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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2/09/20 (1)
성북동 글방 희영수
0919 월 / 가을밤 우유가 황금우유 / 긴개
밤 아홉 시 즈음 깨닫는다. 출출하다는 것을, 그리고 뭔갈 먹기엔 늦은 시간이라는 것도. 해가 진 뒤에 간절해지는 음식은 대부분 기름지고 달고 짠 것들이다. 먹고 나면 금세 더부룩해진다. 자연스럽게 냉장고에 맥주가 남아있던가 기억을 더듬어보게 된다. 그러니까 여기서 그만 두자. 여기서 굴복한다면 정해진 미래는 하나뿐이다. 기름진 음식을 먹고 맥주로 식도와 위를 식힌 뒤 빵빵해진 배를 눕혀 힘들게 잠들었다가 피곤이 배가 된 채 아침에 깨어나는 것, 그리고 어젯밤을 후회하는 것. 미래를 엿본 현명한 자는 요거트 하나, 이것만으로 굶주린 충동을 얼마든지 굴복시킬 수 있다. 확고했던 다짐은 밥풀로 붙여둔 메모지처럼 시간이 지나자 힘없이 나풀거려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요거트를 위장으로 한 숟갈씩 내려보냈더니 ..
2021-2023 긴개
2022. 9. 20. 0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