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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5/04 (2)
성북동 글방 희영수
인정한다. 도보 순례가 좋았다는 것을. 평소 수호하던 가치관-깨달음에 고행이 필수라는 생각은 오만이다-을 결국 부정하게 되는구나. 고통을 요리조리 피하려 최선을 다했던 이전의 나를 머쓱해하며. 싫은 점보다 좋은 점이 더 많았다는 걸 인정하기가 왜 그리 싫었는지. 일주일 간 100km 이상 걷는 동안에는 몰랐다. 아니 알 수가 없었다. 매 순간 내딛는 발걸음에 몰두하고, 날씨에 따른 신체의 온도 변화에 대응하느라 정신없었다. 그러나 그토록 기다리던 집에 도착하고 나서야 발견했다. 다리와 배에 근육이 꽤 붙었다는 것을. 오르막길을 오를 때 누군가 뒤에서 엉덩이를 밀어주는 듯 튼튼해진 몸을. 이 순례가 끝나기만 하면 하루 종일 집에서 꼼짝 않을 거라던 다짐도 무색하게, 짐을 풀고 세탁기를 돌리자마자 밖으로 ..
몇 달간 글방에 '윤석열 파면' 손팻말들을 붙여두었다. 처음엔 유리 밖에다 붙였는데 누군가 자꾸 떼버렸다. 종이를 뜯었으면 분리수거나 할 것이지 길에다 냅다 버려놓았지 뭔가. 길 가다 말고 슬그머니 멈춰 서서 남의 가게에 붙은 종이를 손톱으로 긁고 있을 사람을 생각하니 좀 징그러웠다. 스토리에 찢어진 손팻말을 찍어 올렸더니 한 글벗이 새것으로 여러 장 구해주었다. 거기다 영리하게도 하나는 밖에, 하나는 안에 붙였다. 며칠 뒤 찾아온 잡범은 결국 한 장만 조금 뜯다 돌아간 듯했다. 자꾸 찾아오는 이의 표정이 궁금해 CCTV를 설치했지만 며칠 보다 말았다. 녹화 파일 보고 있을 시간에 할 일이 너무 많았다. 내가 글방에 없을 때만 찾아와서 한다는 짓이 고작 종이 뜯기라면 상대하기도 너절하다. 할 말이 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