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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글방 희영수
힘든 일을 끙끙 혼자 붙들고 있다가 누가 도와주니 너무 쉽게 해결되어 허망하고도 기분이 묘했다는 앚민 님의 일화 듣던 내가 거들었다 그게 바로 정서적 개방성이 낮아서 그런 건데 어쩌구 저쩌구 생각해보면 내가 주변에 모아놓은 사람들 전부 도와달란 말 징징대는 말 쉽게 꺼내질 않더라 어른스럽고 성숙하다고 느껴 좋았던 걸까 지금 와서 보니 다들 엄숙한 표정만 짓고 속으로는 어쩔 줄 몰라 괴로워 했을지도 몰라 주변 사람들 얼추 괜찮게 사나보다 안심했던 나는 병신 혹은 내가 기댈 만한 사람이 아니었을 수도 있어. 괴로운 마음 쟤한테는 말하기 힘들다고 느꼈을 수도 있어.
케이크가 너무 먹고 싶은 날이었다. 추워서 밖에 나가긴 싫고 시켜 먹기엔 배달료가 아까웠다. 만들어 먹는 건 바스크 치즈 케이크만 할 줄 안다. 지금은 에어프라이어를 쓰고 있기 때문에 베이킹에 제한이 있지만 이사 가면 오븐을 설치할 것이다. 해보고 싶은 베이킹이 많다.
만계 님과 은평구 연신내에 다녀왔습니다. 연신내에 온 것도, 은평구에 온 것도 난생 처음입니다. 그런데 연신내 역에서 내리자마자 친한 친구를 만났습니다! 작업실이나 가게 자리를 알아보러 왔다고 했더니 망원이나 을지로가 더 좋지 않겠냐고 되묻습니다. 자기 동네보다 다른 동네가 더 재미있어 보이는 건 모두의 공통점인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갈현초등학교 근처가 좋다고 하기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연신내역 7번 출구에서 갈현초등학교까지 가는 길에는 2010년쯤 유행했을 음식점, 술집 등이 빼곡했는데, 홍대 앞 거리와는 다르게 임대 종이를 내붙인 상가가 드물었습니다. 유행에는 뒤처져 보여도 깨끗하고 관리가 잘 된 가게가 많습니다. 십대 후반부터 이십대 초중반의 사람들이 무리지어 다니는 모습을 평일 낮에..
1. 로우브로우즈 당신은 고통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2. 평등과 행복, 안전, 성공 등이 들꽃처럼 도처에 널려있다고 가르쳐선 안된다. 3. 어련히 앞으로 행복하게 살거라 배운 아이들이 세상의 가장 가벼운 바람에도 베이듯 상처입는 꼴을 보니 그렇다. 4. 양부모가 자애롭고 아동교육에 박식하시며 혈육과는 화목하고 양가 친척들 두루 교양있으시고 나에게 적절한 덕담만 건네시며 조부모는 경제적으로 능력있고 건강하시고 나는 호감형의 외모로 유전병이나 사고 없이 학교 친구들과 두루 원만하며 공부에 흥미를 느껴 즐겁게 몰입한 만큼 나온 성적으로 인서울 상위권 대학에 무리없이 합격한 뒤 세계여행이나 유학도 충분히 즐기고 적성에 꼭 맞는 전공을 살려 대기업에 빠박 취직해 정년까지 보람있게 일하고 그 사이 성격 외모 집안..
작가에 대해 아무것도 검색하지 않고 추측만 해볼게요. 화면의 빈 공간을 남기지 않고 최대한 채우려고 하는 강박이 느껴져요. 다급하거나 절박한 마음 상태일 때가 많을 것 같아요. 밝은 색을 썼지만 그림 속 내용은 밝지 않아요. 보이는 것과 느끼는 것의 괴리를 크게 느꼈던 걸까요. 여자아이들이 자주 위험하거나 불안한 모습으로 등장해요. 여성과 편안한 관계를 맺었던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각자 추측해 본 다음 검색해서 얼마나 추리가 들어맞았는지 맞춰봅시다 !
하늘이나 나무만 보여줘도 눈물이 흐르게 되는 어른들의 동화. 4.5 ★ ★ ★ ★ (보신 분은 한줄평 한 번 남겨보세요. 생각보다 한 줄로 설명하기가 어렵네용)
마을버스에 타면서 문 바로 옆에 앉은 여자 발에 차였다. 나를 겨냥해서 찼다기 보다는, 그녀가 안전바 위에 올린 발에 힘을 주어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그걸 모르고 버스에 올라탄 내가 내 힘만큼의 차임을 당한 것. 그녀는 오토 발길질을 갈긴 이후에도 발을 치울 생각이 없어보였다. 하기야 나보다 세 명이 먼저 탔는데도 발을 굳게 뻗대고 있는 사람이었으니 나라고 별 수 있나. 설날이라고 동태전이랑 가자미, 소고기 등을 양손에 잔뜩 들고 낑낑대던 와중에 더러운 신발에 차여 좀 빡쳤지만 곧 잊었다. 그러나 정류장에 도착해 다시 앞문으로 내리다가(그 정류장에선 아무도 타고 내리지 않았다) 두 번째로 그 발에 걷어 차였을 땐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 발등을 꽝꽝 때려버렸다. 꽉 쥔 주먹을 버스 밖으로 빼자마자 문이..
『보통의 감상 of the ordinary』은 2021년 처음 완독한 책이다. 작년도 완독한 책이 몇 권 없을 정도로 지독하게 책을 끊어왔는데, 지적 허영이라는 금단 증상을 이겨내지 못하고 기어이 읽고야 말았다. 미세한 내적발전에 미약한 원동력이 되어준 미천한 허세와 허영심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 우리 나의 도시 / 정희우 식물을 닮은 세계 / 김이박 치유의 손짓/ 김진희 - 틈 영롱한 순간들 / 황연주 우리 각자의 이야기 / 권하윤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 장서영 - 세계 시간의 얼굴 / 박진희 페이크 파라다이스 / 문소현 기술 앞에 선 예술가 / 하석준 - 책과 영화들 미술 전시를 최근 네댓번 봤다. 기왕 품들여 다녀왔는데 꼼꼼하게 감상이며 비평 등을 기록해놓으면 얼마나 알차고 좋을까...
1등 당첨 계획을 미리미리 짜야할 것 같습니다. 당첨 소감도 준비해놓지 않으면 당황할 수 있겠죠? - 가족들에게 1억 쾌척 - 긴개장학금 설립 1억 기부 (친구들에게 작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생활장학금 수여) - 나머지 돈으로 건물 매입 및 리모델링(3층 이상) 1층 카페, 2층 워크샵&전시, 3층 3가구 살 수 있는 집 감사합니다. 착하게 지금처럼 살겠습니다.
널뛰던 그래프가 잠시 직선. 슬프지도 않고 힘들지도 않아 근데 좋지도 않아 웃기지도 않고. 세상만사 기대했던 것들이 졸지에 자성을 잃은 냉장고 자석처럼 우수수 떨어져 나간다. 나에겐 건덕지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고 우리에겐 건덕지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고 일단은 있다는 데 빨간칩 5개. 로또를 사야지 생각하고 일기를 펼쳤더니 거기에도 쓰여 있다. 내일은 꼭 로또를 사자고. 시간이 이렇게 사방으로 흘러넘쳐서 주워담지 못했다. 줄줄줄줄줄 오늘 하고자 했던 일 두 개는 하고 두 개는 못 했다. 건덕지는 50%의 확률로 있단 말이지. 우리 너무 사려깊으니까 서로에게 고민을 털어놓지 말자 불행이고 복이고 뭣도 아닌건 나누지 말자. 로또만 나누자. 내가 로또에 당첨된다면 모두에게 나이팅게일을 한 마리씩 사줄거야..