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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3/07/18 (1)
성북동 글방 희영수
[단편소설] 충매화 / 긴개 / 0716
그는 언제인지도 모르게 길을 잃었다. 어디에 가려던 것인지 아닌 지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이제 그를 기다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은 알 수 있다. 거센 바람이 빗줄기 허리를 감아 휘몰아친다. 흘러내리는 빗물에 힘겹게 눈을 떠도 사방이 어두워 주위를 분간할 수 없다. 소란스러운 어둠에 귀가 먹먹해졌다. 어쩔 줄 몰라하는 와중에도 그의 마음속에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이 있다. 내게 끝이 온다. 내게 곧, 끝이. 눈앞에 투명한 막이 생긴 듯 시야가 점점 흐려지는가 싶더니 이윽고 비좁은 주머니에 온몸이 갇혀 버린다. 발 끝부터 머리끝까지 빠져나갈 수 없게 몸을 감싸버린 주머니 속에서 그는 무의미한 발버둥을 친다. 주머니는 부드럽고 단호하다. 두려움에 폐가 쪼그라든 그가 헐떡이며 팔다리를 마구 뻗는다. 점차 ..
2021-2023 긴개
2023. 7. 18. 2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