩔 수 없이 글을 한 편도 못 쓰게 된다면 오히려 좋지 않은가. 3주 전에 다녀온 제주도의 여행기는 지하철에서 핸드폰으로라도 쓰겠다며 계획만 머릿속에 매일 적어 내리고 있다. 글을 쓰고 나서의 작은 뿌듯함과 해방감은 뒤로 하고, 미룰 수 있을만큼 더 미루어 피로감의 끝을 보기로 했다.
이 선택을 초등학교 때 할 수 있었다면 방학숙제를 하지 못하는 정당한 이유를 주장할 수 있었을텐데 아쉽기도 하다. 일기를 쓰기 싫어 그린 마인드맵, 사진이라도 붙여 글을 줄여보려던 노력은 세 개의 별 중 1개짜리의 별로 평가절하 받았다. 블로그 시대를 여는 선구자가 될 뻔한 새싹은 글쓰기 수업 첫 시간부터 글에 사진을 붙이는 장난질을 하다가 혼이 나는 사람이 되었다. 역시 사람은 쉽게 안 바뀌지 않는다. 이 글은 별 몇 개를 받을 수 있을까.
이왕 글을 한 편도 쓰지 않아도 된 상황에 더 베네핏을 얻고 싶다. 글 한 편의 기준은 어디까지일까.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리포트, 논문, 회사 문서까지는 넉넉한 마음으로 못쓰게 해주셨으면 한다. 혹 여유가 된다면 존경하지 않는 선생님께 써야 하는 스승의날 편지, 친구야라고 부르며 다가오는 삼각 물결 파마 그녀의 투투 기념일 편지까지. 하지만 그러다 만약 누군가 나의 약점을 알아내고 마지막 문장에 점을 찍지 못하게 한다면. 악랄한 국어 선생님을 만나 어떤 수를 쓰든 나의 글을 미완성으로 만들어버린다면. 힘겹게 글을 써내지만, 완성은 절대 할 수 없는 형벌에 처한다면.
다행히 세상에 글로 그렇게 악랄하게 굴 사람이 없기에 다시 한 번 나의 선택에 만족한다. 이렇게 상상만 해도 좋은 선택을 글로 설명하고 있는 상황이 애석하다. 내 선택에 진심이라는 모습을 위해 글을 끝까지 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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